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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라운지

동문로터리

by 김진영

제주시 광명 1리에서 시작하여 동문로터리에서 끝나는 올레 17코스가 있다. 마음을 비우는 무심천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난다. 그 길, 해안가를 따라 도두봉, 용두암을 만나고 목적지가 동문 로터리인 코스다. 마을 앞 신작로를 지키는 당산나무 옆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정자와 운이 좋으면 시원한 음료수 한 병을 살 수 있는 작은 슈퍼를 만날 수 있다. 신작로 정자 같은 쉼터가 동문로터리에 생겼다. 코스를 걸어온 올레꾼도, 관광명소인 동문시장에 온 관광객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식사와 음료,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쉼터다. ‘간세 라운지’가 그 쉼터다. 제주 올레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곳이다. 누구는 건축을, 누구는 요리법을, 누구는 노동을 기부하여 만들었다. 개인에 따라 줄 수 있는 만큼의 벽돌 한 장, 접시 한 장 등이 모여 라운지가 만들어졌고 운영된다. 라운지는 올레꾼들에게 코스 정보를, 제주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정보 제공과 더불어 제주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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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오픈 한 간세라운지에서 내는 메뉴는 2016년을 넘어오면서 개편을 했다. 원래 목적인 제주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취지는 여전히 변함없다. 귀경을 위해 공항 가기 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출장을 병행한 이번 여행은 세 명의 동행이 있어 식사 메뉴를 골고루 맛봤다. “어묵우동”, “톳 비빔밥”. “제주 돼지 덮밥”, “볶음 우동” 네 가지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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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우동”
불에 구운 대파의 달달한 풍미가 더해진 해물 베이스의 국물에 실하게 올려진 구운 어묵이 가득 쌓여 있다. 오징어 볼이 두어 개 올려져 있어 재미난 맛을 준다. 단출한 체인점 등의 우동과 달리 우선 시각적으로 풍성함을 준다. 우동 면과 구운 어묵을 같이 먹는 맛이 좋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약점이 좀 있다. 많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닌데 바로 구운 어묵이 너무 많다. 구운 어묵이 많이 토핑 되어 국물이 좀 달짝지근하다. 구운 대파의 단맛과 어묵 단맛이 합치니 전체적으로 단맛이 도드라진다. 해물 베이스의 감칠맛까지 더해져 먹을수록 더 강하게 단맛을 느꼈다. 어묵 양만 줄여도 맛의 조화가 좋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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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 비빔밥”
제주 바다에서 나는 톳을 간장에 조려 밥과 위에 올려 낸다. 초절임 해서 나오는 당근, 브로콜리와 함께 비벼 먹는다. 초절임 채소와 함께 비비기 전 톳과 밥을 먼저 먹는다. 톡톡 터지는 질감에 해조류 특유의 향미와 달큼한 간장 맛이 더해진 식감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 같이 나온 초절임 채소를 넣고 비비면 식초의 산미가 간장 절임 한 톳의 단맛을 튼튼하게 받친다. 시큼함과 달큼함의 조화가 이상적이다. 같이 간 일행도 맛있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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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돼지 덮밥”
150g의 간장 양념한 돼지고기가 올려지고 그 위에 새싹채소가 가득 올려져 나온다. 나온 모양새에 기분 좋게 압도당한다. 고기를 먹을 때 상추, 고기, 밥의 순서로 올려 쌈을 싸 먹는 것과는 모양새는 다르지만 그릇 안에 가득히 있는 채소와 고기를 비비지 않고 밥, 고기, 새싹채소를 살짝 수저로 떠먹으니 비슷한 맛을 낸다. 고기를 쌈 싸 먹으면 맛없을 수가 없다. 맛없으면 간첩이다. 든든함에 맛까지 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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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우동”
메뉴의 순위로 보자면 순서 그대로 4위다. 돼지고기, 오징어 등의 양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나오고 토핑 한 가쓰오부시 등 시각적으로 나무랄 곳이 없다. 맛을 보니 고추장의 풋내가 먼저 치고 나온다. 떡볶이와 떡 강정의 중간 정도의 맛이다. 고추장 소스의 밸런스만 되면 좋은 메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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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길을 걷던 사람도, 따로 여행을 하던 사람도 모일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던 제주 올레의 생각이 녹아져 있는 곳이 간세라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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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보이는 유리천장이, 마을 공동 사업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 간세라운지는 동문로터리 하나은행 뒤편에 있다.

제주 여행을 간다면 시간을 내 가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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