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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10. 2016

텁텁한 황탯국

용대리

속초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읍을 지나 조금만 가면 황태의 고장 용대리가 나온다. 용대리에 접어들면 양방향으로 황태 음식을 파는 곳이 즐비하게 서 있다. 2002년부터 일 년에 두어 차례 이상 출장으로 다녔으니 몇십 번을 다녔다. 오다가다 혼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황탯국이니 자주 애용했다.

2002년에 먹었던, 중간에 먹었던 황탯국을 떠올려 보면 이번에 먹었던 황탯국만큼 텁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해가 바뀔수록 개운했던 왕태국이 갈수록 색이 진해지고 텁텁해진 듯하다.

황태를 물에 불리고 참기름 살짝 넣어서 볶고 끓이는 음식이 황탯국이다. 여기에 두부나 파 정도 올리면 그만이다. 황탯국의 레시피는 간단다 하다. 황탯국이 텁텁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텁텁함의 주범은 "참기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식당에서 제대로 된 참기름을 사용할까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 참기름의 향만 가진 향신 참기름을 사용하지 않을까 한다.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에 향만 넣은 기름 말이다. 기름도 기름이지만 색이 진해야 진국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명하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기름 사용양이 점점 더 늘었을 거라 추측할 뿐이다.

황태는 그 자체로 맛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거기에 맛을 더한다면 황태 대가리로 육수를 내고 거기에 황태 채만 넣고 끓여도 충분히 맛이 날 수 있음에도 그놈의 '진국'이 뭔지. 황탯국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개운한 황탯국이 그립다.


#MD의 식탁

사족 1. 황탯국만 맛있게 해다오. 반찬은 깍두기 하나만 있어도 된다.

사족 2. 금년만 세 군데서 먹었는 데 거의 비슷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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