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위기까지 갈 정도의 싸움 해결을 위해 결심한 커플 상담 10-1
나는 친정집과 신혼집을 번갈아 오가면서 출퇴근을 반복하다가 점점 신혼집에서 생활하는 비중을 늘렸다.
점점 함께 생활을 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우리가 서로에게 연애 기간 동안 보지 못했던 각자의 차이점, 그리고 우리 관계의 문제점이 점점 드러났다.
특히나 연인관계에서는 성인애착유형에 따른 문제점이 가장 큰 위협이 된다더니,
확실히 회피형에다가 MBTI의 극 T인 그와 공포회피형에 극 F인 내가 서로 같은 주제로 다른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싸움을 하면서 같이 관계전문상담가의 유튜브를 보면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얘기도 했었고,
싸우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어색한 화해의 순간에도 겸연쩍어하며 서로 가볍게 스킨십을 하면서 풀어지기도 했고,
서로가 관계를 위해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들이 켜켜이 쌓여서 도움이 되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았으련만.
나와 그는 생각보다 서로의 자아가 질기고 강했다.
사실, 잦은 싸움에 감정의 골은 깊어갔지만, 하나둘씩 대화로 서로의 오해를 풀기도 했고, 서로의 거리감이 느껴지다가도 다시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남자친구는 어떤 말을 할 때, 나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말투, 대화방식, 어떤 일을 결정하는 태도 등. 차라리 자신이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어떻게 기분이 상했다는 식으로 말하면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 작아지지 않았을 텐데, 그는 나의 고유한 성격이나 말투를 비난하듯 말했다. 그것도 굉장히 차갑고 날카롭게.
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강하게 들어간 그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무기처럼 사용해서 그에게 대항했다.
헤어지자고 말하고 번복하는 걸 극혐 하는 나지만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일 정도로 그는 강력했다.
남자친구의 논리적인 말솜씨에 비해 부족한 내 말솜씨와 싸울 때도 감정이 거의 없는 이성적인 그에 비해 감정적인 내 성격.
싸울 때마다 서로를 대하는 어떤 깨지 못할 태도와 생각의 틀을 형성해 버렸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큰 사건이 하나 생겼다.
싸우다가 내가 감정적으로 격해진 이유가 뭔지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힘들었던 과거 사건을 그에게 어렵게 말했는데, 나에게는 평생 큰 상처로 남았던 그 사건을 듣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어떤 공감도 전혀 해주지 않고 남의 문제를 보듯 가볍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 분노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동안 냈던 화를 모두 합친 것만큼 마구 쏟아냈다.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의 독설을 그가 어떤 방어할 순간도 없이 쏟아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내 입에서는 세상 독한 것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던 남자친구의 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었다.
아마 늘 나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내가 분노가 폭발했을 때 내뿜는 살기 같은 게 느껴졌던 거 같다. 그렇게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문제가 크게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
단순히 다르다는 문제로, 전문가들의 유튜브 영상의 말만 듣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헤어짐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예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지려 할 때, 심리학을 잠깐 학교에서 배우면서, 학교의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잠깐 받았던 게 많이 위로도 되고 도움이 됐던 게 기억났다.
바로 인터넷 검색으로 집 근처에 부부관계를 상담해 주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일정을 확인해서 동의를 얻고 커플 상담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