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D의 식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Apr 04. 2016

새우젓

4년 만에 만난 광천의 젓갈 생산자가 1년 묵은 새우젓을 줬다. 20년 가까지 알고 지내는 생산자다.

순댓국집에 가며 통상 새우젓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나의 경우는 그냥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다. 새우젓에 물을 넣고 소금과 MSG로 맛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굳이 넣지 않는다. 순대를 만들 때, 순댓국을 끓일 때 MSG는 충분히 들어가기에 더 넣을 필요가 없어서다. 거기에 같이 먹는 김치, 깍두기에도 충분한 조미료가 들어가 있다. 순댓국 한 끼에 먹는 MSG 양을 애써 추가할 이유가 없다.

순댓국 이야기하는 김에 하나 더 하자면 들깻가루도 넣지 않는다. 들깨는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그래서 산화가 쉽게 된다. 산화가 된다는 것은 "쩐내"가 난다는 거다. 어느 날 들깨를 넣고 나니 국물이 탁해지고 쩐내가 났다. 가만히 들깨의 특성을 생각했다. 통들깨는 껍질에 쌓여 있어 산화가 더디게 되지만 볶은 들깨를 간 것은 빠르게 산화가 이루어진다. 곱게 갈을수록 공기와 접촉면이 많아지고 이는 산화를 촉진한다. 식탁 위에 올려진 들깨가루는 비는 만큼 충당되고 충당된다. 또 그 들깨가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들깻가루도 넣지 않고 그냥 다진 양념을 넣고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다. 아 그러고 보니 다진 양념에도 MSG가 들어 있다.  

1년 동안 새우 살은 소금의 삼투압 작용에 의해 세포벽이 깨진다. 새우가 가지고 있던 효소와 미생물 작용에 의해 생성된 효소까지 더해져 살을 이루고 있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된다. 1년의 물리 화학 반응에 살은 물러지고 그 결과물로 젓국이 만들어진다.
젓국 안에는 단맛, 감칠맛, 쓴맛 등을 내는 아미노산이 가득이다.

숙성 시간이 짧으면 맛이 부족해진다. 기업에게(개인도 마찬가지) 시간은 돈이다. 1년의 기간은 결국 돈으로 환산되고 맛은 대체될 수 있는 물질로 대신한다. 그게 MSG다. MSG가 들어가면 일단 맛은 기본은 한다. 사람들이 찾는 맛이다. 맛이라는 게 하나의 맛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여러 맛이 합쳐진 맛과는 결이 다르다.

수육을 삶았다.
소금하고 마늘 조금 넣고 한 시간 정도 삶다가 불을 끄고 20분 정도 뜸을 들였다. 평소 같으며 버크셔를 주문했을 건데 
미쳐 주문하지 못해 동네에서 앞다리살 사서 수육을 했다.

새우젓 하나를 올려 먹었다.

짠맛이면서 아닌 듯 한 새우젓의 맛이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돼지고기 맛에 균형감을 준다.

시간이 주는 맛은 과학이 주는 맛과 결이 다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MD의식탁‬

매거진의 이전글 화식우.. 여물 끓여 먹인 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