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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11. 2018

전복.. 지금이 제철

벚꽃이 필 때

3월, 봄이다. 육지에서는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살짝 보인다. 

남녘으로 출장이다. 

매해, 매달 나서는 길이지만 40대 후반의 장거리 운전은 점차 부담이 거리만큼 증가한다. 남해로 출발한다. 2007년 처음 갔던 곳이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다녔다. 그 사이 남해군에서 전복 양식으로 쇠퇴하고 완도 전복이 전국 제일이 됐다. 남해 군도 전복은 완도에서 받는다. 여행지에서나 식당에서 먹는 전복 중 열에 여덟은 완도산이다. 물론 제주에서 먹는 전복요리도 99% 완도산이다. 요리하는 사람과 수족관 바닷물만 제주 것이다. 남해 생산자도 전복 생산지를 완도로 옮겼다. 옮긴 이유는 하나다.  

완도 전복 양식장. 전복 양식장 옆에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을 같이 운영한다. 

미역과 다시마 때문이다.  

전복은 해초를 먹고 산다. 그 중 미역을 좋아한다. 미역은 한 여름엔 사라졌다. 늦가을부터 자라기 시작해 늦봄까지 성장한 다음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다시마는 나지만 미역은 사라진다. 겨우내 싱싱한 미역을 먹고 자란 전복은 맛있다. 겨울 전복이 달다 말한다. 좋아하는 미역을 듬뿍 먹은 전복이 맛없을 리 만무하다. 다시마마저 사라진 여름 전복은 맛이 짜다. 먹이가 없다 보니 살 속에 비축했던 에너지로 연명한다. 호흡은 해야 하니 바닷물만 내 뱉는다. 포도당을 생존 에너지로 활용해 여름을 보낼수록 단맛이 빠지고 짠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복은 지금이 제철이다. 

미역을 듬뿍 먹은 전복의 단맛을 느끼기 딱 좋다. 완도에서 생산해 하루, 이틀 정도 깨끗한 수족관에서 보관한 다음 포장해 발송한다. 

산지에서 먹으면 제철 전복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지만 현실은 어렵다. 다만 산지에서 식탁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최선이다.  

나뭇가지에 새순이 살짝 고개 내 미며 봄을 알리지만 바다는 여전히 겨울이다. 육지에 벚꽃이 졌을 즈음 비로소 봄에 들어선다. 겨울 전복은 단맛이 돈다. 육지의 여름이 올 때까지 전복은 맛있다.   


2. 

난지형 마늘대가 한참 올라 온 남해를 빠져 나왔다. 물회 전문 식당에서 점심 해결하고자 했지만 먹지 못했다. 2인분 이상만 판다고 거절이다. 

남해 서면 서상항. 작은 포구다

혼자 다니면 국밥이 최고다. 남해 읍내에 있는 회나무 식당으로 갔지만 점심 장사 마감이다. 되는 일 참 없는 하루였다. 시금치는 철이 끝나가는 듯 밭이 휑하다. 늦게 난 시금치들만 듬성듬성 자리 차지 하고 있다. 광양에서 1박하고 하동으로 간다.

벚꽃이 아닌 벚굴이 유명한 망덕포구.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난다. 대부분의 강 하구에 둑이 생겨 다른 곳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제첩도 하동에서만 난다. 섬진강 제첩은 유명한 것이 아니라 유일한 것이다. 

 매화 축제는 아직이다. 성질 급한 녀석 중 꽃이 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예상은 맞았다. 한참 꽃봉오리를 키우는 와중에 벌써 꽃망울 터뜨리고 있었다. 하동에서 구례로 넘어가는 길 대신 광양 다압에서 구례로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다니는 차가 없어 호젓하게 오른편의 섬진강 보며 갈 수 있다. 

다슬기 수제비로 아침을 먹었다. 구례-하동 일정이라면 한 끼는 꼭 먹는 식당이다.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 졌는지 모르겠지만 짜다. 먹는 둥 마는 둥 허기만 달래고 담양으로 간다. 한과 업체와 과자 업체 방문이다. 곡성읍내에서 짠맛을 달래기 위해 몇 개 없는 까페를 찾았지만 오픈 전이다. 10시 30분이 넘었음에도 지방은 지방인갑다 혼잣말 하고는 이내 길을 나섰다. 전주에서 잠깐 일보고 시간을 보니 2시다. 내비 검색하니 서울 집 소요시간이 3시간 남짓, 조금만 지체하면 금요일 정체에 물릴 듯싶다. 금요일 오후 4시 전에 경기권에 들어 서지 못하면 소요시간이 5시 정도로 는다. 커피 한잔과 기름을 채우고 이내 고속도로로 올라 탄다. 평소보다 조금 많은 차, 역시 금요일다웠다. 금요일은 지방에서 일보고 주말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차가 많고 월요일은 내려가는 차가 많다. 다년 간 출장 길에서 얻은 경험이다. 화장실 가는 빼고 그대로 달려 서울에 오니 예상 시간대로 들어왔다. 980km 주행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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