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정리

7월 셋째 주 독서정리

by 광호

1. 김훈, 『연필로 쓰기』, 문학동네, 2019

올해는 김훈의 소설을 다 읽어야지 해놓고 아직 반도 못 읽었다. 잔인할 정도로 건조한 문체와 깊이 배어있는 허무가 너무나 내 취향이라 거리를 두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소설들을 쭉 건너뛰고 가장 최근에 나온 산문집을 먼저 집어들었다. 죽음, 자연사, 먹고사는 일, 역사에 대한 인식 등 소설에서 던져두었던 키워드들을 글감으로 활용하고 있어 힌트 정도는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동거차도의 냉잇국」이나 「태극기」 같은 글은 '나의 글은 다만 글이기를 바랄 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고 당신들의 긍정을 기다리지 않는다(p.5. 알림)'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그의 글이 담아낸 현실을 통해 무언가를 '도모'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현실과 정치와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김훈이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나는, 김훈을 읽어야 한다.


2. 최은영,『내게 무해한 사람』, 문학동네, 2018

나의 삶, 말, 행동이 다른 사람의 반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하면 상처가 아닌 추억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그렇지 못했던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그 순간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법이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후회해본 사람인 이상 가슴을 후비는듯한 고통을 피할 방도가 없다.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자격지심 때문에, 혹은 무지했기에.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것을 피할 방법은 책을 덮고 소설의 흐름을 억지로 중단하는 것이지만, 그건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진실을 회피하고 반성의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버리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삶 앞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을 끝없이 던져준다. 사랑이나 우정, 가족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어쩌면 그래서 더 미묘한 동시에 치명적인 일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참고로 이 책에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단편은 없다.


3. 김금희, 장강명 외 7인,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6

사람과의 관계에서 관심은 받고 싶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고, 가능하다면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 그렇게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나'라는 사람을 객관화해서 보게 되는 순간에 터지는 울음.「너무 한낮의 연애」를 슬프지만 나, 혹은 우리의 이야기로 읽었다. 소설적인 측면에서는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설로 서사, 주인공, 독자와 작가, 국가와 같은 경계를 마치 유럽처럼 넘나들어버리는데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험적인 소설인데 완급 조절이 잘 되어 있어 흐름을 놓칠 가능성도 적다. 2017년의 내가 게을러 작품집을 사놓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고 17년도는 건너뛴다.


4. 정지돈, 이장욱 외 7인, 『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5

항상 그랬지만 2015년 수상작은 유독 모든 작품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읽다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가 시도하는 '다큐멘터리적 소설'의 방식에는 관심이 간다. 그는 자기소개에 자신을 '후장사실주의자'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오한기, 이상우 등의 젊은 작가들도 본인을 후장사실주의자라고 표한다. 씨네 21과의 인터뷰를 참고하자면 후장사실주의자는 '<야만스러운 탐정들>(로베르토 볼라뇨)에 나오는 내장사실주의의 패러디'이고 로베르토 볼라뇨는 20대 초반 초현실주의를 패러디해 밑바닥사실주의-내장사실주의를 결성했다고 한다. 이를 한 번 더 패러디해 만든 것이 후장사실주의자다. 그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이미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관련 내용을 제법 공들여 수집하고 공부한 후에나 따라갈 수 있을 법하다. 심사위원들 중에서도 그의 글에 당혹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단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무기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것과, 상을 준 문학동네 양쪽 모두에 박수를 보낸다. 김금희의 「조중균의 세계」와 손보미의 「임시교사」를 보면서 봉준호의 『기생충』이 떠올랐는데 그 이유를 거칠게 말하면 모두 혁명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처럼 재현된다는 것. 계급이라고 할 만한 계층이라던가 혁명을 가능케 하는 동력 따위는 소멸되었거나 스스로 억제하는 시대이자 공간이 배경이 되고, 그런 가치에서 일탈했거나 일탈을 동경하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실패로 귀결된다. 따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듯하다.


5.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헤엄, 2018

한 자리에서 누군가의 하루 혹은 일주일이나 한 달간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하루에 하나씩 그의 글을 받아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지금 와서 읽는 글이 그때와 달라진 만큼 그와 나 또한 변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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