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만나는 클리셰
SF 소설이라고 해서 몇달 전 읽느라 고생한 테드창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같을 줄 알고 긴장하며 읽었는데, 의외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제.. 엄마를 이해해요.
이 책의 명대사이면서도 클리셰이면서도 오글거리면서도 나를 울컥하게한 부분이다.
(나는 왜 이런 클리셰에 심쿵하는 뻔한 존재인걸까?)
마치 영화 <아바타>의 대사 “I SEE YOU”에 신파를 한 스푼 섞으면 나올 수 있는 대사같기도 하다.
김초엽 작가의 대표 단편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에서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타인의 눈에는 고집스러운, 고독함 속에서 최후를 맞는, 답답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하는, 그런 안쓰러운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갈 줄도 모르는 우주속의 미물에 불과한 우리다. 하지만 우주보다 큰 그리움과 열망을 마음 속에 품었을 때 우리는 미물 그 이상의 존재가 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굳이 SF를 차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글들이 가끔 있었다는 점이다. SF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뜯고 이 책의 주제를 펼쳐보면 생각보다 단순해진다. 포장지가 없어도 살아 숨 쉴 수 있는 이야기들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
1. 인덱스를 푸는 과정을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소원했던 사이의 엄마의 삶을 추적하고 이해한다…. 인덱스라는 새로운 개념 빼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2. 인류에게 주목받던 기술이 급격한 기술 혁신으로 더이상 주목받지 않고 그 속에서 소외되고 좌절하는 고독한 인간이 정류장에 있다…. 우주 정류장이라는 개념 빼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응??? 어디였더라.
3. 사람의 감정을 물상으로 보관해서 판다…? 굳이? 이미 내 책장에는 다양한 물상을 담은 책과 닌텐도 게임팩과 술이 있다. 작가는 애정을 갖고 쓴 단편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책장에 더 애정이 있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장점이 있는 SF장르와 클리셰한 이야기의 만남은 조금 안 어울리는 조합같았다.
그래도 과학을 알면 이런 세계를 쓸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놀라움과 부러움이 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