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을 때부터 새벽 일찍 일어난다. 그 날 할 일에 대한 기대와 흥분 때문에 마음이 설레어 늦도록 자리에 누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밤에는 항상 숙면할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 날이 왔을 때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즐겁고 힘차게 일을 하기 위해서 이다.”
한국 재계의 대표적인 1세대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주영 회장이 한 말처럼 흥분과 기대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소풍 전날 다들 기억 날 것이다. 다음 날 혹여 비라도 올까 봐 쉽게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난 기억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 기대와 흥분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게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을 몇 달 전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휠체어 농구는 좋아해도 농구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중학생 때부터 농구선수가 되어 하루 4번(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했다.
훈련이나 시합 때면 거의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맞았기에 농구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농구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버틴 기억만 난다.
농구선수를 그만두고 P 농구동아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농구가 좋아서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P 농구동아리 사람들이 좋아서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P 농구동아리를 몇 년 동안 나가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농구와 멀어지게 됐다.
그러다 작년 추석 명절날 집 앞 놀이터에서 우연히 J 형을 만났다. 우린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J 형이 나에게 주말에 농구를 같이 하자고 권했다.
“내가 농구를 하는 동호회가 있는데 한 번 나와 봐. 농구하는 날도 토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라 시간적으로 괜찮아서 끝나고 육아를 하면 되고, 또 체육관도 너희 집에서 5km 안에 있어서 가깝고 거기에 동호회를 만든 사람들이 내가 다니는 교인들이 만든 거라 괜찮아.”
“그래요? 그럼 와이프랑 이야기해보고 말씀드릴게요.”
나는 와이프와 의논 끝에 토요일 날 농구를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에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인사를 하고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농구 코트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2시간 정도 농구를 하고 집에 왔다. 오랜만에 농구를 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온몸이 쑤셨다. 그러나 마음만은 즐거웠다. 그래서 그다음 주도 나가게 되었다. 한 3주가 흘렀다. 그때부터 내 몸에 이상 증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일 머릿속엔 농구 동작밖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었다. ‘수비가 이렇게 나오면 나는 이렇게 하고 슛은 저렇게 해야지.’ 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 웃긴 건 토요일만 되면 새벽 4시가 아니라 그것보다 2시간 더 빠르게 새벽 2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다른 날과 동일하게 저녁 22시에 취침을 했다. 그런데도 평상시 기상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났다. 진짜 신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그것 때문에 다음 날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이 나한테도 나타났으니 말이다.
사람한테는 누구나 좋아하는 것 한 가지씩은 있다. 그게 일이 될 수도 아님, 사랑이 될 수도 있다. 한번 생각해 봐라. 다음 날 사랑하는 사람과 아침 일찍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봐라. 분명 어떡해서든 일찍 일어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정주영 명예회장이 말한 것처럼 다음 날 기대와 흥분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분명 다음 날은 어제와 다른 날인데도 불구하고 어제와 똑같은 날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에 큰 기대를 안 해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