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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Oct 02. 2021

기억에 남는 오일장 음식 세 가지

닭구이, 장치회, 표고버섯 구이

시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딱 하나다.

맛있는 것이 나오는 시기인가 아닌가이다. 거기가 무엇이 유명한 것은 내 고려사항에 들어있지 않다. 계절이 맞는다면 상관없지만, 맞지 않으면 전혀 리스트에 오르지 않는다. 가령 12월에 제주에 갔다면 갈치 요리가 있다.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갈치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33개의 오일장과 120개의 식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가 있다.


순위와 상관없다. 제일 먼저 떠오른 순이다.


1

여수 닭구이. 여수는 미식의 도시라고 한다. 게장부터 해서 서대회, 장어탕, 회정식, 한정식을 비롯해 관광지형 식당까지 차고 넘친다. 여수 식당을 검색하다가 ‘토종닭 + 구이’를 검색어 넣었다. 보통 ‘지역+맛집’ 형태로 검색을 한다. 여기에 메뉴를 넣으면 좀 더 확실한 검색 결과를 얻는다. 그 결과 두 개의 음식점이 나왔다. 하나는 영업을 안 하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다음 집에 예약을 했다. 그래서 방문한 곳. 검색어로 닭구이를 넣은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기’ 때문이다. 토종닭을 구워 먹는다? 진짜 맛있다. 특히 날개는 누구한테 주기 싫을 정도로 맛있다. 여수 인근의 순천, 구례, 하동에서는 토종닭 구이 집이 꽤 있다. 그렇다면 여수는 없을까? 찾았다. 구워서 나오는 다른 곳과 달리 생고기가 나온 것을 알아서 구워 먹는다. 딱 좋은 시스템이다. 튀긴 닭도 맛나고, 끓인 닭도 맛있다. 구우면 더 맛있다. 

2월의 여수는 먹을 것이 많았다. 준치회 또한 좋았다. 여수 가면 먹어야 할 게장은 리스트에 없었다. 서대회 대신 준치회를 선택했다. 먹어보면 안다. 

여수 준치회

2

포항 장치회. 장치라는 게 보통은 말려서 탕이나 조림을 먹는다. 회는 나도 처음이었다. 출장 가기 전에 아는 동생이 장치회 먹어봤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림은 먹어 봤어도 회는 안 먹어봤다고 했다. 회? 장치의 흉측한 모습을 보면 회 생각이 나지 않는다. 포항 흥해장에서 소주 한잔 할 요량으로 어슬렁거렸다. 바구니에 장치와 성대 몇 마리가 들어 있다. 3만 원이라 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장치와 성대의 용호상박의 결투가 회 접시 위에서 벌여지고 있었다. 둘 다 잡어로 취급받는다. 먹어보면 이걸 잡어라고? 할 정도로 식감이 좋다. 성대는 쫄깃하다. 씹는 맛이 있다. 반면에 장치회는 말랑한 회 식감 끝이 쫄깃하다. 복어회와 대구회를 합쳐 놓은 맛이다. 죽도시장에서 대게는 샀다. 식당에 앉아 먹지는 않았다. 굳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3

표고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재배한다. 원목과 배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원목은 시간이 접종하고 나서는 1년 6개월이 걸린다. 무거운 원목을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등 작업할 때 노동력이 많이 든다. 대신 향은 끝장난다. 배지는 통에 든 배지를 옮기면 된다. 원목의 무게와는 비교불가다. 대신 습도와 온도 조절을 해야 하기에 장치비가 많이 든다. 대신 몇 개월이면 수확한다. 둘의 가격 차이는 없다. 한쪽은 인건비와 기다림의 비용이 크고, 한쪽은 장치비가 많이 든다. 둘에 있어 가격 차이는 없지만, 맛 차이는 확실하다. 표고버섯은 향을 먹는 버섯이다. 배지에서 난 것은 향이 여리다. 원목은 진한 향이 난다. 오월에 부여를 찾는 이유는 버섯이 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표고버섯은 봄가을로 난다. 다른 계절에 가면 대부분 배지 재배 버섯이다. 


#오는날이장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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