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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 번째 리뷰: 재혼의 조건

이혼 반성문




나는 이혼 후 재혼을 하려고 했다.

재혼을 하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혼을 해서 경제적인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하고, 아이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그럼 이혼 당시에 재혼할 상대가 있어냐고? 그건 절대 아니다. 

솔직히 남자에게 너무 지쳐서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재혼을 하게 되면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남자의 조건들도 생각해 봤다.



이혼을 해 본 사람이면 더 좋겠지?

 이혼을 안 해 본 사람은 내 상황을 이해 못 해주니까 말이다. 

아이가 어리니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나? 

자신이 없으니까 나이 많은 사람으로 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안정된 직업에 돈도 많이 벌면 좋을텐데...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사람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결혼 정보 회사 가입?

돈 드는 건 싫으니까, 내가 먼저 한 건 돌싱 카페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리다 보니 친목을 위한 모임에는 참여하거나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없었다.


나는 주로 여행 글이나, 육아 대디 글에 댓글을 많이 남겼다.

또 만남을 위한 소개글을 읽고, 내 소개글도 올렸다.

마음에 드는 사람 글에는 댓글을 남겼고, 연락이 오면 만나봤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여러번 연애도 해 봤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적도 있고, 상대가 나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 재혼을 전제로 만나길 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연애만 하려고 가볍게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연애는 가끔 이혼으로 힘든 삶에 활력소가 되었다. 아이 육아로 힘든 나에게 여자임을 일깨워주는 시간들이었다.







그럼 지금 나는 재혼을 했을까?


여러번의 연애 이후 나는 돌싱 카페에서 사람을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건으로 만나거나 가볍게 만나는 사람이랑 재혼까지 갈 수 없었다. 


아이가 아빠랑 만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남자도 있었고, 아이를 남편에게 보내라는 남자도 있었다. 아이를 대놓고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혼을 한 이유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함이었기에 아이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기도 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내가 재혼을 하고 아이를 짐처럼 느끼면 어쩌지?

아이를 미워하거나, 재혼해서 낳을지도 모르는 아이랑 차별하면 어쩌지?

단순히 내가 가지는 두려움이 커서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나는 잘 해 나갈 자신이 없었다.




돌싱 카페에는 재혼을 하고 잘 사는 커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재혼을 했지만 잘 살아가는 모습과 일상을 공유한다. 그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못해 낼 거라는 생각이 컸다. 몇번의 연애를 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불현듯 나는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나려는 남자는 나와 아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고

내 상황을 다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아들도 자식처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나도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고, 아껴줘야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혼 후 인생의 반려자를 찾은 것이 아니다. 이혼 후 힘든 것을 구출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전남편이 나를 어렵고 힘든 내 삶을 구해 줄 것 같아서 결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엔 그런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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