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리뷰
내가 만약 양육비를 주는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전남편이 양육비로 다투거나, 갑질(?)을 하려고 할 때 내가 했던 생각이다.
내가 양육비를 받는 입장이 아니고 주는 입장이라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양육비를 줄까?
나는 과연 양육비를 제때 줄 수 있을까? 마땅히 들어가는 돈이니까 줘야 할까? 아니 양육비를 주니까 내가 낼 수 있는 한 큰 목소리를 내면서 내 권리를 찾으려고 할까?
양육비 주는 것에 고마워하길 기대할까?
쿨하게 양육비만 주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까?
아이를 내가 키우면서 나도 양육비를 내고 있다.
왜?
원래 양육비를 책정할 때는 반반으로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기준표를 만들고, 금액을 정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법원 가서 알게 된 무지한 나... 물론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받는 양육비 그 이상으로 돈을 쓰고 있었지만, 양육비는 전 남편이 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양육을 하는 들어가는 모든 돈이 양육비가 되는 것이다. 그 돈을 반으로 나누고 엄마 아빠가 부담해야 한다.
내가 양육비를 낸다 한다면에 대한 대답은 내가 지금 아들을 키우면서 드는 돈에 생각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더 좋은 곳에 데리고 다니고를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애를 쓰고 돈을 쓴다.
아까운 것이 없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양육비를 내고 있지만 아까운 것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양육비를 온전히 아이를 위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양육비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고 한다. 양육비에 대한 내역을 보고 하라고 하기도 하고, 양육비 주는 조건으로 다른 협상을 하려고도 한다.
참 안타깝다...
나도 그랬다. 양육비가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언제나 나는 그 협상에서 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나쁘고 마음이 힘들었다. 그대로 매번 질... 질...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돌싱 카페에 글을 썼다.
(지금처럼 블로그에 글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지식인에도 못 물어봤다.)
양육비로 힘듭니다. 적은 금액으로 이혼 협의를 했는데, 조정 가능할까요?
돌싱 카페에는 전담 변호사들이 있다. 양육비 분쟁이나 이혼 소송과 관련된 글에 항상 댓글을 달아 주신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정 신청이지만, 소송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라고? 변호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거 아냐? 그러다가 양육비는 그대로이고, 내 돈만 더 들어가는 거 아냐?"
"소송이라고? 너무 무서운 낱말이야."
하지만 나는 법원 서류가 필요했다. 강제로 이렇게 말해주는 서류
너 해!! 네가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 양육비로 장난치지마!!
나는 용기를 냈다. 가정 법원 근처로 차를 몰았다. 가정 법원 앞에는 이혼전문 변호사 사무실이 많다. 여성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있는 변호사 문을 열었다.
"저... 제가 양육비로 힘들어서 그런데요... 혹시 양육비를 강제로 매달 보내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금액도 처음에 협의를 잘 못 한 것 같은데 조정 가능할까요?"
친절한 여 변호사가 내 사정을 듣더니 같이 화를 내주었다. 같이 꼭 원하는 결과를 내 보자고 했다. 변호사 비용도 깎아줬다.(원래 깎아 줄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보통 양육비 조정 신청은 수입이 줄어서, 양육비를 줄이고 싶을 때 소송을 많이 한다고 했다. 나처럼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말해줬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이혼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두렵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내가 첫 사례여도 괜찮았다. 그렇게 나는 관련된 서류를 준비하고, 탄원서도 썼다. 탄원서라는 문서는 참 사람을 힘들게 했다. 나를 불쌍하게 만들고, 상대방을 비난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누군가에게 글로 무릎을 꿇고 도와 달라고 애원하는 글이 되어야 했다. 나는 판사님께 내가 왜 양육비가 필요한지, 지금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일러바쳤다.^^(이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법원으로 서류가 보내지면 나는 판사님이 땅! 땅!! 하고 판결을 내려줄 줄 알았다. 둘이 수입이 이렇고, 필요한 금액이 얼마고, 협의는 얼마를 했지만, 구두로 약속한 금액이 있으니까 현 상황을 고려해 내가 원하는 양육비로 판결을 내려 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했다.
전 남편, 나, 조정위원 2명
조정위원들은 나를 설득했고, 전 남편을 설득했다. 조정위원이 말하길 이런 경우로 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혼 전후로 두 사람의 수입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협의 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전 남편이 협의를 안 하면 조정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내 상황을 계속 어필했다. 전 남편 앞에서도 했고, 자리를 피하게 하고도 했다. 하지만 마냥 내 주장만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나와 전남편의 의견을 절충해서 양육비를 결정했다. 내가 낸 금액의 절반이었지만, 원래 받는 금액의 두배!
(협상의 법칙이 성립되는 상황...) 어린 여자 판사님의 판결이 내려지고 얼마 뒤 판결문이 나에게 왔다.
그 소송 사건으로 인해 양육비가 늘어난 것도 물론 좋았지만, 전 남편이 양육비로 더 이상 협박을 하거나,
자기가 서포터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전 남편도 양육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아이를 위해 마땅히 줘야 하는 돈
최소한의 책임
그 이후에 아들이 자라면서 전 남편은 양육비 이외에도 아빠로서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서로 법원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다. 내가 만약 변호사 사무실 가는 것이 무섭고, 그 비용 때문에 망설였다면 이런 평화는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용기를 낼 필요도 있다.
이혼을 할 때처럼...
행복은 풀과 같습니다. 풀은 사방 천지에 다 있어요. 행복도 그렇고요. 풀은 생명력이 무척 강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죠. 긍정적인 풀의 생명력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듯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을 찾아낸다면 살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겁니다.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여기서 '해방'을 '행복'으로 바꿔 보세요.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 이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여덟 단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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