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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omanist Jan 10. 2024

라멘이란 무엇인가 4편

4편 - 한국의 라멘

 지금까지 라멘에 대한 간략한 정의와 분류를 1편에서, 2편과 3편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라멘의 도시, 후쿠오카와 삿포로를 통해 보다 자세한 라멘의 종류를 알아봤다. 그렇다면 마지막 편에 남은 질문은 하나, 한국의 라멘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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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국은 대부분의 해외 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는 도시다. 특히 서울은 미국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전 세계에 다양한 식문화를 안고 있으면서, 우리 입맛에 맞게 변화 시키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 그 어떤 민족보다 원조에 진심인 우리기에, 해외에서 먹은 그 나라 음식에 대한 찬양은 어쩔 수 없다. 더불어 맛을 인지하는 데 있어 맛보다 중요한 요소가 너무나 많단 것을 안다면, 한국에서 먹는 음식이 추억이 들어간 여행지에서의 음식보다 맛있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현지 맛을 살려,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낸 업장이 여럿 있다. 일본으로 가지 않더라도 맛볼 수 있는 라멘 맛집을 소개해 보며 '라멘이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연남동 하쿠텐 - 이에케 라멘

 가장 먼저 소개할 집은 홍대에서 가장 핫한 라멘 계열인 이에케 라멘을 선보이는 연남동 하쿠텐이다. 이에케 라멘은 돼지와 닭을 블렌딩한 육수에 간장으로 맛을 낸 돈코츠 소유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김과 시금치 토핑을 올리고 굵은 면을 사용한다. 더불어 기름의 양, 육수의 농도, 면 삶기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에케는 요코하마의 라멘집, 요시무라야부터 시작된 계통으로, 요시무라야 직원들이 독립해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뻗어 나왔다. 지금은 지로 라멘이 그러하듯 하나의 서브 컬처로 자리 잡은 모양.


 최근 이에케의 유행 속에서 홍대권에서는 하쿠텐과 지로우 라멘이 만든 무겐 스위치가 대표적인 이에케 라멘 계통으로 뽑힌다. 만약 진하고 기름진 라멘에 도전하고 싶다면 둘 중 어디를 가도 이에케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위에서 서술한 지로 라멘 역시 연남동 566라멘에서 맛볼 수 있다. 이에케보다도 진하고 기름진, 넘치는 숙주와 마늘, 고기가 잔뜩 올라간 지로계 라멘이다. 강력한 라멘이 먹고 싶을 때 고민 없이 가는 곳이다.


 일산에선 한창희의 천하 일면도 훌륭한 지로계 라멘집이다. 이젠 프랜차이즈화를 하신 건지, 일산이 아닌 곳에서도 제법 매장이 보인다. 


 물론 한때 지로가, 요즘은 이에케가 유행이긴 하다만, 사실 어떻게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이들은 마니악 한 라멘이다. 일반인에겐 짜고 기름지고, 면은 너무 두껍고 양도 과하게 많을게 당연하다. 그렇게 만든 라멘이니까. 그렇다면 입문용 라멘으론 어떤 게 좋을까? 먼저 추천하고 싶은 건 닭 베이스에 시오 라멘이다. 매장으론 홍대 멘야준부터 소개한다.

홍대 멘야준 - 시오라멘

 레어 차슈와 수비드 차슈, 죽순과 계란, 파채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닭 육수를 기본으로 부시를 같이 우려 감칠맛을 극대화한 수프다. 소금부터 물까지 신경 써서 만드시는데, 면은 손 반죽 면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다. 


 돈코츠 계열은 마니아가 분명하지만 가볍게 먹기엔 너무나 무거운 수프와 냄새에 예민하다면 접근할 수 없는 허들이 있다. 때문에 라멘에 입문하려는 이에겐 언제나 가장 대중적이고 클래식한 닭 육수를 추천한다.


 멘야준은 시오라멘이 흔치 않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는 시오 라멘 맛집이다. 토핑과 면, 소스 모두 변주를 줄 수 있는 만큼, 라면에서 라멘으로 넘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추천한다.


광화문 라멘 시미즈 - 시오 라멘 스페셜

 다음은 광화문 라멘 시미즈다. 라멘 격전지 홍대권을 벗어나 직장인 상권인 광화문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라멘집이 아닐까. 라멘 시미즈는 망원동 멘지 1대 사장님이 새롭게 준비하신 공간으로, 지하에 있지만 놀랍도록 넓고 쾌적하다. 라멘집 특성상 좁고 더운 걸 기본값으로 편하게 먹기가 쉽지 않은 곳이 정말 많은데, 시미즈는 거의 호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토핑은 제법 독특하다. 돼지, 닭, 오리를 어우르는 차슈와 멘마, 계란, 부추와 파가 담겨있다. 오리 차슈를 선호하는 나이기에 먹기 전부터 행복했다. 거기에 닭곰탕, 혹은 삼계탕 한 사발 들이켜는 느낌에 수프는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하다. 같은 닭이어도 오레노 라멘과 같은 백탕과는 다르다. 깔끔한 청탕이다. 가오픈 중일 때부터 방문했었는데, 가오픈이란 게 무의미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였다. 개인적으로 요즘 가장 자주 찾는 한국 라멘집이게 적극 추천한다.


연남도 쿄라멘

 라멘에 입문하고 이런저런 돈코츠를 먹다 보면, 농후한 하드 돈코츠가 궁금해지는 시기가 있다. 이에케나 지로 계통이 아닌 순수 하드 돈코츠를 찾는 사람에겐 연남동 쿄라멘을 권해본다. 많은 하드 돈코츠가 문을 닫았지만 쿄라멘은 여전히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재료 조기 소진으로 문을 닫으신다. 그만큼 높은 완성도에 돈코츠를 만날 수 있는 곳.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더불어 나도 이 진하고 농후한 수프를 언제나 완멘할 수 있도록 건강하기를 바라본다.

홍대 하카다분코 - 인라멘과 차돌단면

 나에게 라멘은 간식이자 식사였고, 안주거나 해장일 때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그 모든 게 가능한, 홍대의 밤을 책임지고 계시는 한국 라멘 대부, 하카다분코다. 이곳은 한국 1세대 라멘집으로 생소한 음식인 라멘을 자리 잡게 하고, 좋은 인상으로 수많은 팬을 만들어낸 곳이다. 만약 하카다분코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홍대에 수많은 라멘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라멘 문화에 기틀을 다져준 매장이다.


 처음 라멘 덕질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평양냉면처럼 한국 라멘집을 세대별로 분류해서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홍대 한정으로도 새로 생기는 라멘집을 따라가기조차 벅차다. 그만큼 라멘 시장은 놀랍도록 성장하고 발전했다. 일본을 가지 않아도 거의 모든 장르에 라멘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면식은 언제나 놀라운 팬덤을 만들어낸다. 라멘이 그랬고, 얼마 전까지는 평양냉면이나 생면 파스타가, 요즘은 막국수가 어마어마한 팬덤을 자랑한다. 우동이나 소바를 추앙하는 분들, 콩국수에 소금이냐 설탕이냐 문제로 진지하게 싸우는 분들, 인스턴트 라면 신제품을 모조리 리뷰하는 분들까지 정말 넓고 다양하다.


 언제나 건강 이슈가 따르는 면 요리지만, 면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은 분명하다. 면기에 놓인 담음새, 입술을 스치며 후루룩 들어오는 소리, 재료와 두께, 익힘 정도에 따라 가지는 개성 있는 식감, 소스나 수프, 고명에 따라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장성까지. 면 요리를 사랑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영화 남극의 셰프에 한 등장인물은 진지하게 말한다.


"내 몸은 말이야, 라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격하게 공감한다. 오늘은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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