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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i Jan 13. 2018

이별의 끝자락

드라마 보며 강제소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나 그 바람을 흉내내볼까해요.

너무 보고싶고

너무 안고싶고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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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무심코 집어든 시집. 

읽는 순간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꽃혔지만

누가 볼까 내 작은 눈 가득한 눈물을 흘러내보내지 않으려

눈 깜빡이기를 거부했던 그 순간.

오늘 다시보기로 본 드라마에서,

그 순간을 다시 되집힐 줄이야.


자기 곁에 있으면 더 힘들수 밖에 없을 거라며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우린 이대로 힘들거 같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시와 함께 전달한 내 진심.


그의 말대로 이후 몇 달동안 우린 더 힘들었고

결국 헤어질 때는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내 존재가 널 행복하게 해줬던 그 시간들이,

너의 웃는 모습이 언제나 내 앞을 가렸던 그 시간들이

가끔,

아주 가끔 생각난다.


나는 그에게 온전한 바람이 되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바람이 되어주려고 하는 과정 속에

많이 성장했고 

이전보다 더 큰 그릇을 빚게 되었다.


우린 서로에게 방문객이었구나.

엇갈린 길은 돌아보지 않고

다음 방문객을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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