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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19. 2016

간세라운지

동문로터리

제주시 광명 1리에서 시작하여 동문로터리에서 끝나는 올레 17코스가 있다. 마음을 비우는 무심천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난다. 그 길, 해안가를 따라 도두봉, 용두암을 만나고 목적지가 동문 로터리인 코스다. 마을 앞 신작로를 지키는 당산나무 옆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정자와 운이 좋으면 시원한 음료수 한 병을 살 수 있는 작은 슈퍼를 만날 수 있다. 신작로 정자 같은 쉼터가 동문로터리에 생겼다. 코스를 걸어온 올레꾼도, 관광명소인 동문시장에 온 관광객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식사와 음료,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쉼터다. ‘간세 라운지’가 그 쉼터다. 제주 올레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곳이다. 누구는 건축을, 누구는 요리법을, 누구는 노동을 기부하여 만들었다. 개인에 따라 줄 수 있는 만큼의 벽돌 한 장, 접시 한 장 등이 모여 라운지가 만들어졌고 운영된다. 라운지는 올레꾼들에게 코스 정보를, 제주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정보 제공과 더불어 제주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2015년 9월에 오픈 한 간세라운지에서 내는 메뉴는 2016년을 넘어오면서 개편을 했다. 원래 목적인 제주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취지는 여전히 변함없다. 귀경을 위해 공항 가기 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출장을 병행한 이번 여행은 세 명의 동행이 있어 식사 메뉴를 골고루 맛봤다. “어묵우동”, “톳 비빔밥”. “제주 돼지 덮밥”, “볶음 우동” 네 가지를 먹었다.


어묵 우동”
불에 구운 대파의 달달한 풍미가 더해진 해물 베이스의 국물에 실하게 올려진 구운 어묵이 가득 쌓여 있다. 오징어 볼이 두어 개 올려져 있어 재미난 맛을 준다. 단출한 체인점 등의 우동과 달리 우선 시각적으로 풍성함을 준다. 우동 면과 구운 어묵을 같이 먹는 맛이 좋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약점이 좀 있다. 많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닌데 바로 구운 어묵이 너무 많다. 구운 어묵이 많이 토핑 되어 국물이 좀 달짝지근하다. 구운 대파의 단맛과 어묵 단맛이 합치니 전체적으로 단맛이 도드라진다. 해물 베이스의 감칠맛까지 더해져 먹을수록 더 강하게 단맛을 느꼈다. 어묵 양만 줄여도 맛의 조화가 좋아질 듯하다.

“톳 비빔밥”
제주 바다에서 나는 톳을 간장에 조려 밥과 위에 올려 낸다. 초절임 해서 나오는 당근, 브로콜리와 함께 비벼 먹는다. 초절임 채소와 함께 비비기 전 톳과 밥을 먼저 먹는다. 톡톡 터지는 질감에 해조류 특유의 향미와 달큼한 간장 맛이 더해진 식감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 같이 나온 초절임 채소를 넣고 비비면 식초의 산미가 간장 절임 한 톳의 단맛을 튼튼하게 받친다. 시큼함과 달큼함의 조화가 이상적이다. 같이 간 일행도 맛있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제주돼지 덮밥”
150g의 간장 양념한 돼지고기가 올려지고 그 위에 새싹채소가 가득 올려져 나온다. 나온 모양새에 기분 좋게 압도당한다. 고기를 먹을 때 상추, 고기, 밥의 순서로 올려 쌈을 싸 먹는 것과는 모양새는 다르지만 그릇 안에 가득히 있는 채소와 고기를 비비지 않고 밥, 고기, 새싹채소를 살짝 수저로 떠먹으니 비슷한 맛을 낸다. 고기를 쌈 싸 먹으면 맛없을 수가 없다. 맛없으면 간첩이다. 든든함에 맛까지 있는 메뉴다.

“볶음우동”
메뉴의 순위로 보자면 순서 그대로 4위다. 돼지고기, 오징어 등의 양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나오고 토핑 한 가쓰오부시 등 시각적으로 나무랄 곳이 없다. 맛을 보니 고추장의 풋내가 먼저 치고 나온다. 떡볶이와 떡 강정의 중간 정도의 맛이다. 고추장 소스의 밸런스만 되면 좋은 메뉴가 될 듯하다.

라운지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길을 걷던 사람도, 따로 여행을 하던 사람도 모일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던 제주 올레의 생각이 녹아져 있는 곳이 간세라운지다. 

하늘이 보이는 유리천장이, 마을 공동 사업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 간세라운지는 동문로터리 하나은행 뒤편에 있다.

제주 여행을 간다면 시간을 내 가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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