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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포용의 경제적 가치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할 때 열리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

by 최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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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업 활동에서 다양성과 포용은 단순한 사회적 가치에 머물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더 넓은 소비자층을 이해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을 고려한 마케팅은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2020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경영진 구성에 있어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다양성이 고객층의 다양성과도 연결되며, 다양한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이 경쟁력에서도 앞선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을 포함한 고객층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16%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과 그 가족, 지지자 등을 포함한 잠재 소비자 집단의 규모는 약 8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많은 기업에게 있어 간과하기 어려운 기회의 시장이다.

영국의 유통업체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이후 점포 접근성을 개선하고 장애인을 위한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시행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진입로 정비, 점자 표지 및 수어 인력 확충 등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했으며, 그 결과 브랜드 신뢰도가 상승했고 장애인 고객층의 매출 또한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국내 사례로는 현대자동차를 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수화 언어) 영상 차량 매뉴얼을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시각적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차량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장애인 전용 시승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며, 실사용 환경에서의 접근성과 운전 경험을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제 소비자 경험의 장벽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으며, 기업이 장애인 소비자와의 관계를 신뢰 기반으로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을 반영한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기업이 다양한 배경의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곧 신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 스포츠는 이러한 가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다. 관람객, 후원사, 선수들이 함께 만드는 무대는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노출을 넘어 진정성 있는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은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가치이지만, 동시에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소비자, 투자자, 사회 모두가 점점 더 포용성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평가하고 있다. 이제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선택이 아닌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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