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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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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Oct 26. 2016

주꾸미 젓갈

가을 주꾸미는 맛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잘 못된 표현이다.


낙지나 주꾸미는 문어과의 이웃 사촌지간이다. 낙지는 영어 이름이 long arm Octopus이고, 주꾸미는 wetfoot Octopus다. 낙지는 서식지에 정착을 하는 종이고, 주꾸미는 회유하는 종이다. 백과사전에도 낙지는 중형의 긴 다리를 가진 문어로, 주꾸미는 다리 길이가 비슷한 문어로 설명하고 있다. 주꾸미는 봄에는 빈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빈 소라 껍데기가 신혼방이고 산란장이다. 가을은 왕성한 먹이 활동을 이용해 가짜 새우 모형으로 잡는다.  


봄 주꾸미를 별미로 치는 것은 머리라 알고 있지만 실상은 몸통에 든 알 때문이다. 어류의 알이 맛없는 것은 드물다. 단백질과 지방이 가득 찬 맛이다. 문제는 봄철에 먹는 모든 주꾸미가 암놈이 아니라는 데 있다.  봄철 별미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닷가로, 혹은 도심 식당에서 주꾸미를  샤부샤부나 철판구이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알을 먹고 나면 몸통이나 수컷이 있는데 식감이 보드랍지 못하고 질겅 씹힌다. 이는 주꾸미는 봄철이 생일이고, 다음에 봄철이 기일로 1년만 산다. 따듯한 봄철에 태어나 찬바람 부는 늦가을까지 성장하고 겨울이 오면 따듯한 먼 바다로 갔다가 산란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봄철에 돌아온 주꾸미는 수정과 산란을 위해 몸의 에너지를 모두 쓴다. 먹이도 먹지 않고 에너지 즉, 지방이나 단백질 등 몸에 있는 것을 소진하니 근육만 남은 상태가 돼 질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가을 주꾸미는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먹이 활동이 왕성하고, 몸 구석구석 에너지가 가득하다. 게다가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안 되어 근육도 보드랍다. 봄 주꾸미를 씹는 맛과는  비교불가다. 주꾸미 한 마리 전체를 보고 맛을 이야기한다면 봄철, 알 조금의 맛보다는 지방과 단백질이 가득한 가을 주꾸미가 훨씬 낫다.


봄철 주꾸미는 이제 그만 먹자. 종 보호 차원에서도 그렇고 맛의 차원에서도 그렇다. 주꾸미는 흔하다 보니 법으로 정해진 금어기가 없다. 흔하게 먹다 잘 못하다가는 동해 바다에서 사라 진 명태 꼴 난다. 바다가 화수분처럼 무한정 무엇가를 내주지 않는다. 사실 가을에 낙지만 맛있는 게 아니라 연안에 있는 모든 생선이 맛이 든다. 추운 겨울나기 위해서,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몸 가득 에너지를 꽉꽉 채운다. 생선 살의 에너지는 곧 맛이다. 맛없는 봄철에 얼마 안 되는 알을 먹기 위해 애쓰지 말자. 가을 주꾸미는 봄 주꾸미보다 몇 배 더 맛난다.





가을에 낚시를 갔다 오면 항상 주꾸미 젓갈을 담근다.


젓갈 담그기는 의외로 쉽다.


주꾸미를 세척하고, 몸통 내장을 뺀다.


물을 뺀 다음 소금만 넣고 냉장고에 넣어 두기만 하면 된다.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주꾸미 중량의 10% 정도 넣고 잘 섞으면 된다.


짧게는 1 주일, 길게는 4 주 정도면 맛있는 젓갈이 된다.


숙성한 젓갈을 쌀뜨물에서 짠기를 빼고

물기를 제거한 다음  고춧가루, 꿀(조청), 마늘, 참기름, 청양고추, 대파 등을 넣고 조물조물 대충 무치기만 해도 맛있다.


 며칠 숙성시키지 않고 조미료로 맛을 낸 시판 젓갈이 1,000CC 자동차라면, 제대로 숙성한 주꾸미 젓갈은 3,500CC 승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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