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Jul 09. 2022

지극히 미적인 시장_원주

오일장보다는 새벽시장

#수리취떡

#원주_한우구이

#오일장 #원주 #새벽시장

#지극히미적인시장

#가는날이제철입니다

#오는날이장날입니다

#경향신문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강원도의 여름은 수리취떡이다. 원주 또한 오일장 이곳저곳에서 떡을 팔고 있었다. 지나치다가 수수부꾸미를 부치는 점포 앞에서 떡을 샀다. 팥고물이 적당히 묻어 있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떡을 맛보니 예전에 예산 오일장에서 맛본 떡이 생각났다. 요새 떡은 단맛이 먼저 반긴다. 맛있는 떡은 단맛이 아니라 떡의 식감이 먼저 반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씹을수록 품고 있는 단맛을 내줘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 떡이 딱 그랬다. 떡을 씹는 사이 단맛은 그저 옆에서 씹는 것을 조용히 보조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맛나게 떡을 먹었다. 이번 출장길에 여러 식당을 알아보고 갔지만 먹은 곳은 한 곳이다. 그러나 그곳은 차마 쓸 수 없는 수준이었고, 한 곳은 토요일 오후부터 주말 내내 장사를 하지 않았다. 또 한 곳은 폐업해서 부랴부랴 다른 식당을 알아봤다. 폐업한 식당은 육우를 내는 곳이다. 적절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기에 육우나 황소 등 등급 낮은 소고기를 애써 찾아 먹곤 한다. 아쉬운 마음에 대략 본 시장통의 한우구이 골목으로 찾아갔다.

 시장 안에 있는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스무 곳 남짓의 고깃집이 몰려 있었다. 그중 한 집을 찾아 들었다. 태백의 실비집 같은 분위기가 나지만 가격은 서울 도심 수준. 맛없었고, 폐업하고, 문 닫는 등 온종일 꼬인 날이었기에 더는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앉았다. 안창살 2인분(360g)을 주문하니 9만6000원. 고기 맛은 등급을 보면 예측 가능한 맛. 마블링이 있지만 육향은 없는 소고기 맛이었다. 

고기 주문하면서 된장찌개를 주문하니 반전은 ‘된찌(된장찌개)’에 있었다. 간장을 덜 뺀 강원도 특유의 막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에 막 퍼준 밥이 같이 나왔다. 여기에 고추 장아찌를 잘게 잘라 볶은 것과 소고기 고추장이 따로 차려졌다. 막장으로 끓인 찌개로만 비벼도 밥은 맛있었다. 

두 양념을 넣고 비비니 세상에서 찾기 어려운 맛.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찾지 않겠지만 된장찌개 넣고 비빈 밥에 고기 올려 먹을 생각이면 찾을 것 같다. 상상할 수 있는 맛의 고기와 상상할 수 없는 맛의 된장찌개가 공존하는 골목이다. 따로 식당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메뉴가 대동소이하고 된장찌개가 집마다 개성이 있다. 저렴한 것이 차돌박이가 섞여 있는 모둠 구이가 3만8000원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58529?sid=103

매거진의 이전글 지극히 미적인 시장_고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