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남작감자 사는 미션은 실패의 연속. 작년만 하더라도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후배를 통해서 남작감자를 구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맛의 하령조차 구하지 못했다. 분명 경북 고령에서 재배했을 것인데 고령 농민 조합은 그냥 대구시장으로 도매만 내기에 개별구매 불가능하다. 암튼 실패로 끝난 남작감자는 반품하지 않은 설봉 감자로 추정하는 감자 한 박스를 남겼다. 추정이라 하는 이유는 고랭지연구소의 전문가도 사진으로는 추정할 뿐이라는. 실제로 어떤 감자인지 판별하려면 유전자 분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일단 남작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러니 굳이 유전자 분석까지 갈 필요는 없어 하지 않았다. 아무튼, 2024년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남작감자는 살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있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낚시로 보였다. 실제로 두 번 낚였다.
감자 한 상자에서 어른 주먹 크기의 한 200g 조금 넘는 감자를 꺼내 채를 썰었다. 물에 잠시 담가서 전분을 살짝 뺀 다음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달걀 하나 꺼내 부쳤다. 소위 ‘스위스 감자전’이라는 걸 만들었다. 만들다가 든 생각은 왜 스위스지? 하긴 지난번 프랑스 갔을 때 요리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삶은 감자가 나왔던 것을 기억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스위스일까? 궁금해졌다. 일단 먹고 나서 찾아보기로 하고는 잠시 생각에서 지웠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치웠던 생각을 모니터로 끄집어냈다.
검색어는 ‘스위스 감자전’ 검색은 최신의 포스팅과 뉴스만 보인다. 이래서는 안 될 듯, 검색 조건을 2001~2010년으로 제한을 했다. 그제야 등장하는 추억의 이름, ‘마르쉐’, 농부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에서 철수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몇 개 검색되지 않지만 내용 중에 마르쉐의 대표 상품이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위스 감자전과 달리 스위스 전통 감자 요리인 뢰스티와 비슷했다. 채 썬 감자가 아닌 삶은 감자를 으깨서 다시 기름에 부친 요리라고 하는데 예전 스위스 다녀온 블로거들 사진 뒤져보면 여러 버전의 뢰스티가 나온다. 물론 채 썰어 부친 것도 있다. 스위스 감자전 다음으로 ‘감자채전’으로 검색을 하니 이번에는 독일식도 같이 검색되었다. 비슷한 내용은 2003년 포스팅이 있다. 그것보다 더 지금의 스위스 감자전과 비슷한 모양새는 2005년 만개의 레시피에 독일식 감자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치즈와 달걀노른자만 없지 지금의 레시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스위스의 뢰스티는 한국에서 감자전으로 불릴까? 궁금함의 연속이었으나 그 과정은 추적하기가 어려웠다. 2013년 마르쉐 철수 이후 스위스 감자전으로 불리면서 서양식 주점의 안주화 되었다는 인터넷 글 빼고는 흔적이 없다. 신문 기사로는 2012년 그랜드 힐튼의 메뉴 소개에 스위스 뢰스티 소개를 스위스식 감자전 또는 감자볶음이라는 기사가 있다. 사진은 없어 형태를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다음으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사는 2014년 레이디 경향에서 현재의 스위스 감자전과 비슷한 기사를 볼 수 있다. 양파와 감자를 채 썰고 전분을 섞어 부쳐서 반숙 달걀을 올리는 것이 거의 유사하다. 2010년까지는 독일식과 스위스식 두 개가 같이 검색된다. 여러 자료를 검토해서 얻은 추론은 ‘마르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정도.
그리고 쫀득한 식감의 강원도식 감자전과 다른 맛이 있거니와 만들기도 편한 것이 장점으로 여러 곳으로 퍼지게 된 까닭이 아닐까?
감자가 맛있는 계절이다. 감자 또한 후숙 과정에서 단맛이 오르는 작물이다. 8월 초, 지금은 감자의 계절이다. 삶는 것도 좋고 튀김도 좋다. 양파와 채 썰어 튀기는 채소튀김이야말로 맛으로 빛나는 딱 좋은 시기다.
스위스식이든 한국식이든 감자전 준비를 해보자. 재료는 제철 감자만 있으면 90% 완료.
감자 200g 하나로 원가는 대략 650원, 정도만 있으면 Ok!
집에 있는 아무 기름. 대두유, 옥배유 올리브유 어느 거나 상관없다.
달걀 하나.
치즈가 있으면 금상첨화.
감자채를 썬다.
볼에 넣고 달걀 넣고 소금 넣고 버무린다.
이대로 해도 좋고 전분이나 밀가루 한 스푼 넣으면 결집력이 좋아진다.
노릇노릇 부친다.
치즈 없어도 그만 있으면 좋다. 한 2천 원 안팎으로 만드는 스위스식인지 아닌지 감자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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