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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Dec 01. 2020

건강검진 종합 소견이 한 줄씩 늘어난다.

이게 다 교대근무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고 왔다. 거금 6만원의 검사비와 채혈이 필요했다.

지난 9월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고 검사 결과 ‘상담 필요’로 나오는 항목 중의 하나가 갑상선이었다. 갑상선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갑상선의 경미한 기능 저하일 것 같지만 일단 기능 검사를 해보고 약이 필요한지 알아보자고 하셨다. 이틀 뒤 검사 결과를 통해 갑상선 기능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나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내가 체감했던 나의 신체 전반의 변화는 경미하지만은 않았다.


2년에 한 번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는 사무직들과 달리, 나는 1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는 현장직이다. 그래서 매년 이렇게 검사 결과지를 받는다.

2019년도 건강검진 결과

2019년은 교대근무를 다시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다. 2019년 대부분의 건강검진 결과도 정상이었다. 공복 혈당 때문에 당뇨에서 C(경과 관찰-개월수)가 나온 것을 빼고는 대부분의 검사에서 A(정상)을 받았다. 체중도 정상이고 갑상선도 정상이었다.

2020년 건강검진 결과
2020년 건강검진 종합소견

하지만 2020년에는 경과 관찰을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건강을 해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역시 “비만”과 “스트레스”였다. 몸무게가 1년 사이 8kg 증가함에 따라 당뇨(당화혈색소)뿐만 아니라 갑상선 기능, 간 기능 등에서 더 주의가 필요해졌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지라, 다른 글에서 써볼 예정이다.)


참고로 사회 초년생이었던 2016년의 건강검진 종합소견은 매우 심플했다.

2016년 건강검진 종합소견

몸무게도 현재보다 10kg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 30대 초반인데 벌써부터 그래?”

벌써부터 문제가 생겨서 어쩌냐며 부모님은 걱정하신다. 벌써 직장생활 N년차에, 혼기가 꽉 찬 노쳐녀이지만 부모님 눈에는 아직도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벌써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이다.


직장인들 다 그래. 30부터는 살려고 운동해.”

주변 또래들의 반응은 이렇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나와 같은 변화를 경험하며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다. 나 역시 지난 3년 간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했다. 필라테스 그룹 수업을 2년 이상 들었고, 자전거 라이딩을 3년 이상 했고, 10km 조깅을 2년 이상 하면서 10km 마라톤을 두 번 완주하기도 했다. (운동 후기는 취미부자 매거진에 채울 예정) 그런데 투자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20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표준 체중이었다. 30대에는 주2회~3회 1시간씩 땀을 비오듯 흘리며 운동해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현상 유지면 성공이다.


이게 다 교대근무 때문이다.”

내가 주변인들에게 말하는 핑계는 이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8kg을 감량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의 특징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운동도, 건강한 식사도 병행했지만 그것은 교대근무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노력했던 것들이었다. 교대근무를 다시 시작한 2019년부터 몸무게뿐만 아니라 내가 체감하는 나의 몸 상태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늘고, 대상포진도 앓았고, 늘 피곤하고 기력이 없었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세상에는 생각보다 교대근로자, 야간근로자, 휴일근로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9 to 6 직장인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9 to 6 이후도, 공휴일도 세상은 돌아가야 하고 누군가 이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교대근무는 주간, 야간 근무가 번갈아서 이루어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형성되게 된다. 야간 근무 중간에 수면(취침)시간이 3시간~4시간 정도 주어지만, 이는 온전한 수면 시간이 아니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 때문에 아예 잠이 오지 않아 밤새 잠을 자지 않고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퇴근하고 집에서 겨우 잠을 보충하곤 하지만, 잠을 보충하면 낮에 잠을 자고 일어나기 때문에 그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다시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평범하게 일하는 것'

엄살일지도 모른다. 당장 치료해야 할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인들은 다 겪는 정도의 피로감과 싸우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간에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피할 수 없는 야근과 휴일 근무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나라이고, 자영업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교대근무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교대근무는  정해진 시간에만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게 다 교대근무 때문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교대근무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고생하고,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쉴 수도 있는 삶’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이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잠드는 것이 당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연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한 게 가장 어렵다지만 그 어려운 것의 답을 찾아보려 한다. 나의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무던히도 애쓰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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