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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윤 Apr 01. 2020

보려고 하는 순간 팀은 더 단단해진다

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sxsrf

모든 것을 관찰하세요. 소통을 잘 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세요.-프랭크 토마스


 중국 속담에 ‘고개를 쳐들고 보고, 고개를 숙여 관찰한다.’라는 말이 있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탐구하라는 뜻이다.


 감독은 중국의 속담처럼 선수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선수는 어린 자식과 같다. 선수의 말, 표정, 행동 등을 세밀히 관찰하여 선수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전국 휠체어농구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M선수는 훈련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얼굴은 수척했고, 전보다 훨씬 말라 보였다. 훈련을 끝내고 M선수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했다.


 “훈련하는 건 어때? 재미있니?”

 “네 재미있습니다.”

 “음… 그렇구나!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니?”

 “아니 없습니다.”

 “혹시라도 고민이나 무슨 일 있으면 알려줘 오늘 고생했어. 조심히 들어가”

 “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M선수가 성격이 내성적이라 속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M선수가 나간 후 바로 M선수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뚜~ 뚜~ 안녕하세요. 아버님 저는 M선수에게 휠체어 농구를 가르치는 최용윤 감독입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진작에 연락을 드린다는 게…. 먹고살려고 보다 보니….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버님. 다름 아니라 요즘 M선수가 훈련에 집중을 못해서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아마 저 때문일 겁니다. 아이가 혼자 나 가사는데 아비라는 사람이 아들한테 연락도 자주 안 하고…. 가끔 전화하면 잔소리만 해대니…. 아마도 그런 아비가 싫었겠죠.”

“아버님 그러면 한 달 뒤에 저희 지역에서 전국 휠체어농구대회가 열리는데 직접 오셔서 M선수를 응원해주면 어떨까요? 그러면 M선수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요?”

“우리 지역에서 하나요?”

“네!”

“그럼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시면 응원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진표 나오는 대로 다시 한번 더 연락드리겠습니다.”


  한 달 뒤 I팀과의 경기 때 M선수의 출전 시간을 10분 더 부여했다. 이 날 M선수는 6 득점 4 리바운드 1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M선수의 활약으로 우리 팀은 I팀을 43대 24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 모두는 경기용 휠체어에서 일반 휠체어로 옮겨 타려고 코트 밖으로 이동했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용 휠체어에서 일반 휠체어로 옮겨 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우리 모두는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M선수 아버지입니다.” 나는 선수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M 선수를 쳐다보았다. M 선수는 놀란 토끼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M 선수의 아버지가 M선수에게 다가가 “오늘 시합 잘하더라.” “아 네…. 근데 어떻게 오셨어요? 말씀드린 적 없는데?” “아 그게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단다.”

 M선수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감독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선수의 현재 상태(심리․육체)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선수의 상태를 파악해야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기 전에 문제의 해결 방법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관찰에 뛰어난 전 올림픽 축구감독 홍명보는 선수 관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독은 팀 안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는 위치에 있어요. 감독으로 일하다 보니 지도의 기본이 관찰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 선수들을 관찰하지 않으면 그 선수의 상태를 몰라요. 지금 좋지 않은 선수와 좋은 선수를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단순히 컨디션 문제인지 정신적인 문제인지 최대한 내 머릿속에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선수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해결 방법을 바로 내놓을 수 있어요”


 K 선수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C복지관에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 훈련을 열심히 했던 K 선수는 입사와 동시에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K 선수가 걱정됐던 나는 K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K 선수 요즘 많이 바쁘니?”

 “바쁜 거 보다는 업무 적응 때문에요. 업무 적응만 끝내면 훈련에 열심히 참석하겠습니다.”


 열심히 참석하겠다는 K 선수는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참석을 하지 못했다. 어느덧 시간은 꽃이 피는 봄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로 변했다. 계약 만료 한 달 전 K 선수는 나를 찾아왔다.


 “너 회사 계약 기간 끝나가지? 재계약 하자는 말 없니?”

 “네 재계약하자고 하네요. 근데 안 하려고요. 매일 야근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못하니까 그게 너무 싫어서 재계약 안 하려고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운동하면서 생각해보려고요.”


 K 선수에게 운동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여건상 K 선수에게 그런 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안타까웠다. 계약이 끝난 K 선수는 운동에만 집중하였다. 시간은 흘러 4월 첫 전국 휠체어농구대회가 열렸다. 열심히 훈련을 한 K 선수는 작년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다. K 선수를 본 S팀 감독님이 나한테 말했다.


“K 선수 좋네. 나이도 어리고…. 그래서 말인데 K 선수 스카우트하고 싶은데…. 최 감독 생각은 어때?”

“제가 먼저 감독님께 K 선수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먼저 말씀해 주시니…. 저야 좋습니다. 일단 구단과 상의해서 빠른 시일 안에 연락드리겠습니다.”

K 선수는 S팀으로 이적을 했다. S팀으로 이적한 K 선수는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관찰은 매우 기초적이지만 엄청난 정교함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다.”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가 한 말이다.


 감독은 선수를 가족의 어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관찰을 해야 한다. 가족처럼 생각해야 선수를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섬세한 관찰은 나올 수가 없다. 섬세한 관찰만이 팀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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