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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날이 아니다.

미루기에 대한 조금 색다른 시각

by 홍정주

문제를 글로 쓰면 항상 해결방안이 나타난다. 이번 경우에도 그랬다.

열흘을 장기로 쉬어서 계획을 잔뜩 세워놨더랬다. 연휴 동안 세워놓은 계획은 이랬다.

1집안 대청소하기

2여태까지 브런치에 올린 글들 다시 보고 전체 퇴고하기

3매일매일 글써서 브런치에 올리기

4빌려온 책 반 이상 읽기

5내집마련 기초반 강의 매일 한강 씩 수강하기

정도였는데 5번을 빼고 계획을 거의 지키지 못했다. 나는 준엄한, 미루기에 대한 경고가 담긴 명언들을 하나 둘씩 떠올린다.

‘삶에서 가장 파괴적인 단어는 내일이다. 오늘은 승자들의 단어고, 내일은 패자들의 단어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말은 오늘이라는 단어다.’ (로버트 기요사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옛 격언)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공지영의 책 즐거운 나의 집 중에서)

정말 무시무시하다. 행복도 할 일도 내일로 미루면 큰일이 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 할 일을 조금 미뤄도 큰 일이 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생의 방향만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면 가끔씩 조금 게으름을 떨어도 괜찮음을.

내 생각에 일을 미루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1자신과의 약속을 자꾸 어기면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 그러면 자기효능감과 자신감도 떨어진다.

2오늘 할 일을 다음날로 미루면 다음날 고생할 게 뻔하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이유가 1번처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져서 라면 이렇게 말 할 수 있겠다.

아무리 긴긴 반복되는 슬럼프나 인한 자기 환멸의 시궁창 속을 헤매다 왔어도 다시 할 일을 시작하는 순간, 신뢰감은 거짓말처럼 다시 회복된다고. 그러니 조금 미뤘다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안 가져도 된다고.(리셋의 힘을 믿어 봅시다!)

만약 2번이라면 일을 미루지 않아서 힘든 것이 일을 미뤄서 힘든 것 보다 더 크면 할 일을 미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근데 일반적으로 오늘 할 일을 오늘 하는 것이 고통이 가장 적을 테니까 그런 속담도 나온 것이겠지) 이건 순전히 선택의 문제다. 거기다가 이런 속담도 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라는 속담보다는 모든 면에서 좀 약하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다.’

사실 미루기의 많은 부분이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는 데서 비롯한다. 계획을 무리하게 잡으니 실천하기가 더 힘들다. 미루지 않기 위해서 애초에 계획을 아주 느슨하게 잡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계획과 최대한의 실천으로. 그래도 우리는 노력하는 한,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또 세우는 계획중독자들이자 시간지킴이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미루기 연습라도 해 놔야 겠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해도 되고 내일이 안되면 모레, 모레가 안되면 글피, 그것도 아닌 한달 후에 하면 어떨까?아니면 두 달 후?

꼭 이루어야 하는 소원을 죽기 전, 또는 죽고 나서 이루면 어떨까?

이건 정말 미루기 끝판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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