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알고 있었다. 내가 우울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무력감과 울적함을 항상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우울은 점점 차올랐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일로 채워진 삶은 데굴데굴 의지와 관계없이 굴러가고 있었으므로 우울을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울적할 것이기에 그저 그렇게 살아나갔다. 나는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의 모든 순간들 사이에서 나의 못난 점들만 두둥실 떠올랐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과거에 대한 끝없는 자책
주변인들에게 상처 주었던 기억
그런 나에게 가해질 비난
같은 것이 한 번에 몰려왔다.
행복했던 순간은 그에 비하면 사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생각은 나를 점점 더 깊은 우울에 빠트렸다.
그때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됐는데
그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됐는데
내가 그렇게 말해서, 그렇게 행동해서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준 걸까
그런 나는 얼마나 쓸모없는 인간일까
대체 왜 살아서 이런 문제를 일으킨 걸까
이 우울을 결코 헤쳐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과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책으로 돌아왔다. 그날부터 잠을 들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 들었다가도 10분, 20분이 지나면 심장이 아파 잠을 깼다. 불면이 시작됐다. 밤이 되면 불안은 더 심해졌다. 누군가가 나의 과오를 모두 공개하는 상상,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떠나가는 상상. 극단적인 망상이 나를 사로잡았다. 해가 밝아오는 걸 함께 지켜보며 잠을 설쳤다.
며칠을 그런 상태로 버텼다.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죽을 순 없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그 순간 나에게 찾아온 우울이 나만의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할) 거라는 생각에 닿았다. 지금까지 우울함을 무기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휘두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우울을 또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비난하지 않을까. 그래 놓고 '난 우울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어'라며 변명거리로 삼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선 안 된다.
내가 상처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줄 권리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우울을 극복하기로 결심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