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의 제철
겨울 전갱이는 맛있다. 겨울 방어보다는 전갱이를 좋아한다. 한겨울이 지날 즈음이면 전갱이도 좋지만 방어도 좋아 한다. 방어는 전갱이과의 생선이지만 덩치 차이가 있다. 전갱이가 작기에 먼저 맛이 오른다. 추워지면 방어보다 전갱이를 먼저 찾는다.
방어는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여름에는 울릉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이 오면 제주 이남에서 보낸다. 모슬포와 마라도 사이가 괜히 방어 생산지로 유명한 것이 아니다. 방어는 봄에 산란한다. 수온이 20도 정도 되는 따듯한 바다에서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5년이 지나면 80cm 이상 자란다고 한다. 겨울 횟집에서 만나는 대방어는 5년 이상 자란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 방어를 먹기 시작한다. 얼추 11월 정도로 외투가 두꺼워지는 시기다. 방어의 맛을 12달로 나눠보면, 먹기 시작하는 11월은 맛의 기준으로 9점이다. 12월은 10점, 1월은 11점이다. 설날이 지난 시점이 12점이다. 방어는 비싸다. 비싸지 않았지만, 민어처럼 비싼 생선이 되었다. 비싼 생선이 맛의 기준으로 10점인 12월이 가장 비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12월이 가격 기준으로 12점이다. 맛은 중상, 가격은 최고일 때 방어를 먹는다. 가성비로 보면 최악이다. 가심비로는 뭐 만족할 수 있다. 찬 바람이 불면 방어를 먹고, 사진 찍고, 자랑할 수 있으니 가심비 만족도는 최상 하지만, 가성비로는 최악이다.
12월의 방어가 10점인 이유는 방어의 산란과 관련이 있다. 방어는 봄이 오는 시점부터 꽃이 질 때까지 산란한다. 산란하기 위해 먹이 활동을 열심히 할 때가 우리가 방어를 찾는 시기와 엇비슷하다. 왕성한 먹이 활동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방어에 지방을 채운다. 11월은 너무 이르고 한창 먹이 활동을 해 온 1월이 12월보다 맛이 좋은 것이 당연지사. 가격은 12월에 비해 80%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시장에 따라 유지하기도 한다. 한 번은 1월에 울산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방어를 찾는 수요가 여전했는지 생각했던 가격보다 몇만 원이나 비쌌다. 12월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신 개우럭 등을 사서는 맛나게 먹었다. 어시장에서 생선을 선택할 때 생선의 명성을 좇지 않고 맛을 좇는다. 명성만 볼 경우 어시장에서는 250% 확률로 호구 되기 십상이다. 맛을 쫓으면 호구 될 확률이 줄어든다.
기왕 방어를 먹으러 간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초장, 초된장, 초간장? 아니면 와사비 간장 등이 좋으니 마니 왈가왈부 한다. 초장을 주면 초장에 먹고, 초된장을 주면 그리 먹는 것이 좋다. 피해야 할 것은 바로 참기름장. 구두 굽도 회를 쳐서 참기름 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 수 있다. 참기름은 모든 재료의 맛을 지우는 지우개다. 지우개가 아니라 자기의 맛을 덮는 맛의 ‘쌩양아치’다. 덧붙이면! 식당에서 내준 기름장이 말 그대로 기름장일 수도 있다. 콩이나 옥수수를 헥산으로 추출한 기름에 참기름 향만 넣어 만든 향신 기름일 확률이 99.999%다. 만일 식탁 위에 있다면 기름장은 돌려주고 대신 소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기름기가 충분히 오는 방어는 소금만 찍었을 때 제맛을 느낄 수가 있다. 제철 방어를 무엇과 먹을 때 가장 맛있는 지 내게 묻는다면 ‘소금’이다. 1월 이상 방어만 해당, 그 전에 뭔가를 더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늘이 12월 28일이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에 비해 한 달 늦다. 바다는 물이다. 공기나 땅보다 온도의 오름과 내림이 더디다. 그래서 계절이 다소 늦는다. 며칠 있으면 1월이 된다. 바다는 12월이 된다. 방어의 맛이 드디어 11이 된다. 가성비과 가심비가 맞아 가기 시작한다. 또다시 나에게 방어의 제철을 묻는다면 설 직후라고 이야기 한다. 그때가 바다의 계절로 한 겨울, 게다가 방어 찾는 이가 적어 방엇값도 적당하다. 가성비는 최고점이 되고 가심비는 그닥이다. 그다지라 해야 맞다. 이럴 때는 ‘그닥’이 입에 붙는다. 그때는 나같은 사람 빼고는 봄의 것을 찾는 시기인지라 방어철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맛으로 가장 빛나고 있지만,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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