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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omanist Jan 03. 2024

라멘이란 무엇인가 3편

시오, 미소, 새우 라멘과 삿포로 라멘 투어

https://brunch.co.kr/@foomanist/11

 라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1편에서 다루었고,


https://brunch.co.kr/@foomanist/13

 그중 돈코츠는 2편에서 발상지인 후쿠오카와 함께 다뤘다. 이번 편에선 미소 라멘을 대표하는 지역인 삿포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삿포로 라멘은 흔히 일본 3대 라멘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신치토세 공항부터 라멘 도장(Ramen Street)이라 불리는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 라멘 도장 안엔 삿포로 유명 라멘집이 많이 입점되어 있는데, 여행의 시작이나 끝을 이곳에 라멘을 먹는 일로 정하는 경우도 흔하다.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

 나 역시 여행의 시작은 라멘 도장이었다. 기본적으로 다 유명한 집들이기에 크게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공항인 만큼 관광객용 라멘을 먹고자 했기에, 크게 매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삿포로에서만 판매하는 삿포로 클래식을 주문하고 첫 시작은 콘 버터 미소 라멘.

콘 버터 미소 라멘

 이곳 라멘 도장을 살펴보면 위 사진과 같은 콘버터 미소라멘이나 게가 올라간 화려한 라멘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메뉴로 실제 현지인들이 흔히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홋카이도의 특산품이 유제품과 옥수수, 유바리 멜론, 게, 우니, 이쿠라, 감자, 아스파라거스 등이기에 그중 옥수수, 버터, 게가 라멘에 차용된 게 아닐까.


 버터를 아시아 국물 요리에 풀어먹는 게 굉장히 생소해 보이지만, 돈코츠 베이스에 미소로 진하고 짠 육수가 버터와 만나 부드럽게 풀어지니 생각보다 궁합이 좋다. 옥수수는 식감을 보다 재밌게 해주지만 딱 상상할 수 있는 그 맛. 


 사실 나에게 미소 라멘의 기준은 지금은 없어진 합정 본 라멘이었다. 초창기 본에서 먹었던 진하고 감칠맛 가득하던 미소 라멘을 기억하기에, 삿포로에서 만난 미소 라멘은 사실 기대보단 실망이었다. 다만 일본 미소 라멘이 어떤 결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라멘 도장이었다. 물론 기대가 높았을 뿐, 충분히 맛있었다. 특히 버터는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스미레 차슈 미소 라멘과 스미레 밥

 다음은 좀 더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스미레를 찾았다. 스미레는 삿포로 미소 라멘의 현재 모습을 처음 만들어낸 곳이라고 한다. 많은 요리가 그러하듯 원조에 대해서는 항상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지노산페이라고 하는 삿포로 라멘집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말도 있고, 돈 지루에 면을 넣어서 먹던 게 시작이란 얘기도 있다.

심야식당

 돈 지루는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일본식 된장찌개로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의 기본 메뉴로도 유명하다. 원형이 아지노산페이처럼 돈코츠 라멘에 미소가 살짝 들어간 스타일이든, 돈 지루에 라멘 면을 넣은 스타일이든 무관하다. 현재 삿포로를 대표하는 미소 라멘은 스미레와 같은 형태가 일반적이다. 


 삿포로의 미소 라멘은 추운 지역인 만큼 수프가 식지 않게 뜨겁게 끓여 두꺼운 기름으로 덮어 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면은 뜨거운 온도를 버티기 위해 낮은 가수율로 쉽게 퍼지지 않도록 만들어 낸다. 사실 내가 받은 라멘은 여름이라 그런지 그렇게 뜨겁다거나 기름층이 두껍지는 않았다. 그냥 맛있게 먹기 딱 좋은 온도와 적당한 두께의 수프. 한국에서 가지고 간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훌륭했다.

신게츠 라멘

 다음은 인생 라멘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신게츠 라멘. 미소 라멘으로 대표되는 삿포로에서 시오 라멘으로 유명한 집이다. 특히 생강을 넣은 시오 라멘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맥주가 삿포로 클래식이 아닌 아사히라 오히려 좋았던 곳이다. 삿포로 클래식은 특유의 부드러운 듯 미끈거리는 질감이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밀 맥주인가 의심이 갈 정도였던지라, 차라리 깔끔한 아사히가 라멘과 먹기엔 훨씬 좋았다.

신게츠 쇼가 시오 라멘

 삿포로 스스키노는 거리 특성상 새벽까지 장사하는 라멘집이 굉장히 많다. 신게츠도 오후 8시에 문을 열어 새벽 5시까지 장사를 한다. 라멘은 깔끔하고 시원한 닭 육수에 감칠맛이 가득하다. 생강을 섞기 전에 국물을 떠 마시면 정말 간단하면서도 깊은 맛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술 한잔하고 해장으로 먹는다면 정말 울며 먹을 수 있을 맛.


 그 깔끔하고 시원한 수프가 생강을 섞는 순간 완벽한 풍미로 가득 찬다. 간단한 요리를 맛있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면, 정말 먹는 내내 감탄만 나온다. 사실 시오 라멘은 삿포로가 아닌 같은 북해도에 하코다테에서 더 유명하다. 다만 신게츠는 지역과 무관하게 꼭 한 번은 먹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라멘신게츠 차항(일본 중식 볶음밥)

 모든 요리는 제법 연세가 있으신 사장님께서 홀로 하신다. 재료 준비나 서빙, 계산, 정리 등은 함께 일하는 직원분이 하시는데 면을 삶고 수프를 끓이고 고명을 올리는 과정, 차항을 볶아내는 일 등은 모두 사장님이 직접 하신다. 때문에 라멘집임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처음에는 라멘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앉아서 사장님을 보며 음식을 먹고 나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저 건강하게 오래 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까지 생겨버렸다. 

에비소바 이치겐

 그리고 삿포로에서 빠질 수 없는 라멘집, 에비소바 이치겐. 미소도 소유도 시오도 아닌 새우 라멘이다. 이치겐은 신치토세 공항 라멘 거리에서 가장 긴 줄을 갖고 있는 매장이기도 하다. 새우 베이스 라멘을 한국에서 메인으로 가져가는 곳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 비슷한 요리로는 새우탕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에비소바 이치겐 - 미소

 고명은 단순하다. 새우깡을 갈아 올린 것 같다는 새우 오보로. 바삭한 식감이라 더욱 그런 느낌이다. 거기에 쪽파, 아지다마고, 차슈. 맛은 정말 깊고 진하다. 감칠맛도 대단한데, 개인적으론 새우 육수에 가니미소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새우장이든 게딱지장이든 없이 새우로만 수프를 냈다기엔 감칠맛부터 깊이까지 정말 너무나 훌륭하다. 호불호가 좀 있다고 하는데, 새우 비스크 파스타나 새우장을 먹을 수 있다면 불호는 없을 것 같다.


 이치겐은 한국에선 비슷한 느낌조차 찾을 수 없기에, 삿포로를 방문한다면 한 번 꼭 들리기를 추천한다.

신게츠 라멘 - 쇼가 시오 라멘, 차슈 덮밥, 생맥주

 삿포로 라멘 투어의 마무리는 다시 신게츠로 돌아왔다. 차항은 먹어봤기에 이번에는 차슈 덮밥으로. 처음 먹었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너무나 단순하게 완벽했다. 마침 중복이었던지라 몸보신까지 제대로 챙긴 기분. 여름에 삿포로는 더운 서울을 벗어나 선선한 날씨 속에서 맥주 축제까지 즐길 수 있어 너무나 완벽했다. 다만 스프커리, 라멘 등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결국 겨울에 다시 와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핑계를 만들어 본다.


 다음은 라멘이란 무엇인가 마지막 편, '한국의 라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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