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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어려웠다.

여덟번째 반성

#이혼반성문 #이혼 #인사 #기분대로할래 #화가나서


결혼을 하고 나는 내가 몰랐던 모습이 많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혼 전 나는 밝고, 인간관계가 좋았고, 내 기분을 드러내지 않고 일처리를 했으며,

윗 어른께도 인사도 잘하고, 싹싹한 사람으로 평가 받아왔었다.

그래서 남편이 홀아버지라고 해도, 보수적이라고 해도, 내 평소 성격이라면 잘 해결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내가 잘 하면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 반, 내가 어려워 하면 그가 도와 줄 거라고 생각한 거 반이었다.

그가 나의 든든한 빽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서 나를 너무 과대평가 했다는 것을 신혼 여행을 하면서 알았다.

해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우왕좌왕하는 그의 모습에 실망했고, 결국 내가 처리하면서, 내가 생각한 빽은 없었구나 느꼈다.

아마 이때 상실감과 실망이 엄청 컸었나보다. 그 이후로 나는 점점 감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결혼 생활이 이어질 수록 나는 감정을 심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되었다. 평생 살아오면서 화를 그렇게 많이 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냉정하고 쌀쌀맞게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말을 한 마디도 안 하고 한달 이상 지낼 수 있는 사실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때 알았다.


내가 화를 내고, 섭섭하다고 울고, 내 감정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면 언제나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니가 화가 나는 건 알겠는데...

내가 들어 왔으니까 인사는 해야지?

아무리 화가나고, 섭섭해도 같은 식탁에서 이야기 하면서 

밥은 먹어야 하는 거 아냐?

섭섭한 건 알겠는데, 시댁 모임에는 해야할 건 해야 하잖어. 

아파도 참석하는데, 기분 나쁘다고 참석 안 하는 게 말이 안되지..

왜 그렇게 매일 화를 내? 

싸움은 안 하는게 좋은 거야. 왜 자꾸 싸움을 하려고만 해."

내가 점점 더 괴로웠던 것은 이렇게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계속 지적하고, 외면했던 전남편의 태도였다. 그에게는 내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불편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나는 결혼 생활 내내 전남편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분이 나빠서 니 얼굴도 쳐다 보기 싫은거야.

(내 기분이 나아지면 난 얼마든지 인사할 수 있어.)

니가 인사해도 내가 기분이 나쁘니까 대답도 하기 싫어.

싫은 걸 꼭 참아가면서 해야해? 

넌 니가 하기 싫은 걸 뭐 참고 있는건데?

내 기분을 당신이 알아주고,

화 안 나게 하면 결혼 생활 잘 할 수 있어."



누구의 입장이 맞았던 것일까?


우리 둘은니가 안 변하면 우리 결혼 생활이 엉망이 되는 거고, 그렇게 만들어서 니가 잘못되고,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할거야


그래서 결혼 생활이 엉망=이혼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요즘 나는 가끔 나한테 물어본다


"이혼 왜 했어?"

"인사하는게 너무 힘들었어."

"그냥 인사는 하지."


화가 나는 것을 참고 인사를 했다면 이혼을 하지 않고 잘 살고 있었을까?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중에서
 하버드 대학의 테일러 박사 역시 조용히 주시하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90초 내에 식어버린다고 말한다.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의 자연적 수명은 90초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퍼져 나가는데, 90초가 지나면 저절로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화는 뿌리 없는 나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꺼지게 돼 있다. 그런데 분노가 90초이상 지속 되는 건 우리 스스로 화에 기름을 붓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어떤 운전자가 내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들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해 보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이해 못할 놈이네." 이렇게 스스로 기름을 부으면 화는 90초가 넘어도 계속된다. 테일러 박사는 어느날 음악에 도취돼 과속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딱지를 떼이게 됐다. 몹시 기분이 상했다. "음악에 빠져 잠시 과속을 했기로서니 벌금을 100달러나 물리다니, 정말 못된 경찰관이야."이렇게 생각하니 화가 더욱 불길처럼 치솟아 몸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곧 자신이 화에 파 뭍혀 있음을 깨닫고는 머릿속의 어린 아이를 남처럼 조용히 바라보며 달래 보았다."나를 생각해 줘 고맙구나. 그런데 90초가 지났거든. 위험한 상황은 아니란다. 그런데도 여전히 화를 낼 필요가 있니? 조용히 물러가렴."이렇게 달래자 화는 곧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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