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별 부동산 30년사 - 포항

포스코와 운명을 함께한 철강도시

by 푸디

지난 글에서 부산과 울산의 부동산 30년사를 정리하였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산업의 철강의 중심인 '포항'의 부동산 30년 역사를 정리한다.


지방 도시별 부동산 30년사 - 부산

지방 도시별 부동산 30년사 - 울산


과거 부동산 시장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각종 자료들을 조사하고 참조하였으며, 데이터는 원천 데이터를 직접 태블로로 분석하였다.


의존도 85%, 포스코 없인 포항도 없다

포항을 이야기할 때 포스코를 빼놓을 수 없다. 지역 경제의 포스코 의존도가 무려 85%에 달한다. 이는 다른 산업도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울산의 조선·자동차도 여러 업체가 있지만, 포항은 사실상 포스코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 포항 부동산은 필연적으로 철강 경기와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잘 나가면 포항 집값도 올랐고, 포스코가 어려우면 포항 부동산도 함께 추락했다.


포항의 부동산 시장 흐름

매매가격 전년동월대비 증감률 - 부산 (노란색) / 서울 (초록색) / 포항 (빨간색)


1990년대, 안정의 시대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포항은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포스코가 민영화 초기 단계였고 자체 경쟁력이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전방 산업인 건설·자동차 업계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긴 했지만, 기업 차원에서 큰 구조조정은 없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발 철강 수요 증가로 포스코 실적이 호전되자 포항 부동산도 잠시 활황을 보였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2008년 이후부터였다.


2008년 이후, 9년간의 긴 침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철강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포항도 깊은 늪에 빠졌다. 충격적인 것은 포항 아파트 매매가격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9년간 25%나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값이 하락한 전국 15개 시·군·구 중에서 포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급과잉이나 서울 버블세븐 지역이었어요. 제조업 불황으로 집값이 이렇게 장기간 크게 떨어진 곳은 포항이 유일했죠."


실제로 포항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2007년 383만원에서 2016년 287만원으로 25% 하락했다. 거래량도 2011년 2만 8천 건에서 2015년 2만 1천 건으로 줄었고, 2016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포스코의 위기가 곧 포항의 위기

2015년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 철강 불황 속에 포항철강산단 내 입주업체 277개 중 29개사가 가동을 중단했고, 고용 인원도 1년 새 8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역 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일자리 감소 → 인구 유출 → 주택수요 감소 → 가격 하락 → 거래량 급감의 고리가 이어졌다. 집을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으니 거래가 얼어붙었고,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정부 대응, 제한적이었던 효과

포항의 경우 울산처럼 정부의 직접적인 지역 지원정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거대한 단일 민간기업 포스코에 의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해 철강 수요를 창출하려 노력했다. KTX 포항 연장(2015년 개통), 영일만 신항만 개발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민간 부문 침체를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구도심 개발에 재정을 투입했다. 또 중소 철강협력업체 지원금, 지역 일자리 사업 등으로 간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늘렸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장기간 집값 하락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을 완화하는 등 민간 건설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2020년 이후, 새로운 전환점

흥미롭게도 포항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차전지 소재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등장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이 포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에 3번째 양극재 공장 건설을 발표하며 6천억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혔다. 포항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

새로운 산업 투자 소식이 들리자 포항 부동산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2023년 현재 포항은 오랜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해제되고 거래가 살아나는 등 회복의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역 언론은 "포항 집값은 포스코 경기가 좌우하는데, 2015년 정점 이후 주춤하던 집값이 최근 경기 회복 시그널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2차전지 소재산업 성장으로 지역 일자리와 인구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자금 흐름의 특징

포항은 산업구조 특성상 외부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고 지역 내 자금흐름이 포스코와 운명을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호황기에는 포스코를 통해 막대한 수익이 지역에 분배되고 협력업체 투자도 늘어나면서 민간자금이 지역 부동산에 재투자되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지역 자금의 외부유출이 두드러졌다. 2008년 이후 포항 부동산 침체기에는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하락하여 지역 부동산 자산으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아예 유입되지 않는 정체 상황이 이어졌다.


포항 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철강 불황기에 포항지역 금융기관의 대출 대비 예금 비율(여신괴리율)이 심각한 편차를 보였는데, 이는 지역에서 조달된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새로운 도전, 산업 다변화

포항이 철강 일변도 산업구조를 벗어나 2차전지 소재산업으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탈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이 포스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의 철강 기술력과 2차전지 소재 기술이 결합된다면 포항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이 주는 교훈

포항의 30년 부동산 역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단일 기업 의존의 위험성이다. 85%라는 압도적 의존도는 호황기에는 강점이지만 불황기에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둘째, 산업 전환의 필요성이다. 철강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는 포항의 시도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셋째, 정책의 한계다. 민간 대기업 중심 도시에서는 정부 정책만으로 지역경제를 좌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8월 현재 포항 철강산업 현황

현재 포항은 포스코의 위기와 함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아래 링크에서 그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철강업계의 붕괴' 포항이 멈춘다


2025년 8월 현재, 포항의 부동산 시장 현황

포항시 남구와 북구 모두 2022년 하락 이후 여전히 하락세가 지속 중이다.

경상북도 매매가격 전년동월대비 증감률


포항의 부동산 시장 전망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포항은 포스코의 업황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현재 철강산업의 위기로 업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한동안 포항의 부동산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항에는 여전히 2026~2027년에 적정 수준의 공급물량도 예정되어 있다.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충분한 공급이 예정되어 있기에 포항에서의 부동산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포항시 공급물량 @ 부동산지인



포스코와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포항의 부동산은 언제 다시 봄날이 올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방 도시별 부동산 30년사 -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