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명
원래 계획은. 저녁 때 부모님을 여동생 희경이에게 좀 맡겨두고 김이나의 작사법이란 책을 토즈에서 휴식도 취할 겸 읽고 오려고 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너무 많이 먹어서 토즈에 왔다갔다 하며 운동 겸 산책도 좀 하려고 했다.
토즈에 가기 전, 나는 여동생 희경이에게 어제와 그저께 쓴 내 글을 좀 읽어보라고 했다. 희경이에게 평을 듣고 싶었다. 희경이는 내가 어제 쓴
외할머니, 제 하얀 머리띠 혹시 보셨나요?
부제-삶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나가는 과정
이 글을 읽고 나한테 와서는 글이 너무 좋다고 했다. 너무 신비롭고 무섭기도 하고 천국을 맛 본 것 같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희경이가 그 글이 무섭다고 토즈에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욱했지만 글이 좋았다고 하니 좋은 말로
“그럼 오늘은 안 가고 이야기나 하자.”
라고 말했다.
근데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녁을 많이 먹어서 잔뜩 불러있는 배도 좀 꺼트리고 책도 읽어서 글 쓸 소재를 발굴하려고 했는데. 글이 좋다는 칭찬에 만족하며 시간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배는 계속 부른 상태고 토즈가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희경이에게
“너 땜에 토즈 못갔잖아!”
하며 엄청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토즈에 못 간 것을 소재 삼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희경이에게 화내면 안된다. 희경이는 우리 가족의 기둥이다. 항상 수고가 많다. 그런데 진짜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희경이가 무섭다고 해도 토즈를 그냥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계획대로 안되니 운동을 못해 속은 더부룩하고 희경이에 대한 미움이 밀려온다. (이 글은 아마 출판되지는 않을 것이다.-빼기)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글도 많이 나온다. 내가 어제 이때까지 쓴 글들을 보니 출판해도 될 만한 글이 있고 출판하기에는 좀 어설픈 글도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나는 평소에 음악업계가 돌아가는 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김이나의 작사법도 빌려 온 것인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화가 다 풀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쓰다 보니가 아니라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 실시간 댓글 모음을 희경이와 같이 보면서 화가 풀렸다. 좋은 예술은 사람의 정신을 정화시키고 화마저 가라 앉히는 구나. 화나는 감정으로 글을 쓰니까 화풀이가 되는구나. 정말 좋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희경이에게 화낼 뻔했다. 글 쓰는 것도 희경이랑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책 좀 못 읽고 시간 활용 못했다고 희경이에게 화를 내? 그게 바로 감정적으로 밑지는 장사다. 아주 손해 보는 거다. 이제부터 화 날때는 무조건 글을 써야겠다. 내 감정을 글로 승화시켜서 다행이다. 글을 안 썼으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되었을지 아찔하다. 내가 만약에 아까 저녁 먹고 토즈를 갔더라면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 실시간 댓글 모음 숏츠를 못 봤을 것 같다. 그랬으면 나는 정신적으로 지금보다 못했겠지. 나의 오늘의 운명은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 댓글 모음 숏츠를 보는 것이었구나! 토즈는 다음기회에..
그러고 보니 오늘 사실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천만에, 예술가들에게,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각 잡고 쓰려고 했는데 화풀이를 한글에다가. 엄청 쉽게 에이포 용지 한 장을 채웠다. 내일은 우산에 대해서 한번 써보고 싶다.
ps배도 다 꺼졌다. 김이나 책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