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현지화" 방법
외국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어떻게 현지화가 되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특히 "굿와이프"의 미국판 한국판을 비교했을 때 어떻게 조금 더 "한국화", 또는 한국 드라마 포맷에 맞추어 갔는지를 보면 프로듀서, 연출가, 그리고 작가님을 존경하게 될 뿐이다.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밑작업인 설정. 그 중, 캐스팅을 비롯한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를 먼저 비교해보자.
+캐스팅
유지태, 전도연, 윤계상, 김서형, 나나, 이원근, 박정수 등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는 아직 "배우빨"이 더 크다.
정말 빵빵한 캐스팅. 게다가 전도연의 오랜만 티비 복귀작이어서 더 화재를 끌어모았다.
반면에 미국 출연진 캐스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한국 출연진 캐스팅을 처음 접했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당시의 Julianna Margulies (ER) 와 Chris Noth (Law and Order)은 한국의 유지태, 전도연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우선 전반적으로 젊다.
한국판 캐스팅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살짝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미국판 연령층의 중견 배우들을 헤드라인으로 섣불리 쓰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가 아쉬울 뿐이다. 비슷한 연령층을 고려해서 캐스팅 했다면 그만큼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탄탄한 연기.
주연, 조연, 감초역할 할 것 없이 연기가 탄탄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분들이 있다.
>김서형: "어셈블리"를 통해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배우인데, 그 드라마에서의 캐릭터와 비슷하게 "굿와이프"에서 한 로펌의 공동대표 역할을 표현했다. 둘 다 법/정치 쪽 드라마이기도 하고 똑부러지면서 귀여운 면도 있는, 소신있는 캐릭터여서 살짝 겹쳐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의도였는지 연출의 의도였는지 배우의 의도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판에서 없었던 "귀엽"고 "유머스러운"면을 캐릭터에 더한 면이 좋았다. 아주 살짝, 어쩌면 딱 필요한 만큼만 한국판 "굿와이프"를 조금 덜 정적으로 만들어 주는데에 한 몫 하지 않았다 싶다.
>이원근: 이 캐스팅은 놀랍다. 어떻게 미국판 배우와 그리 비슷한지. 연륜이 달라서인지 한국판 Cary 가 살짝 무게감이 덜하고 한국판에서는 이 캐릭터가 어쩌면 조금은 더 얄밉게 표현된 것 같지만 두 배우가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비슷하다. 특히 영어로 smirk 라고 표현되는 웃음까지.
>나나: 나나가 맡은 "김단"역은 미국판에서 정말 "모두에게 먹히는" 매력으로 설정된 캐릭터인데, 사실 미국판을 계속 보면서도 잘 와닿지 않았던 부분이다. 처음엔 "그래, 남자들이 느끼는 (성적)매력은 다르겠지"라고 하다가 갈수록 여자와도 엮이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의아해했던 캐릭터. 근데 왠지 나나라면 이해가 간다. 단지 출중한 외모로만 승부를 벌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는 매력. 예상보다 더 묵묵하게, 과도하지 않게 연기를 해준 나나에게 퐁당 빠지고야 말았다.
+관계
실제 나이 때문에 윤계상과 전도연이 친구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어색함이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런 캐스팅적 부분보다, 설정 자체가 달라진 관계의 예시를 들자면 윤계상과 김서형의 관계.
미국판에서는 이 전에는 서로 라이벌사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정말 단순히 공동 파트너로 나온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남매관계. 게다가 미국판에선 이전 파트너 중 하나였던 캐릭터가 한국판에서는 그들의 아버지로 나온다. 한 마디로 이 로펌은 "가족사업"인 것.
이 부분에 난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핏줄에 강한 한국. 핏줄에 익숙한 한국.
미국과는 달리 여러 시즌을 한 시즌으로 녹여내야 했던 한국판을 제작하면서 관계도를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조금 더 간결하게, 조금 더 임팩트 있게.
우선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한국판에서 그들의 아버지로 나온 분이 미국판에서는 종종 딴지를 걸고 방해가 되는데 그런 요소는 이번 한국판에서 볼 수 없었고, 차후 시즌2가 나온다고 해도 보기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