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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Sep 21. 2023

느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

책 <소년이 온다>로 떠나는 여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자격증이 있지만 몰랐던 것이 있다. 공부는 했지만 사실 몰랐던 것. 느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내 주변에서 자신이 ‘총사’를 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사람이 느꼈으면 하는 것. 총사라는 단어로 농담을 주고받았던 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다.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이다. 책을 읽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적어서 놀랐다. 몇십 년 흐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지역’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부모님 세대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인 것일까.


지난 일로 치부하기에는 큰 상처가 남아있다. 소설을 읽고서야 아직도 뜨거운 피를 흘리며 아파하고 있는 희생자들을 본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채,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사람들을 본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뜨겁게 끌리는 광주를 서둘러 다녀왔다. 밥은 먹고 힘을 내야 한다며 주먹밥을 만들던 여성들의 흔적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헬기 사격을 맞고 우뚝 서있는 빌딩이 보인다. 빌딩 옥상에 올라가 광주의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맞은편 도청 앞에서 물러섬이 없었던 뜨거운 함성이 들린다. 지식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드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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