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주 독서 정리
1. 황운, 『2호선, 서울 1』, 아름다움, 2019
간헐적으로나마 <데일리콩트>를 구독하며 글을 접했던 작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구매. 응원합니다.
2. 오혜진,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오월의 봄, 2019
지금까지 한국문학에 질문되어지지 않았던 '정상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한국문학적인 것'이 어떻게 한국문학의 몰락을 초래했고, 'K문학'으로까지 불리게 되었는지를 분석해낸다. 지금까지의 한국문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비하를 어떤 식으로 재현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정당성을 얻었는지 보여준다. 특히나 '정전'을 "당대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자원으로 활용됨으로써만 현재적 의미를 획득한다(p.186)"는 문장에서는 내가 배우는 문학이 '지금-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답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소환되었다. 지루하기만 했던 소설사 수업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위한 훈련과,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는 과정이라는 점을 학부가 다 끝나갈 때야 조금 깨닫는다(다시 말하면 이제야 공부 시작이라는 것). 아끼고 아껴 플래그를 붙였는데도 서른 개를 넘겨버렸다. 주제로 삼은 텍스트들도 대부분 최근의 것이고 문학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아 더욱 좋았다. 취향이 비슷한지 언급된 책들이 대부분 읽었던 것이라 부담 없이 읽었다. 한국문학에 애정과 증오를 함께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3. 조남주, 『사하맨션』, 민음사, 2019
그곳은 혁명의 가능성이 제거된 세상이다. 진실을 알게 된 자들은 허무를 목격하고 돌아온다. 포기는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세상의 진실에 마주한 진경은 어차피 세상은 반복될 거라는 조롱에 반격을 시도한다. 그 가능성은 일상에 매몰되어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탈과 연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내용을 언급하고 싶으나 스포일러가 되어 참는다. 『82년생 김지영』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던 점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소설이다.
4. 박상영 외 7인,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9
7편의 수상작 중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과 김봉곤의 「데이 포 나이트」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다. 다른 소설에서도 성별 이분법적 질서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읽었으)나 이를 배제하더라도 두 편의 소설은 나의 괜한 의심을 멀찍이 치워놓기 충분했다. "전통적인 페미니즘에서 이성애 관계 및 성 각본의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성애적 혹은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대안으로 상상해온 경향은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타자화"일 수 있다는 지적(오혜진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p.374) 말이다.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흥미롭게 읽었다. 너무 난해하지도 그럼에도 진부하지 않은 글들이었다. 자기 착취로 이어지는 무한 경쟁에 대한 비판적 감각과, 기존 질서에 대응하는 유쾌한 방식의 저항(주제적인 것이든 문체나 구성에 관한 것이든)을 느슨한 공통점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작품과 함께 실린 비평들도 젊은 작가들의 글이라 좋았다. 밀어두었던 수상집들도 읽어봐야겠다.
5. 권보드레 외 12인 공저, 오혜진 기획,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민음사, 2018
제목과 서문만으로도 포부가 느껴지지 않는가. 훑어보는 데만도 반년은 걸렸다. 저자들의 연구가 굉장히 밀도 있게 담겨 있어서 한 파트를 이해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언급된 책들을 읽어봐야 할 텐데 이름도 처음 들어본 작품들이 태반이다. 읽을 책이 또 쌓인다.
6. 데이비드 베너타 지음, 이한 옮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서광사, 2019
일단 제목에 전적으로 동의. 존재의 해악으로 시작해서 반출생주의, 낙태, 인구의 멸종까지 논의를 이어나간다. 『사하멘션』의 몇 지점들과 이어지는 내용들이 있어서 꾹 참고 읽어보려 했는데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간다. 내가 저자의 주장에 쉽게 동의해버려서이기도 하지만 문장이 너무 어렵다. 번역의 문제인지 철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내 능력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포기한다.
7. 파커 J.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글항아리, 2018
허무주의에 늪에 빠져 있던 시기에 위로를 주었던 책. 사회의 변화는 끝없는 좌절의 반복에도 절망하지 않는 자들에 의해 시작된다는 것, 차이로 인한 긴장을 창조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특징이라는 말에서 헛된 희망을 조금 갖는다. "인문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만큼이나 중요하다(p.218)"는 파트와 너무 많은 실천과 과로로 인해 스스로의 결실을 파괴하는 현대적 폭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2019년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이주란 작가의 「넌 쉽게 말했지만」가 딱 맞물리는 주제다.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그린다. 자몽청을 만들고 붕어빵 아줌마를 생각하고, 어머니와 미나리를 뜯으러 산책 가는 일상의 서술과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는 다짐'의 반복을 통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