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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07. 2017

1박 2일 출장 이야기

문경, 의성, 부산, 무주 

가을은 식품 MD에게 추석과 동의어입니다.


기온이 시나브로 내려 가을이 왔음을 직감하면


추석이 코 잎입니다. 


몇 가지 상품, 특히 사과를 보러 간 출장지의 풍경과 이야기입니다.


서울을 떠나, 양천구에서 경부를 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새로 난 광명-수원 간 고속도로 해서 봉담에서 동탄으로 가거나 아님 평택 화성 간 고속도로를 타서 다시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를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동안 양천에서 경부를 아침 출근 시간에 타려면 두 시간 정도 걸렸지만 요새는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탑니다. 출장이 잦은 저에게는 축복 같은 도로입니다.


아침나절 고속도로를 타고 문경으로 갑니다.

중부내륙을 타기 위해 평택-제천을 달리는데 김기사(카카오 내비, 버릇이라 항상 김기사라 합니다. 김기사를 카카오에서 매입했습니다)가 음성으로 빠지라 합니다. 중부내륙은 잦은 공사로 지체가 많은 곳입니다. 별 고민 없이 빠집니다. 대충 음성에서 괴산으로 해서 세재를 넘어가는 노선이 그려집니다. 출장이 많아 대충 길을 압니다. 음성을 빠져 국도를 달리니 금세 문경에 도착합니다.

후배 만나 점심을 약돌 돼지로 합니다.

약돌은 문경에서 나는 화강암의 일종입니다.

사료에 약돌을 첨가해 사육한 돼지입니다.


사료에 무엇을 첨가한다는 것은 육질 개선을 목적으로 합니다.

다른 돼지보다 맛있습니다. 다만

사료의 첨가나 사육법의 개선은 육질의 변화를 줍니다. 하지만 종이 가진 기본적인 한계는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자동차 튜닝을 통해 성능을 개선해도 원래 차종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맛있습니다만 YBD(요크셔, 버크셔, 듀록의 삼원 교배종) 보다 맛있다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약돌 돼지는 YDL(요크셔, 듀록, 랜드레이스 삼원 교배종)입니다. 


문경 중심상가를 가로지르는 인공 실개천 

중간중간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선비 조형물이야

과거 보러 문경 새재 넘어가던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 먹은 사과에 여성의 몸을 형상화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문경도 사과 산지입니다. 맛 좋은 사과가 납니다.

사과 씨앗은 유두고 

여성의 몸과 먹다 버리는 사과 씨앗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 한 건지.

다른 지역의 괴기스러운 조형물과 비교해 크기만 다를 뿐 황당함의 그 키는 같았습니다.

문경과 예천 사이입니다.

노란 물이 드는 들판 사이의 색 경계가 분명합니다.

짙은 곳은 조생벼가 자라고

아직 파란 기가 있는 곳은 만생 벼입니다. 아마도 조생 벼는 '운광'이라는 벼일 듯합니다. 대부분 조생 벼로 운광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15분 정도 달리면

삼거리 주막이 나옵니다. 


점촌에서 의성을 가는 방법에는 고속도로로 있습니다. 최근에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생겨 한결 편합니다만

고속도로를 달리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으나 소소한 풍경을 놓치거나 계절이 주는 색을 놓칩니다. 그래서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4차선 국도보다는 2차선을 선호합니다.


의성의 사과 산지를 갔더니 탄저병에 모든 사과가 병들었습니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하늘과 동업입니다.

참으로 지난한 일입니다.


부산으로 서둘러 갑니다.

영도 다리 근처에 숙소를 잡습니다. 호텔 앱으로 숙소를 잡습니다. 예전에는 근처 깨끗한 모텔을 고르고 골랐지만 세상이 편해졌고, 어두운 모텔보다는 비슷한 가격의 호텔이 훨씬 편합니다. 

영도 호텔 bay hound에도 본 풍광입니다.

여장을 풀고

숙소 앞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밤소님을 맞기 위해 포장마차가 펼쳐집니다.

영도 근처를 돌다

생선구이 정식으로 합니다.

부산은 수 십 번 왔지만

따로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귀찮은 것도 한몫 하지만

돌아다니며 처음 가보는 집 구경 재미가 쏠쏠합니다.

실패했을 때의 자책감도 들지만 나름 출장의 재미를 더 합니다.

숙소에서 쉬다가

야식을 먹으로 나왔습니다.

우동 한 그릇 합니다.

4천 원입니다.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닙니다.

포장마차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 포차의 풍경을 봅니다.

부산의 밤이 우동 한 그릇과 함께 깊어집니다.

부산을 다니다 보면 다른 도시와 다른 맛이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와 번쩍번쩍한 아파트.

언덕 위의 집, 해안가의 집

그리고

골목


아침입니다.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퉁치고

남천항으로 갑니다.

명란 공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송도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명란 파스타로 유명한 아미치에서 점심입니다.

명란 파스타, 새우 샤프란 리조또를 먹었습니다. 물론 두 명에서 다른 것을 주문하고 나눴습니다. 백문의 불여일식입니다. 

서둘러

무주로 향합니다.

추석 전에 팔 사과를 보러 갑니다.

"홍로" 품종입니다.

저장성은 떨어져도 아삭한 맛과 당도가 좋습니다.

무주 안성면으로 갑니다.

덕유산 산자락이라 평지처럼 보이지만 

해발고도 450m입니다.

비가 추척추적 내립니다.


비 한 방울에 온도가 0.0001도씩 내리는 듯 더위가 주춤 거립니다.

빗속에서 코스모스가 가을이 깊어짐을 알립니다.


문경, 의성, 부산, 무주를 돌아 집에 오니

945km가 나옵니다.

긴 거리이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출장이지만 이 또한 여행의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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