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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l 23. 2024

돌솥요리다.

태백산맥에서 만나는 솥요리

돌이나 무쇠로 만든 솥으로 하면 왠지 더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밥도 가마솥이나 돌솥으로 하면 더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느낌만은 아니다. 실제로 20년 밥을 해 본 경험으로 내 기준에서 가마솥, 돌솥, 압력솥 순서다. 가마솥의 맛이 100이면 돌솥은 95정도, 압력솥은 80 정도다. 

특히 보온 기능이 있어 한 끼를 위해 밥을 하기보다는 내일을 위해 밥을 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쌀로 밥을 해도 내일이 되면 비싼 쌀은 일반 쌀과 같이 맛이 떨어진다. 밥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일장 취재를 다니다 보니 평창 이하 태백, 삼척, 영양까지 돌냄비와 무쇠솥으로 끓이는 음식이 식당마다 있었다. 두 소재의 특징은 열 보존력이 좋다는 점. 이 지역들은 과거에 탄광으로 유명했던 곳. 널리 알려진 태백이나 삼척의 물닭갈비를 비롯해 영양의 주물럭과 곱창 또한 돌냄비에서 끓인다. 탄광이 활성화 하던 시절에 저절로 만들진 음식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퇴근 후 여럿이 도란도란 끓고 있는 물닭갈비나 곱창전골 앞에 두고 소주나 막걸리 한잔! “캬~” 생생히 들리는 느낌이다.


태백/삼척 물닭갈비

도계  텃밭에 노는 닭

솥뚜껑이 아닌 전골 무쇠솥에 끓이는 음식이다. 무쇠만 보면 솥뚜껑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인의 손재주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까 한다. 전골은 더 깊게. 팬은 얕은 모양새의 집기가 있다. 무쇠솥이라고 하면 당연하듯이 솥뚜껑부터 나온다. 이젠 솥뚜껑 타령은 그만 하자. 전골용 무쇠팬에 국물을 붓고 채소와 닭을 넣고 끓여 먹다가 사리를 넣어야 하는 한국인 종특을 제대로 살려주는 메뉴가 물닭갈비다. 사리 다음은 볶음밥까지 먹어야 물닭갈비의 대미를 장식한다. 닭도리탕, 닭갈비 사이의 중간에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태백과 삼척의 고유 음식이  물닭갈비다. 


영양군 돼지 주물럭 & 돼지 곱창

영양 맘포식당 돼지주물럭

태백에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봉화와 울진이 나온다. 봉화와 울진의 아래는 물 좋고 산 좋은 영양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물닭갈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곱돌 요리가 있다. 돼지 주물럭과 돼지 곱창이다.

영양 읍내의 오래된 식당 맘포식당. 여기 시그니처 메뉴가 주물럭이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볶다가 육수 넣고 콩나물과 김치까지 넣어서 한소끔 끓이면 요리 끝. 다른 식당의 주주물럭이나 제육볶음과는 다른 찌개과 제육의 절충형이라 할까? 콩나물, 신김치 거기에 돼지고기까지 있으니 맛없으면 간첩이다. 

해성식당

영양에서 청송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입암면의 해성식당은 돌곱창으로 유명하다. 돌곱창, 곱돌로 만든 냄비에 매콤하게 양념한 돼지 곱창을 끓여 먹는 음식이다. 주물럭과 먹는 방식은 같지만 맛은 돌곱창이 한 수 위다. 돌곱창은 설 익히면 맛없다. 충분히 익혀야 제대로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설 익으면 조금 부드러운 지우개 식감이다. 익으면서 곱창이 부드러워진다. 그래야 속에 품고 있던 고소함을 내놓는다. 불 조절이 필요할 정도로 육수가 줄어들면 비로소 제맛이 난다. 처음에는 아까 먹은 주물럭이 낫네 하다가 맛을 잊는다. 먹는 방법은 똑같다. 국물을 넣고 비빈다. 영양이 주물럭이나 돌곱창이 맛있는 이유는 품질 좋은 고춧가루가 나는 동네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해성식당은 구글에서 임시 휴업. 네이버에서는 휴업 관련한 정보가 없다. 입압면 소재지 건너편의 선바위 관광지다. 달이 없는 맑은 날에는 은하수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별 볼일이 있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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