by 홍정주

새벽 4시쯤되야 잠들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4시쯤 되야 눈이 떠진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종종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조언이 나와 있다. 나는 이런 권유를 볼 때면 죄책감이 든다. 나는 사실 아프다. 그래서 내 의지대로 잠들고 일어날 수가 없다.

이런 올빼미의 생활은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

자기관리와 건강한 생활에서 멀어진다. 새벽 4시까지 깨어있으면 내가 반드시 거의 매일 거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야식의 관문이다. 대중매체에서 보면 야식메뉴로 족발 같은 것을 보여주던데 나는 집에 있는 음식을 야식으로 주로 먹는다. 밥을 간장에 비벼먹기도 하고 찐 고구마를 먹기도 한다. 두유와 과자를 먹기도 한다. 좀 많이 먹는다. 거의 한끼 식사정도다. 정신의학과 유튜브에서 야식은 숙면에 방해가 된다고 의사가 충고하는 걸 봤다. 하지만 나는 허기진 배의 신호를 채워주지 않으면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야식을 먹고 허송세월을 하다가 겨우 야식의 힘으로 잠에 든다. 다음날 오후에 눈을 뜨면 속이 더부룩하다. 그래서 오후 5시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저녁 7시-8시사이에 저녁밥을 먹는다.

나는 일찍 잠에 든 적도 가뭄에 콩나듯 아주 가끔 있다. 그런데 밤에 일찍 잠에 들어도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오후 4시쯤 깨는 건 새벽 4시쯤 잘때와 매한가지이다. 이거 일찍 자는게 손핸데? 차라리 새벽 4시에 자는게 수지타산이 맞다. 어차피 일찍 자나 늦게 자나 늦게 일어날 거, 늦게 자는게 이득이란 계산이다. 늦게 자면 그 시간에 밀리의 서재에서 책이라도 한 줄 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관리와 건강한 생활을 챙기는 대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을 챙기기로 했다. 이런 생활을 한지가 햇수로 거의 10년이 됐다. 야식때문인지 뭔지 턱살이 아주 이중으로 두툼하다. 자기못관리 끝판왕이다. 사실 4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도 이 생활을 일관성 있게 계속하면 이것도 규칙적인 생활인거잖아? 내가 남긴 기록들이 만약 묶어져서 책으로 나온다면 이번 글은 책에 실을지 말지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 낮 12시, 1시는 몰라도 4시는 좀 심하잖아? 내가 봐도. 깨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오후 4시다. 오후 2시 반쯤 눈을 떠서 일어났다가 졸려서 오후 6시 30쯤 일어난 적도 있다. 일어나는 시간이 오후인데 몇시인지는 대중 없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없어진다. 오후에 일어나는 동시에 드는 감정은 절망감이다. 나는 거의 매일을 나의 지독하게 게으른생활에 절망하며 동시에 눈을 뜬다. 하루의 반나절이 벌써 지나가 버렸다. 시간을 가위로 싹뚝 잘라낸 느낌도 든다.

오후에 늦게 일어나면 좋은 점도 간혹 있긴하다. 하루가 짧아 진다는 것이다. 지겹고 긴 하루보다 짧지만 밀도있는 하루도 괜찮다. 빨리 일어난 여파로 졸려하며 아침 반나절을 그럭저럭 지내는 것 보다 그냥 실컷 자고 일어나서 결론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일찍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많을 것들을 해내며 보람찬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가 성공한다면 그건 노력보다는 재능같은 타고난 부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늦게 일어났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라! 나도 오후 4시에 일어나며 나름 창작 잘 하며 살고 있으니까. 늦게 일어나면 시간이 낭비 된 것 같다고? 잠자는 동안 꿈이라도 꾸지 않았나. 꿈도 안 꾸고 잤다고? 푹 자지 않았나.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보면서 느낀 건데 인간에게 낭비되는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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