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정리

7월 셋째 주 독서정리

by 광호

01. 잇선, 『뚜리빼』, 3p인쇄, 2018

만화와 글이 담긴 자신의 일기를 구독자에게 보내주는 유료 구독 시스템을 제안한 만화가. 동료 창작자들의 '일간 이슬아', '일간 박현우'로도 이어졌다. 『뚜리빼』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텀블벅 후원을 받아 출간했다. 네이버에서 우바우를 연재했는데 다른 작품들에서 거대 플랫폼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네이버가 자주 등장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네이버에게 분노를 표출하지만 항상 뚜까맞는다. 우바우 단행본을 못 산 게 천추의 한이다. 2권에서 내용이 끊겨서 평은 명대사 몇 개로 대체한다.


1-1. 삶은 싸가지가 없어. 특히 안락사가 제한된 사회에선...삶은 지나치게 강제적이야.(p.62~64)

2-2. 돈 개새끼 건강 쉬발럼 (p.79)


02. 실천문학편집위원회, 『실천문학 119호』, 실천문학사, 2015

박민규는 15년 8월호 <월간 중앙>을 통해 『삼미슈퍼스타즈』와 「낮잠」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악스트』2호 인터뷰에서 박민규는 '지금도 표절에 대한 규정, 내지는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p.141)고 말한다. 이제라도 협의를 거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신경숙의 표절 논란 이후 우리가 마주한 건 창비의 무책임한 해명과 비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좌담을 제시한 문학동네의 권위적인 제안이었다. 김명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학판도 '욕망과 이윤과 권력이 난무하는 '아사리판'(p.141)'이었다. '언어의 힘이야 말로 돈만 아는 속물들의 시대를 버티는 역능(임태훈, p.201)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별 기대는 없다. 한강이 맨부커 상을 받자 한국문학이 어쩌고 할 때도 갸우뚱 했다. 한강이 상 받는 데 한국문학이 어떤 역할을 했길래 끼어드나.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과 비평서나 출판사 계간지라는 본인들의 세력 내로 활동이 국한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 책에도 그런 글이 몇 있었다. 개념과 용어, 문학사로 뒤범벅된 글들은 몇 줄 읽다가 넘겼다. 이번 호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인디와 차별되는 '자립'의 개념을 제시하는 단편선의 <자립+조합 5년>과 'LGBT/퀴어는 정신병이다'라는 언설에 담긴 중요성을 탐문하는 루인의 <퀴어문화축제와 LGBT/퀴어를 향한 기독교 근본주의 집단의 언설을 다시 생각하기>라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03. 최규석, 『송곳』, 창비, 2017 완간

'그 말씀 우리 조합원들에게 하실 수 있습니까?' 파업은 푸르미만의 싸움이 아니라 계급투쟁이기에 멈춰서는 안된다는 조용태의 말에 이수인 과장은 이렇게 반문한다. 조용태에게 푸르미의 파업은 노동계급을 노예와 하는 현체제와의 전쟁과 같다. 목표는 노예제 자체를 타파하는 것이다. 반면 이수인 과장은 푸르미 직원들 개인의 삶에 변화가 없다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간부 파업으로 전환되고 조합원들은 일터로 복귀한다. 이수인 과장은 텐트에 남는다. 연대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송곳은 약자를 선으로, 강자를 악으로 그리지만도 않는다. 노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지원을 하기도 했던 송 과장이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어 파업자들의 자리를 지키자 이 과장이 '좀 꺼지라고 이 씨발년아.'라고 외치는 장면이 그것이다. 송 과장이 조합원들에게 '소파 승진'이라는 성희롱을 당할 때 시선을 피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구고신의 말처럼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p.63)' 뿐이다.


04. 최은주,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 갈라파고스, 2017

『송곳』에서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간 이수인은 구고신에게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하고 묻는다. 구고신은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고 대답한다. 이 말이 현실 반영된 책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파리 OECD 대표부에서 7년간 일한 최은주 작가를 비정규직으로 대우했고 그를 부당 해고했다. 한국인이지만 프랑스 땅에서 일했던 그는 프랑스 노동법의 보호를 받았다. 한국 대표부는 치사하고 더러운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해고를 정당화하려 했지만 작가는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한다. 한국에서는 합법인 것들이 프랑스 땅에서는 불법이다. 프랑스에서 '는' 말이다. 이 땅에선 아직도 당연한 걸 인정받는 것조차 힘들다. KTX 승무원들 복직 합의까지 12년 걸렸다.


05. 하승우, 『아나키즘』, 책세상, 2008

내 삶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다. 어제 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승하 KTX 지부장님은 '촛불이 일고 정권이 바뀌고 했는데 왜 내가 사는 세상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인가 했는데 이런 뭔가 마무리가 잘 돼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 또한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part of your revolution)고 했다. 그래서 아나키스트들은 사회주의와도 대립했다. 노동자 계급이 자본자들을 내쫓고 새로운 권력을 차지해봐야 지배계층이 바뀔 뿐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내 삶을 바꿔주길 기다리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한다. '안된다고 그렇게 말로만 하지 말고, 아래로부터 찬찬히 자 한번 엎어보자(「아래로부터의 혁명」)'는 전범선과 양반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교실이데아」)'라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가사 또한 궤를 같이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06. 허5파6, 『여중생A』, 비아북, 2017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게임 속 가족은 행복해야만 했기에 짜증이 났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주제넘은 것이라는 걸 항상 복기했다. 학교를 다니며 가장 좋아했던 날은 시험기간이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고, 이동수업이 없고, 일찍 끝났다. 집에 가서 게임을 할 시간이 많은 날이었다. 가장 좋은 과목은 국어, 미술, 음악이었다. 과분한 관계들을 유지하기 위해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생일이라는 같잖은 핑계로 구걸하고 비참해지고 싶지 않았다. 수사가 많은 책은 몰입이 불가능했다. 친구, 돈, 건강 등은 속 편한 소리에 불과했다. 애매하게 가난한 건 쓸모가 없었다. 애써 사귄 아이들 사이에 있으려고 멀쩡한 척했다.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혼자 꽁해져 기회를 날려버렸다. 칭찬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멋대로 친구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 장미래가 문학과 친구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 1~3권이랑 4~5권이 시간을 두고 출판되었는데 디자인이 바뀐듯. 미래 얼굴이 짤려서 신경쓰임. 새로 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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