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Feb 27. 2024

새우젓 2

좋은 새우젓은 어떤 것일까?

흔히 육젓을 새우젓의 최고로 친다. 맞는 말이긴 한데 반만 맞는 말이다. 육젓은 반찬으로 먹기에는 좋다. 젓갈로 김치 담그는 것은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 가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비싼 것으로 담그면 더 좋지 않을까? 비싼 게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흔히 한다. 아니다. 

1966년 매일경제 신문 갈무리

새우젓은 일단 양념 만들 때 같이 갈거나 하는 등 형태가 남지 않는다. 여기에 모양 좋고 비싼 육젓을 넣을 이유가 없다. 김치나 음식에 젓갈을 넣는 것은 발효를 돕거나 아니면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육젓이 비싼 이유는 잡히는 양이 적기 때문이지 맛이 고급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육젓이 흉작이었다. 가격은 하늘 높이까지 올라 2~3천만 원에서 거래가 되었다. 재작년과 작년은 풍작이어서 3백만 원까지 떨어졌다. 몇천만 원과 3백만 원의 차이는 맛의 차이가 아니라 흉작과 풍작의 차이일 뿐이다. 육젓은 고춧가루 양념해서 밥반찬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난다. 먹는 맛이 있다. 오젓도 나쁘지 않지만 육젓에 비해서는 약하다. 작은 추젓은 더더욱 그렇다. 아니면 수육이나 족발 먹을 때 육젓 하나 딱 올리면 간이 맞는다. 이 이야기를 족발집 사장한테 했더니만 바로 적용을 했다. 젓갈 추가 금액은 따로 돈을 받았다. 좋은 재료를 쓰고 추가에 대해서 그에 걸맞은 금액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새우젓을 그냥 내주는 것이라 여기고 가능하면 원가를 줄이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새우젓에 물, 소금, MSG을 넣고 만들어서 내는 순댓국집 새우젓. 물이 많으면 일단 거른다. 

한동안은 중국산이었다. 이제는 더 저렴한 베트남산이 대부분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식당에서 쓰는 대부분의 새우젓은 수입이 많다. 제대로 새우젓 내는 곳은 열에 하나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 수다. 수입 새우젓을 쓰는 식당의 특징은 젓국이 많다는 것이다. 젓국은 미생물이 새우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할 때 생기는 물이 아미노산을 품고 모인 것이다. 그 양이 많지가 않다. 새우젓 파는 곳을 가면 새우젓만 높게 올라온 이유가 젓국은 밑에 있고 새우젓만 위로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순댓국이나 족발, 보쌈 등 돼지고기를 먹을 때 보면 많은 젓국 안에서 새우젓이 헤엄쳐도 될 만큼 많다. 많지 않다고 했는데 많이 주는 방법이 있다. 쉽다. 물을 타고는 모자라는 간과 감칠맛은 더 넣기 때문이다. 

맛있는 집은 새우젓만 봐도 알 수 있다. 젓국이 거의 없거나 없다.

물이 흥건한 순댓국집이 새우젓은 그렇게 물, 소금, MSG를 넣어서 제조한 것이다. 물 먹은 새우젓이다. '물 먹은'은 셀프의 의미이니 쥔장이 먹였으니 물 먹인 새우젓으로 정정하는 게 맞을 듯싶다. 국산 새우젓을 내주는 곳은 젓국은 없고 새우젓만 내준다. 순댓국 먹으러 갔다가 젓국 상태보고 물이 많으면 넣지 않는다. 이미 순대나, 국을 끓일 때 충분히 들어가 있기에 굳이 더 넣지는 않는다. 게다가 김치에도 MSG가 있으니 과하면 과한 상태에 내가 더 넣을 이유가 없다. 물론 보쌈이나 족발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뜨거운 순댓국에 새우젓 넣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와 궁합은 파괴된다. 새우젓의 소화 효소는 뜨거운 순대 국물 속에서 기능을 멈춘다. 그러니 굳이, 꼭 넣을 필요는 없다. 순댓국 먹을 때 새우젓 꼭 넣으라는 개소리를 믿고 따를 필요가 없다.

육젓 새우 한 마리에 족발 한 점.. 딱 간이 맞는다

새우젓은 조미료다. 조미료이기에 국이나 김치 만들 때 넣는다. 젓갈을 조미료로 잘 쓰며 MSG만 사용할 때와는 다른 깊이의 감칠맛이 있다. 글로 설명하기 힘든 맛이다. MSG는 글루탐산이 내는 감칠맛만 있지만 젓갈에는 글루탐산 외에 다른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을 포함해 핵산계 감칠맛까지 있어 맛의 깊이가 다르다. 식당용 미원과 가정용 미원이 포장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성분도 다르다. 아마도 거의 모르는 사실이다. 식당용은 100% MSG다. 가정용은 95% MSG에 5% 헥산이 들어가 있다. 아미노산 계열과 헥산의 감칠맛이 맞나면 맛의 시너지가 생겨 몇 배 더 감칠맛이 난다. 일본 만화를 보면 고기 국물에 해산물이나 표고를 더해 국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새우젓이 조미료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시간을 두고 숙성하면 된다. 잡는 시기도 아니고, 보관 조건도 아니다. 얼마의 시간을 공들여 숙성하냐가 관건이다. 양주도 보면 8년 산과 15년 산의 가격이 다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술뿐만 아니라 간장이나 된장도 마찬가지다. 새우젓 또한 시간이 지나야 조미료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 그 시간은 대략 1년 6개월 정도다. 그 시간부터 조미료로써의 자격을 얻는다.  좋은 새우젓은 숙성을 제대로 한, 1년 6개월 한 새우젓이어야 한다. 새우젓에 시간이 쌓이면 맛으로 빛난다. 어디서 사는 것이, 언제 잡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만큼 숙성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여담이지만 8년 정도 지나면 새우는 사라지고 검은 눈동자만 동동 떠다닌다. 그 새우젓의 감칠맛은 잊지 못한다.  


새우젓은 잡는 곳은 같고 숙성하는 곳이 제각각이다. 숙성 제대로 한 새우젓이 좋은 새우젓이다. 

8년 묵은 새우젓. 검은 눈깔만 동동 떠 있다. 


#식재료전문가 #식품MD #식재료강연 #음식인문학 #음식강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671367

 

매거진의 이전글 인천의 중국집, 미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