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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28. 2016

금향다원

하동 악양을 가다

하동을 갔다. 유기농 녹차를 재배하는 금향다원에 일이 있었다. 하동을 가는 날은 설렌다.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갈 때의 들뜸이 있다. 들뜸의 까닭은 바로 섬진강이다. 하동에는 섬진강이 있다. 매년 한두 차례 매실 관련해서 출장을 갔지만 들뜸의 강도는 더 세진다. 햇빛이 내리는 강둑에 앉아 있으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천성이 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광양과 하동 사이를 조용히 흐르는 강물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화개장터를 지나 하동과 구례 경계에서 보는 섬진강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풍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햇살이 내리쬐는 섬진강을 보고 싶었다.

남녘 따스한 햇살을 기대하며 하동을 갔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다. 부산에서 하동으로 갈수록 날이 흐려진다. 진주를 지날 즈음에는 아예 눈발까지 날린다. 이런 젠장 할!. 고속도로에서 내려 하동읍을 지나 악양으로 들어서니 흩날리던 눈은 폭풍 수준으로 변했다. 햇살 가득한 섬진강의 풍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에 집중을 할 수밖에.

 악양면은 지리산 남쪽 끝 1,100 높이의 거사봉을 꼭짓점으로 좌우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는 분지 지형이다. 읍내를 지나 부엉이가 살고 있는 철성봉 중간에 자리 잡은 금향다원으로 갔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 잡은 금향다원은 500미터 전후 높이에서 차를 재배하고 있다. 차와 식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했다. 몇 가지 나물과 수육,  고등어조림은 내가 끼니를 때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밥을 먹다 고개를 돌리면 시선은 악양의 들판을 지나 다른 산봉우리가  들어온다. 비워졌던 위장과 감성이 동시에 채워진다.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신다. 금향다원은 농가민박도 같이 운영을 하면서 다도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민박은 2인 기준으로 5만 원이다. 아침을 주문하면 직접 담은 장아찌와 나물 등으로 차려진 아침상을 받을 수 있다(7,000원, 특별식은 10,000 1인 기준) 아직 녹차의 새순으로 나오지 않지만 작년에 따서 덖은 세작을 내려 차를 준다. 좋은 차는 부드러운 물성이 있다. 차를 내린 물이지만 혀로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질감이 있다. 살짝 도는 단맛에 기분 좋은 씁쓸함이 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차맛이 좋아서 인지 일 또한 슬슬 풀린다.

산길을  내려가는 중간 성급한 매화가 눈바람에 흔들린다. 아직은 안 피었겠지 생각했는데 성급한 몇 녀석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세찬 바람에 떨고 있었다. 매화가 만발했을 때는 내려오기 힘들  듯하여 잠시 차에 내려 성급한 녀석을 사진으로 남긴다. 문득 모든 일을 성급히 하면 저 녀석처럼 고생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 가득한 섬진강을 못 봐 끝내 아쉬웠지만 또 다음이 있기에 하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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