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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Aug 08. 2021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내 삶을 망치고 있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게 행동한다면, 원리와 원칙을 지킨다면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였을까. 앞뒤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 정이 떨어지다 못해 화가 나더라고.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씩은 있을 거야. 그래. 바로 그런 사람들. 나는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도 은연중에 그런 사람들이나 사회를 비난하기도 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에 화가 많이 나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확인하려 했던 거 같아.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지.


근데 그런 말을 하거나 글을 쓰고 나면 묘하게 불편한 마음이 들더라. 어딘가 찜찜한 거야. 이유는 몰랐지. 그래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항상 노력했어.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다 하려고 했던 거 같아. 모르는 게 있으면 책을 찾아봤고, 부당한 일이 있으면 먼저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그건 노력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여겼고.



이상적인 내 모습에 도달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착각

근데 있잖아. 사람은 절대 완벽하지 않아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자아에 도달할 수 없대.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이상적인 자아를 만들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다는 거지.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만족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하는 거지.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도착할 거 같은데 포기할 수는 없잖아. 내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얻으려고 했던 내 모습이 몇 발 앞에 있는데 말이야. 그 몇 발만 떼면 되는데 어떻게 그걸 포기하겠어. 근데 참 이상하게 그 몇 발이 떼어지지를 않더라. 나는 분명 몇 걸음 더 앞으로 간 거 같은데 도착을 안 하는 거야. 잡힐 듯 잡히지는 않고 점점 더 힘들어지고. 내가 생각하는 거랑 삶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너무 지치는 거야.


왜 그럴까. 나는 내 노력이 부족해서인 줄 알았어. 그래서 해야 할 일을 더 찾았지. 근데 문제는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이 실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더라고. 현재의 나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마저 현재의 나와 괴리가 있었던 거야. 내가 아는 내 모습마저 스스로 보정을 한 거지. 왜냐고? 실제 내 모습에는 인정하기 싫은 내가 있거든.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어. 앞과 뒤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거짓말도 했고 문제 상황에서 도망치기도 했어. 거기가 실제의 내가 있는 곳인데 인정을 못 했던 거지. 내 위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몇 발만 더 가면 이상적인 내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던 거야.


그런 내 모습마저도 내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불과했다



자기 객관화를 방해하는 인정 욕구

내 모습을 이제야 들여다보게 되었어. 나도 엄청나게 많은 잘못과 실수를 했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았더라.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거야. 완벽하고 순결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내가 이렇게 많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살아왔다는 걸 말이야. 근데 지금에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겠더라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하는지 모르고 말이야.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기도 했던 거야. 평범한 걸 못난 걸로 생각한 거지. 완벽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진짜 내 모습을 바라보려 하지 않은 거지. 하지만 무의식으로는 알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대화를 하고 글을 쓸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겠지. 결국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나를 망치고 있던 거야. 그래서 나는 이런 나를 인정하기로 했어. 잘못과 실수를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아니잖아.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인정하려고.


내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숙제가 많이 밀려있더라. 용서와 사과를 구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일들도 많고. 그만큼 내 삶과 내 잘못들을 오랫동안 회피하고 부정해 왔던 거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것도 내 모습이고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깐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인정할게. 나는 좋은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도 아니라는 거. 아니 못난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그리고 내가 비난했던 사람들의 모습 사실 내 모습이었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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