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D의 식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Nov 08. 2019

사계절 인천의 맛_가을

쌀, 고구마, 꽃게, 새우 

가을이 오면, 이문세의 노래 '가을이 오면'을 가끔 흥얼거린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비친..." 이 노래를 들으며 고구마 산지를 가곤 했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햇살 아래서 먹는 고구마가 정말 맛있다. 아니, 사실은 맛없다. 고구마는 일정 기간 후숙해야 맛이 좋아진다. 후숙 하지 않은, 밭에서 금방 수확한 고구마는 맛없다.

고구마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늘에 보관하고 후숙 한다. 이 과정에서 고구마는 수확하는 도중에 상처 난 부분을 스스로 치료하면서 여분의 수분을 증발시켜 저장성을 높인다. 날아간 수분만큼 당도가 올라간다. 고구마는 초가을보다는 늦가을, 늦가을보다는 초겨울이 더 맛있다. 숙성이 충분한 겨울 군고구마가 가을 것보다 달다.

고구마는 전국 어디서나 난다. 많이 재배하는 곳들이 유명하다. 황토가 좋아서, 바닷바람이 좋아서... 고구마가 맛난 이유는 구구절절하다. 사실 황토가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아마 화산토가 많은 제주 조천을 제외하고는 황토밭이 없는 데가 없다. 

바닷바람은 백두대간의 서쪽만 제외하고는 다 분다. 양양 앞바다에서 분 바람이 설악산을 넘는 순간 산바람이 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아마도 저 지역들을 빼고는 바닷바람이 분다.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바닷바람을 내세울 수 없는 곳은 내륙인 충청북도뿐이다. 바닷바람이 불지 않는 충북 고구마도 맛있다.


다른 고구마와 달리 고구마 껍질 색이 다른 백령도 고구마

백령도, 장봉도, 연평도 섬에도 황토가 있고,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분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이곳 고구마도 여느 지역의 고구마처럼 10월에 수확한다. 수확하는 시기는 같지만 세 곳 섬에서 나는 고구마(이하 섬 고구마)는 다르다. 섬 고구마라서 특별한 건 아니다. 바닷바람이 불어서는 더욱더 아니다. 


백령도 고구마밭. 7월이었다. 멀리 보이는 섬 아닌 육지는 북한이다.  육지의 끝은 장산곳이고 춘향이가 빠졌다는 인당수다.

고구마의 품종이 다르다. 흔히 고구마는 물고구마와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세 가지로 구분한다. 밤고구마는 식용, 물고구마는 주정용(공장에서 만드는 알코올)이었다. 두 고구마 사이에 호박고구마가 끼어들었다. 주정용으로 쓰던 물고구마는 저렴한 타피오카 전분에 밀려 거의 사라졌다. 


흔히 물고구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로 구분하지만 정확한 고구마 구분은 점질과 분질 고구마로 구분해야 한다. 물고구마처럼 부드러운 고구마는 점질, 삶아도 진득거리지 않고 덩어리로 부서지는 밤고구마가 분질 고구마다. 점질과 분질의 특징을 둘 다 갖고 있는 중간질 고구마도 있다. 수확했을 때는 분질, 저장이 길어지면 점질로 바뀌는 것도 있다. 호박고구마가 중간질 고구마다. 


섬 고구마의 껍질은 자줏빛 진한 다른 고구마와 달리 흰색이라 우기면 흰색일 듯하다. 보통 백색고구마라고 부른다. 백색고구마는 생김새로 부르는 이름이지 품종 명은 아니다. 옹진군 농업기술센터 설명에 따르면, '율미 계통의 물고구마'라고 한단다. 


섬 고구마가 알음알음 알려진 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름 하나 없다. 백색고구마가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게 그리 어려웠나 싶다. 섬 고구마는 물고구마의 일종으로 찌는 것보다는 굽는 게 맛있다.

굽는 게 맛있다. 꿀을 바른 듯 반질반질한 표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난다.

백령도, 연평도, 장봉도의 백색고구마와 달리 강화도에서 나는 고구마는 속노랑고구마다. 속노랑고구마, 호박고구마 둘 다 점질 고구마 집안 품종들이다. 열을 받으면 물기 가득 머금은 육질에는 물기뿐만 아니라 당분 또한 가득해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다. 


고구마도 수입 종자, 특히 일본에서 육종한 종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안노베니, 베니하루카 등이 대표적이다. 베니하루카는 '꿀고구마' 혹은 '첫사랑 고구마' 등으로 팔리지만 일본 품종이다. 강화 속노랑고구마는 재래종이다. 강화도에서 예전부터 농가에서 재배하던 것이 조금씩 알려져 유명해진 결과 이름마저 속노랑고구마가 됐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고구마는 씨앗을 뿌려 재배하지 않는다. 감자는 감자를 잘라서 심으면 감자가 난다. 고구마는 겨우내 모종을 키운 뒤 늦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모종 관리를 하지 않으면 고구마 품질이 떨어진다. 강화도 속노랑고구마가 계속해서 유명해진 까닭은 철저하게 모종 관리를 한 덕분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와도 속노랑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 저장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겨울이 지나면 햇고구마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8월까지는 강화도에 있는 로컬 매장에 가면 살 수 있다. 굽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구운 고구마를 냉동한 것도 있어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구운 고구마는 간식으로도 좋지만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아침에 일어나 씻기 전 냉장고에서 고구마를 꺼내 놓으면 식사 준비 끝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구마를 꾸준히 먹으면 먹을수록 아침나절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몸은 가벼워진다. 고구마가 아무리 좋아도 '꾸준히'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가을에 가장 맛있는 것은? 질문을 던지면, 익히 들었던 식재료를 이야기한다. 가을 전어, 가을 낙지, 대하를 비롯해 과일 좋아하는 이들은 사과나 배, 밤, 감을 이야기할 것이다. 24년 차 식품 MD인 필자는 서슴없이 답한다. 가을에 가장 맛있는 것은? '쌀'이다. 사실 가을 전어가 맛있다고는 하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전어조차 맛이 드는 계절이 가을이라 생각한다. 


제법 큰 섬인 백령도에서도 쌀은 나지만 섬에서 소비할 정도다. 전국 섬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나지막한 산과 산 사이에 제법 넓은 들판이 있다. 강화도에서 나는 쌀 품종은 대략 세 가지. 일본에서 육종(育種)한 고시히카리, 추청과 국내 육성 품종인 삼광이다.


삼광 쌀은 1989년 육종을 시작해 2003년에 품종을 등록했다. 삼광 쌀은 충남, 충북, 경기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쌀 품종이다. 오대쌀 품종이 일조량이 적은 강원도 풍토에 맞듯이 삼광은 경기권에 딱 맞는 품종이다. 경기권에서 재배한 삼광 쌀이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보다 밥맛이 좋다는 평이 많다. 


밥맛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쌀 전분의 일종인 아밀로스 함량으로 밥의 차진 정도를 평가한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으면 밥맛에 차진 맛이 떨어진다. 동남아에서 먹는 인디카 쌀의 아밀로스 함량이 20%가 넘는다. 반면 우리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종의 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17~19% 정도다. 


맛있는 쌀은 쌀포대에 품종 이름이 하나만 있다.  쌀 포대 표시에 품종명 대신 '혼합(미)'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이 있다. 혼합미는 가격은 싸다. 가격이 싼 이유는 오래 묵은쌀, 가공용 쌀, 밥맛이 떨어지는 다수확용 등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정된 양곡 표시법에 따르면, 혼합미의 경우 혼합 비율을 표시해야 한다. 단일 품종 쌀과 혼합미는 20kg 포대 기준으로 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한 끼 기준으로 쌀 가격을 계산하면 단일 품종하고 혼합미 하고 한 공기당 100~200원 차이다. 3인 가족 기준으로 한 끼에 껌 한 통 값 차이지만 밥맛은 차이가 크다.


서해 북단의 바다는 수온이 낮다. 가을이 오면 아침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저녁에 골짜기 바람이 강화도에 분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벼는 쌀알에 단맛을 채운다. 곧 닥칠 서리와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다. 강화도에는 섬 쌀을 파는 곳이 많다. 섬 쌀 브랜드만 보지 말고 품종명이 '삼광'인지 확인하는 게 더 맛있는 쌀을 고르는 방법이다.


순무김치와 햅쌀의 궁합은 말할 필요가 없다.

순무는 사시사철 나고, 김치를 담근다. 강화도 순무 김치가 유명해서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양념은 같아도 순무의 맛이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기온이 30℃가 넘는 여름에는 무엇이든 맛없다. 특히 차가운 온도를 좋아하는 작물들은 더 맛없다.

 


꽃이 '열 십(十)'자 모양으로 피는 식물의 집안을 '십자화과'라고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무, 배추, 양배추, 갓, 고추냉이 등이 대표 작물이다. 십자화과 채소의 특징은 톡 쏘는 매운맛, 그 가운데 '갑'은 고추냉이다. 갓 또한 톡 쏘는 맛이 매력 있지만 순무 또한 갓 못지않게 톡 쏘는 매운맛이 있다.


십자화과 식물들은 20℃ 이하가 적정 온도다. 영하 언저리로 떨어져도 상관은 없지만 20℃를 넘으면 제대로 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여름에도 강원도 고랭지에서 배추나 무가 나는 이유가 적정 온도 때문이다. 높은 고도의 태백이나 대관령은 밤이 되면 20℃ 언저리로 떨어져 여름작물도 잘 자란다. 


늦가을에 부는 찬바람은 단 바람이다. 찬바람은 만물에게 곧 겨울이 온다는 사실을 알린다. 육지에서, 바다에서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을 몸에 가득 채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맛은 옹골차 진다.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에 손을 감추면 강화도 순무는 최상의 단맛을 내기 시작한다. 


지난해 봄에 담가 놓은 밴댕이 젓갈과 가을 순무가 만나면 춘향과 이 도령 이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1년 이상 묵은 강화도 추젓을 더하면 극강의 맛이 된다. 강화도 풍물시장에 가면 순무김치 담그는 가게가 몇 군데 있다. 즉석에서 순무 김치를 버무리는 것도 볼 수 있고, 살 수도 있다. 


무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김치는 겉절이 정도다. 겉절이는 익으면 매력이 떨어진다. 순무김치는 바로 무친 것도 겉절이처럼 먹을 수 있고, 익으면 익을수록 곰삭은 매력이 있다. 풍물시장에서 순무김치 한 점 얻어먹으면 0.03초 내로 밥 생각이 난다. 먹어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긴다.


강화도 순무는 다른 지역의 순무와는 달리 독특한 맛이다. 강화도에서 재배하던 재래종에 1900년 초 영국 선교사가 가져온 유럽종 순무를 강화도에서 재배하면서 둘 사이에서 자연스레 교배종이 탄생했다. 오늘날의 강화도 순무가 독특한 맛을 내는 까닭이다. 곰삭은 밴댕이나 새우 젓갈이 풍부한 지역 덕에 단단한 순무가 맛있는 김치로 변신할 수 있었다.

맛있는 순무에 좋은 젓갈 생산하는 강화도이니 김치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새우젓은 시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동백하젓(1월), 오젓, 육젓, 추젓 등 나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른다. 새우젓 가운데 육젓을 최고로 친다. 육젓 산지로는 전남 신안이 유명하지만, 가을 새우는 강화도가 '갑'이다. 시기에 따라 새우를 달리 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새우의 종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 


새우젓은 다양한 작은 새우의 집합체다. 젓새우, 그라비새우, 돗대기새우, 밀새우 등 네 가지 새우가 주로 잡힌다. 3월의 강화도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밀새우이고, 9월에는 젓새우가 가장 많이 잡힌다. 젓새우는 연간을 기준으로 해도 가장 많이 잡힌다. 계절에 따라 새우젓 맛과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다.


젓갈용 새우는 추운 겨울 제외하고는 항상 바다에서 잡지만, 사람들은 쌀쌀해지는 가을이 돼야 강화도 새우젓을 떠올린다. 새우젓이나 생새우를 빼고 김장을 말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지역은 새우젓 대신 갈치속젓이나 까나리, 멸치 액젓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젓갈은 기본적으로 발효 보조제이면서 조미료다. MSG는 다시마에 있던 글루탐산(Glutamic acid)을 공업적으로 만든 것이다. MSG 자체로 감칠맛이 나지만 핵산을 만나는 순간 맛이 더 좋아진다. 핵산이 비싼 가격이기에 가정용 조미료에는 핵산이 5% 정도만 혼합돼 있고, 대용량 포장에는 들어 있지 않다.


새우젓을 비롯한 젓갈은 글루탐산과 핵산을 함유한 훌륭한 조미료다. 젓갈 사용이 익숙해지면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횟수가 늘어난다. MSG로 맛을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맛도 비슷하지만, 젓갈은 쓰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젓국갈비

충남 서산이나 태안에 가면 '우럭젓국'이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말린 우럭을 쌀뜨물로 끓이면서, 맛은 새우젓으로 낸다. 강화도에는 '젓국갈비'라는 음식이 있다. 핏물을 빼 돼지갈비에 갖은 채소를 넣고 맑게 끓인 음식이다. 우럭젓국처럼 간을 새우젓으로 한다. 


우럭젓국이나 젓국갈비나 건더기도 건더기지만, 국물이 핵심인 음식이다. 채소에서 나온, 고기나 생선에서 나온, 그리고 젓갈이 품고 있는 감칠맛 세 가지가 오롯이 국물에 녹아 있다. 건더기 맛도 있지만 얼큰한 고추로 맛을 더하면 천하일품 해장국이다. 


10월 강화도는 젓새우잡이가 한창이다. 젓새우는 젓갈용 새우지만, 작은 것을 그대로 튀기면 훌륭한 반찬이자 최고의 맥주 안주가 된다. 새우젓용 새우라고 꼭 젓갈로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여름 서해의 섬과 섬 사이로 배 타고 낚시를 나가면 넘실거리는 파도를 넘으며 수영하는 꽃게를 가끔 만난다. 산란을 끝내 전보다 가벼워진 암게나 탈피를 막 끝낸 게들이 잠수를 못 하고 해류 따라 헤엄치고 있는 꽃게다. 꽃게의 영어 이름은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 집게를 키 삼아 나머지 8개 다리를 노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정확한 작명임을 단박에 알아챈다.  


꽃게의 등딱지 양쪽 끄트머리는 비쭉하다.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비쭉하게 나온 곳을 '곶'이라 한다. 간절곶, 호미곶 같이. 비쭉한 등딱지 모양을 따서 곶게라 부르다가 어느 순간에 꽃게가 됐다고 한다. 봄의 꽃게는 알 밴 암게이고, 가을의 꽃게는 수게다. 양쪽 비쭉한 등딱지처럼 봄과 가을로 암컷과 수컷이 따로 맛이 든다. 


전국 꽃게 생산량 가운데 20% 이상이 인천에서 잡힌다. 그 가운데서도 연평도 바다에서 전국 꽃게의 8% 정도가 잡힌다. 인천에서 뱃길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의 꽃게를 가져오기 위해 별도의 운송선을 운영할 정도로 꽃게는 연평도에서 많이 잡힌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게의 종류는 많다. 그 가운데 누구나 아는 것이 동해의 대게와 홍게, 서남해의 꽃게다. 여수의 유명한 돌게장의 돌게는 다른 지역에서는 박하지라고도 부르는 꽃게의 일종인 민꽃게다. 꽃게를 먹는 방법 가운데 가장 단순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싱싱한 꽃게를 그대로 찌는 것이다. 


암게로 담근 간장게장도 맛으로는 특별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고, 시간이 걸리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꽃게를 찌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암게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알밴 꽃게를 먹지 않아 꽃게 자원 보존도 할 수 있다.


꽃게를 싸게 먹는 방법이 있다. 대형마트 할인 할 때? 떨이로 살 때? 둘 다 아니다. 물때를 보면 된다. 바닷물이 많이 들고 나는 사리 물때에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꽃게라도 바다의 거센 물살을 이길 수는 없다. 꽃게잡이는 물살이 움직이는 곳에 그물을 친다. 물이 천천히 가는 조금 물때에는 꽃게가 이리저리 피할 수 있어 꽃게가 덜 잡힌다. 


사리 물때에는 인정사정없는 물살 탓에 꽃게가 그물에 걸릴 수밖에 없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사리 물때에는 꽃게 가격도 싸다. 혹자들은 보름달 뜰 때 잡히는 꽃게에는 살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카더라' 통신이다. 꽃게가 많이 잡히니 물렁게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꽃게는 탈피(脫皮), 껍질을 벗을 때마다 성장한다. 껍질을 막 벗었을 때는 물렁거리고 커진 몸체에 살을 미처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살이 없어 보인다. 꽃게는 1년에 한 번 탈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탈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양 상태나 크기에 따라 탈피하다 보니 많이 잡힐수록 물렁게도 많아지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사리 물때가 온다. 달이 찼을 때, 달이 없을 때 두 번이다. 물때는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하늘에 달을 봐도 된다. 가을은 봄처럼 짧지 않지만 여름처럼 길지도 않다. 입추(立秋)가 지나 저녁 무렵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 꽃게에 살이 들기 시작한다. 꽃게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고, 방송에도 꽃게가 자주 등장한다.


누구나 찾을 때가 가장 비싸고 맛은 어중간하다. 가을에 나는 것들은 추석 이후가 가장 맛있다. 추석 때는 잘 익은 농산물이 거의 없다. 그 시기에 나는 것만으로 차례를 지낼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추석은 가을걷이의 마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추석 지나고, 보름달이 뜰 무렵 인천의 어시장이나 강화도나 영흥도의 작은 포구를 찾는다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꽃게를 맛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계절 인천의 맛_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