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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24. 2017

아마쿠사 다이오

구마모토 현의 닭구이

토종닭 구이에 잘 짓은 밥. 최고의 궁합이다.

아마쿠사 다이오

십 년의 공을 들여 복원한 구마모토 현의 토종닭 이름이다. 아마쿠사는 구마모토 현의 세 번째로 큰 도시지만 나가사키와 구마모토 사이의 큰 섬들이 모인 군도다. 다이오(大王)는 말 그대로 닭의 대왕이다. 90cm 전후에 몸무게는 5~7kg 정도 나가는 대형 종이다. 보통 브로일러가 2kg 정도에서 도계 하는 것조다 몸집이 두 세배 크다. 물론 사육 기간은 브로일러 30일에 비해 훨씬 긴 100일~150일이 걸린다. 우리나라 토종닭인 청리닭은 6개월 정도 지나야 겨우 2kg이 넘는 거에 비해서도 상당히 큰 닭이다. 그런데 이 닭이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 조미료를 뿌린듯한 감칠맛은 둘째 치더라도 쫄깃한 식감이 압권이다. 구마모토 현의 작은 도시에서 다이오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야마쿠사 다이오로 만드는 요리는 라멘, 덮밥, 꼬치, 숯불구이, 회 등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회와 숯불구이를 먹었다. 회 종류도 가슴살과 근위, 간 세 가지 중 선택 주문할 수 있었다. 언제 또 올지 몰라 세 가지 다 주문했다. 물론 숯불구이도 따로 청했다.

닭똥집. 근위 모래주머니라 표현하면 맛이 안 산다.

우선 생간. 선명한 핑크빛이 도는 생간의 겉모습은 흡사 홍어 애와 색감이 비슷했다. 작은 간 조각 안에 녹진한 맛이 가득하였다. 피비린내 전혀 없이 다른 일본 지역에서 먹었던 닭간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한 그릇에 같이 나온 근위는 쫄깃한 젤리, 가슴살은 그보다 조금 말랑한 젤리의 식감이었다.

 닭 회를 즐기는 사이 뼈를 발라내고는 밑간 하지 않은 닭고기가 나왔다. 숯불 위에 고기를 얹고는 즉석에서 소금만 뿌렸다. 닭 맛이 워낙 좋기에 소금 간과 숯불 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구워주는 사람의 설명이었다. 설명하는 모습에서 닭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났다. 고기가 얼추 익으니 고기를 숯불 열기가 미치지 않는 구석으로 고기를 모았다. 몇 분 뜸 들인 후 고기를 다시 숯불 중앙으로 옮겨 열기를 쬔 후 먹기를 권했다. 그렇게 해야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설명대로 하고 고기 한 점을 씹었다. 짝짝 씹혔다. 딱딱했던 껌이 몇 번의 저작으로 부드러워지고 단물이 나올 때처럼 살을 씹으니 탄탄한 겉껍질 속에 부드러운 속살이 있고, 단맛과 감칠맛이 혀를 적셨다. 콧속은 물론 숯 향으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맛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없었다. 전라도 남원이나 구례에서 먹었던 숯불구이가 이런 맛이었나 생각해봐도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닭 중에서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청리닭이나 제주 재래닭으로 해보면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리닭이나 재래닭을 오븐구이 했을 때의 쫄깃함이 아마쿠사 다이오 숯불구이 식감 하고 비슷했다.

아마쿠사 다이오는 맛있다. 맛있었음에도 사라졌다가 복원 과정을 거쳤다. 사라진 이유는 단순하다. 외래종인 브로일러에 비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다. 적은 사료를 먹고도 성장이 좋아 빨리 출하할 수 있는 것들이 대우받던 시절에 사라졌다. 우리네 토종닭도 이와 같은 이유로 사라졌다가 복원했지만 일본의 토종닭 하고는 소비하는 문화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토종닭 하면 백숙이다. 좀 다르다면 닭도리탕이다. 조리법으로 보자면 닭긴계(鷄)긴이다. 전라남도 구례나 순천 등지에서는 일부 숯불구이를 하는 곳도 있지만 그냥 삶아 먹는다. 푹 삶는다는 것은 닭고기의 콜라겐을 연하게 만든다. 쫄깃함은 사라지고 살은 마냥 부드럽다. 토종닭 삼계탕을 봐도 젓가락으로 다리뼈를 쏙 발라낼 정도로 푹 삶는다. 그게 맛이라 생각한다. 토종닭 맛은 쫄깃함이 원천이고, 감칠맛이 윤활유지만 우리는 그 맛을 즐기지 못한다. 
토종닭을 복원한다는 것은 종의 복원이라는 관점 외에 맛에 대한 다양성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브로일러의 연한 식감을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필자처럼 쫄깃함을 찾는 이도 많아지고 있다. 2년 전 서교동 진진에서 제주 재래닭 치킨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중식 대가의 튀김 솜씨에 재래닭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요리 재료로서 토종닭의 변주 가능성을 봤다. 재료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것만큼 요리도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토종닭은 삶아 먹을 수도 있지만 구워 먹는 것도 맛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 식당의 밥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히노히까리를 쓴다. 규슈지역에 맞게 육종한 품종이다. 현지에서는 고시히까리의 아성을 뒤엎은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좋은 쌀로 갓 지은 밥에 닭구이 한 점 올려 먹었다. 한식의 몇 첩 반찬, 줄줄이 시간차로 나오는 료칸의 가이세키도 필요 없었다.


http://www.sanzo-jid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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