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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15. 2024

지극히 미적인 시장_AS_고흥2

고흥에서 맛보는 겨울 3미


노랑가오리와 간재미로 흔히 부르는 홍어 새끼다. 

고흥 하면 노랑가오리부터 떠오른다. 유자라든지, 꼬막도 있지만 제일 먼저 노랑가오리의 꼬슨(꼬습다의 전라도 사투리) 애부터 생각이 난다. 2015년 겨울에 고흥으로 여행작가와 함께 갔었다. 고흥은 전에도 유자 보러 몇 번 갔었다. 갔어도 밥은 한 번 정도 먹었던 것 같다. 녹동항 끄트머리에 있는 식당에서 장어탕 먹은 기억이 유일하다. 유자만 보고서는 다른 일정 보러 서둘러 떠났기 때문이다. 녹동항에서 먹은 장어탕이 처음은 아니었다. 20대 후반, 여수 가서 처음 장어탕을 보고서는 거의 십 년 만에 만나는 장어탕이었다. 50대인 지금은 없어서 못 먹지만 그때는 국물만 깨작깨작했었다. 통으로 들어있는 장어가 딱히 먹음직스럽지 않았었다. 고흥을 가면서 무엇을 먹을까 검색하다가 레이다에 걸린 것이 황가오리, 노랑가오리의 회와 애였다. 전라도를 제집 드나들듯이 다녔어도 노랑가오리는 처음 접하는 식재료였다. 살과 살 사이의 빨간 줄무늬가 인상적인 가오리 회와 몸통 전체를 거의 차지하는 간의 맛은 압권이었다. 

선술집의 흔한 농담으로 홍어는 살맛, 가오리는 애의 맛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가오리의 애가 홍어 애를 능가한다는 이야기지 싶다. 맛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인다. 이때 맛본 가오리의 맛이 나중에 SBS 다큐멘터리에서도 나갈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여름 초입에 다들 민어만 찾을 때 우리는 커다란 노랑가오리를 샀다. 촬영하면서 다들 맛있게 먹었었다. 홍어와 가오리는 생김새는 비슷한데 머리 쪽이 둥글면 가오리, 각이 있으면 홍어다. 간재미라 이야기하는 것은 홍어 새끼를 지칭한다. 따로 품종이 있는 것이라 여기는 데 아니다. 잘 못 알려진 상식이다. 9년 만에 고흥 도라지식당 방문이다. 전라도 어디를 가더라도 노랑가오리 파는 곳이 없었다. 시장을 봐도 작은 녀석들은 있는데 먹을만한 큰 녀석은 보기 힘들었다. 찾아 먹기 힘든 것을 파는 곳이 여기다. 여기를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노랑가오리를 먹는 방식은 간단하다. 일단 잘 담근 콩잎 장아찌가 있어야 한다. 장아찌에 회를 올리고 그 위에 밥을 올린다. 그다음은 마늘이나 매운 고추는 취향에 따라 더하면 된다. 그렇게 한 쌈 만들어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애는 간단하다. 

기름장보다는 애 자체의 고소함이 있으니 소금만 따로 청해서 먹는 것이 좋다. 혼자서든 여럿이든 부담 없는 것이 노랑가오리 회다. 작은 접시에 삼만 원이다. 맛을 보고 더할 수도 있고 다른 선어를 선택할 수 있다. 겨울철 고흥에 간다면 이 녀석은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도라지식당 061-835-2304


고흥과 보성 경계에 있는 작지만 강한 식당이 수문식당이다.

수문을 지나면 수문식당이 있다.

 내대천을 막은 수문 근처인지라 수문식당이다. 단순명료한 이름 짓기다. 벌교 하면 꼬막이다. 사실 여자만은 고흥, 보성(벌교), 순천, 여수 4개 시군이 공유한다. 벌교 꼬막이 유명해도 가장 특출난 것은 아니다. 꼬막은 펄만 있는 곳에서 자란다. 돌이나 모래가 펄에 섞여 있으면 자라지 못한다. 돌이나 모래가 있는 곳은 바지락이 잘 자라고 어느 정도 민물이 유입하는 곳은 백합 등의 조개가 자란다. 

허루루 내는 찬이 없었다.

여자만 전체가 펄만 있는 지역이라 꼬막이 잘 자란다. 어쩌면 소설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그리된 것이 아닐까 한다. 벌교와 이웃한 고흥이나 순천 또한 같은 바다라는 분명하다. 벌교 것이 맛있으면 옆 동네 고흥 또한 맛있는 꼬막이 난다. 이 집 꼬막 또한 맛있다는 이야기를 길게 썼다. 식당은 테이블 몇 개 없다. 방에도 탁자 몇 개가 놓여 있다. 자리 잡고 낙지 탕탕이를 주문하면 솥밥을 안 친다. 비빔밥에서 중요한 것은 메인이 되는 재료와 밥이다. 대부분 식당은 비빔의 재료가 되는 메인에 큰 힘을 준다. 그게 낙지든 육회든 말이다. 그리고는 정작 중요한 밥은 공깃밥을 내준다. 

여기는 다른 곳하고 다른 것이 바로 밥이다. 밥을 재료만큼 신경 쓰는 곳이다. 밥에 들이는 공력이 대단하기에 같이 내는 찬 중에서 허투루 낸 것이 없다. 갓 지은 밥에 낙지 탕탕이을 비비는 순간 이보다 맛난 것은 없다. 양념장 외에 따로 토하젓을 살짝 섞는 순간 천하무적이 된다. 토하젓을 비빌 때 넣는 것보다는 양념장을 적게 넣어서 비비고 먹을 때마다 살짝 더해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웬만해서는 방송 나온 곳을 잘 안 간다. 그러나 여기는 갈 때마다 생각나는 집이다. 맛있다. 수문식당 061-833-1828

녹동항 근처는 바닷장어인 붕장어의 성지다. 구운 것도 많이들 먹지만 탕으로도 많이들 찾는다. 전문식당이 포구를 중심으로 꽤 성업 중이다. 장어탕이나 구이보다는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여기가 좋을 듯싶다. 원래는 주변 바다에서 난 문어 덮밥을 먹으러 갔으나 더는 하지 않아 대신 주꾸미 덮밥을 먹고 왔다. 주꾸미의 계절은 가을부터 늦겨울까지가 제철이다. 산란을 준비는 가을부터 겨울이 가자 맛있다. 봄철의 주꾸미는 살이 퍽퍽하다. 별맛 없는 알을 먹기 위해 봄철 주꾸미를 찾는데 실제로 알 맛을 보면 별로다. 혹자들은 찹쌀밥과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아마도 미디어의 세뇌에 의한 뇌피셜이지 싶다. 밥 못 지은 인디카종의 밥맛과 비슷할 뿐 찹쌀과는 거리가 멀다. 암튼 겨울에 갔다면 주꾸미를 먹어보자. 

덮밥으로 나오는 주꾸미의 양이 섭섭하지 않다. 씹을수록 고소한 주꾸미 맛을 충분히 볼 수 있다. 낙지나 주꾸미는 오래 볶으면 질겨진다. 질김 없이 부드럽게 잘 볶아냈다. 꽤 괜찮은 맛이다. 주꾸미는 녹동항에서 경매받은 것만 사용한다고 한다. 녹동식당 061-844-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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