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윤 Jul 09. 2020

감독은 선수 모두를 똑같이 좋아할 수 없다

출처-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

하나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수를 ‘사람’으로 보는 마음이다-김인식 감독


 “나는 선수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했다. 하지만 똑같이 좋아하지는 못했다.”


 시카고의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아모스 알론조 스태그가 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팀의 감독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모든 선수를 좋아할 수 없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는 모든 선수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반 밖에 없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27명(남자 8명, 여자 19명)의 학생이 6년 동안 함께 했다.


 나는 6년 동안 6명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6명의 담임 선생님 중 P선생님은 우리 반 K군을 싫어했다.


 수업 중 P선생님은 우리들이 다 보는 앞에서 K군을 혼냈다.


 “야 너 좀 씻고 다녀라. 냄새난다. 너희 부모님이 고물상 한다고 안 씻고 다니는 거니?”


 그 후로 P선생님은 K군에게 냄새가 난다며 다가가지 않으셨다.


 P선생님은 K군을 멀리했다. 그런 행동을 본 나와 반 친구들은 선생님과 똑같이 K군을 멀리했다.


 조직의 리더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 누구 하나 차별 없이 조직원을 똑같이 대했을 때 리더와 조직원 사이에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만약 조직을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바람이 불면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 것이다.


 나는 팀의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나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모든 선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모든 선수를 사랑으로 대하자.’ 하지만 이 약속은 끝끝내 지킬 수가 없었다. 왜냐면 참기 어려울 만큼 마음에 안 드는 선수가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J선수가 있다. J선수는 매번 훈련에 늦게 오던지 아님 훈련에 참석을 안 하는 날이 많았다.

 


 한 번은 J선수를 불러 놓고 성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선수의 기본은 성실이야. 성실해야 네 실력도 크는 거야. 너는 신체적 조건이 좋기 때문에 2~3년만 열심히 한다면 우리 팀 주전은 물론 다른 팀에서도 너를 눈여겨볼 거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열심히 할게요.”


 면담 후 J선수는 아주 잠깐 성실했다. 그 후로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훈련에 참석을 하지 않은 날에 전화를 하면 ‘어제 밤늦게까지 일을 해서 지금 일어났다는 말뿐이었다.’ J선수의 그런 모습에 너무 화가 나 나도 모르게 J선수에 대한 험담을 선수들에게 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선수들 또한 J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후론 나는 아무리 선수가 싫어도 다른 선수들 앞에서 싫어하는 선수에 대해 험담을 하지 않았고, 또 모든 선수를 내 자식처럼 사랑으로 대했다.


 

출처-https://www.yna.co.kr/view/AKR20110818125700007

 김성근, 김인식, 손윤, 유효상의 저서『김성근 ․ 김인식의 감독이란 무엇인가』에서 김성근 감독은 ‘공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감독은, 공평해야 한다. 다른 팀들을 보면 야구 잘하는 선수들, 흔히 말하는 스타에게 매달린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똑같이 대한다.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김성근 감독은 LG 유니폼을 벗고 야인으로 있으면서 김재현 선수와 허물없이 지냈다. 그러다 SK에서 둘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그때 김재현 선수와의 관계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더 엄하게 대하기로 결심을 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재현 선수에게 엄하게 대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팀 안에서 하는 나의 태도가 아주 냉정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공정하기 위해서다. 실력이 있어서 기용하는 것인데도 감독이랑 친해서 저러는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받을 수 있다. 성적이 좋은 선수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공평해야 한다. 그런 작은 눈길들이, 결국에는 팀에 독이 된다. 안 좋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선수를 공평하게 대하지 못해 팀을 이적하는 선수들을 TV에서 종종 보곤 한다. 휠체어 농구에서도 선수들을 공평하게 대하지 않아 팀을 이적한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감독은 선수를 자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부모는 모든 자식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으로 키운다. 분명 자식들 중 더 예뻐 보이는 자식은 있다. 그러나 그 자식만 유독 좋아한다면 다른 자식은 시기와 질투 때문에 집을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한 자식한테만 유독 잘해 주면 안 된다. 모든 자식을 공평하게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88연승을 한 존 우든 감독은 선수를 자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감독과 선수의 관계’에 대해 8가지 비밀을 제시했다.                    


1.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라. 다만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하라. 감독에게 편한 마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따뜻하게 대하고 개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둬라.


2. 선수들을 적절히 통제하라. 단 독단적인 행동은 하지 마라. 공정함을 유지하고 강압적인 지시보다는 먼저 나서서 본을 보여라.


3.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각자의 성향에 따라 인격적으로 대하라.


4. 모든 선수가 동기와 높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


5. 선수가 수업에 빠져야만 하는 상황일 때는 교수님께 미리 말씀드리도록 지시하라.


6. 칭찬과 인정은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심한 비판을 하고 난 뒤에는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어라.


7. 선수들이 하나하나의 일마다 성실하고 정직한 태도를 보이도록 지시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가르친다면 팀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협동심이 강해질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시기, 질투, 비판, 이기적인 태도, 서로에 대한 조롱은 팀 정신과 협동심을 해칠 수 있기에 제거하도록 한다.


8. 팀의 발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어라. 선수를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마라.  


  모든 분야의 리더는 훌륭한 부모의 마음으로 팀원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행복한 가족을 보면 그 안에는 사랑이 보인다. 리더는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하게 돌봐줘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왜냐면 팀원은 ‘언제나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 아닌 내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이다.

이전 22화 열정은 인생을 이끄는 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