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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19. 2024

채소의 맛있는 쓴맛

손길 닿지 않은 풀밭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채소밭이다. 자연재배 밭은 항상 이렇다.

채소의 맛있는 쓴맛

“맛있는 쓴맛이 사라지고 있다” 수십 년 유기농 농사를 짓는 이의 탄식이다. 충청북도 충주 신니면에 있는 장안농장에 가끔 간다. 순환농법을 지향하는 농장으로 채식 뷔페를 농장 입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Farm To Table, 농장에서 식탁까지 거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곳이다. 채소는 수확 직후가 가장 맛있다. 시간에 따라 단맛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식재료 고를 때 신선한 것을 고르라고는 것이 채소와 과일이다. 깔끔하고 모양 좋은 것이 아니라 ‘신선한’ 것을 골라야 한다. 수확하더라도 채소가 가진 생리 활동은 지속한다. 줄기에서 따고, 땅에서 뽑는다고 생리 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뿌리 있는 대파를 다시 심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확하는 순간 더 수분과 에너지가 잎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수분을 사용해서 생리 활동을 해야 한다. 가진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잎이 시든다. 여기서 에너지는 포도당, 과당 등의 단맛을 내는 것들이다. 시든 채소는 식감도 떨어지지만 맛 또한 그렇다. 앞서 Farm to Table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은, 장안농장을 운영하는 류근모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채소의 맛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특히, 채소가 지닌 맛있는 쓴맛에 대해서 말이다. 채소는 기본적으로 쓴맛을 지니고 있다. 


채소는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걸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재배하는 채소는 이런 쓴맛 혹은 쌉싸름한 맛이 적은 데 반해 봄에 먹는 산나물은 몇 배 더 강한 맛이 나지만, 쓴맛 뒤에 오는 부드러운 단맛이 있어 봄이면 너도나도 찾는다. 채소를 요리할 때 설탕 넣어도 되지 않나?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재료가 지닌 단맛은 씹을수록 우러나오지만, 설탕 넣은 것은 양념이 침에 씻겨 나가면 채소의 밋밋한 맛만 남는다. 조리하지 않는 쌈 채소는 더 티가 난다. 일전에 동네에 자주 가던 돼지갈빗집에 갔었다. 돼지갈비를 포를 떠주는 곳으로 딸아이가 돼지갈비를 좋아해 종종 가곤 했다. 어느 날 갔더니 식당이 프랜차이즈 고깃집으로 바뀌었다. 갈비도 목살이나 앞다릿살 포를 뜬 양념 돼지고기였다. 양념 맛으로 먹는 돼지갈비인지라 고기의 불만은 없었으나 나온 상추가 문제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갈비에 싸서 먹는 순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추를 먹었는데 상추 맛이 나지 않았다. 마치 얇은 종잇장으로 싸서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상추를 들고 흔들었다. 부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잎이 두툼하고 억세 보였다. 실제로 부채질을 해보니 부채질할 수 있었다. 주변 테이블을 보니 다들 상추 바구니는 옆쪽으로 밀어 놓고는 파 절임이나 명이나물 같은 것으로 먹었다. 그날 이후로 그 집은 다시 가지 않는다. 고깃집에서 상추나 다른 채소를 맛보면 쓴맛만 나는 경우가 많다. 상추라는 것이 원래 쓴맛이 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쓴맛은 단맛을 밟고 서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맛으로써 제 기능을 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농사짓는 환경에 따라 쓴맛의 정도가 달라진다. 쓴맛 나는 오이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농사지을 때 물이 충분히 받지 못한 오이는 쓴맛이 난다. 생산자가 이야기하는 맛있는 쓴맛은 쓰지만 달곰함에 바탕을 둔 쓴맛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쓴맛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한 맛을 보려면 장안농장에서 식사하면 채소의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아니라면 조금 공을 들여 자연재배 채소를 구한다면 또는 유기농 채소를 산다면 가능하다. 곰곰이 이 글을 읽으면서 채소 향? 쌉싸름한 맛?이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두 가지를 경험해 본 적이 있나? 기억을 곱씹어 보자. 

마무리한 채소 편의 일부다. 우리는 채소의 맛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비료와 농약으로 겉만 번지르한 채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채소는 고유의 향과 맛이 있지만 우린 모른다.

채소의 맛과 향을 알 수 있는 기획 

자연재배 채소 수확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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