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수평적 리더‘ 칭기즈칸
책 <테무진 to the 칸>을 읽고
1. 테무진이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서사의 주인공인 테무진을 지운 채 이 책을 순수 창작 소설로 썼다면? 사람들은 내용에 개연성이 없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테무진을 지운 채 정복군주 칭기즈칸에 대해서만 썼다면? 차라리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며 야망을 갖고도 차마 왕을 꿈꾸지는 못했던 미실의 캐릭터에 빠지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테무진이다. <테무진 to the 칸>에서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간 테무진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범하게 사는 꿈을 이루지 못해서 비범한 삶을 살아간, 야망이라곤 없던 이 남자의 이야기. 왜 그런 사람에게 하늘은 한 스푼의 뜻을 첨가해 준 것일까.
'마침 그 사람이 있었기에 패러다임이 바뀌는 걸까? (중략) 자무칸과 테무진 모두 혁명적이었다.'는 서술처럼 그들에게는 '뜻'이 있었다. 마침 그 사람에게 패러다임이 있었기에 하늘이 그의 뜻을 도운 것만은 분명하다.
2.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마음 통일
통일이 힘의 논리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역시나 마음의 논리다. 실패한 테무진에게 찾아가는 많은 유목민들이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더 진보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다. 안정을 우선순위로 선택하는 나는 더욱 하지 못할 결정이다. 그 대단한 유목민들이 곧 테무진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테무진은 곧 유목민, 백성이었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통일이 되고 힘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테무진이 있었다.
3. 마음은 낭만이 아니라 약속이고 계약
정주문명에서 살아가지만 마음만큼은 유목민인 내게 마음이란, 낭만적인 요소다. 유목민인 그들에게 마음은 낭만이 아니라 거래고 약속이고 더 크게는 계약이었다. 나약하고 비겁한 테무진은 계약을 목숨처럼 지킬 줄 알았다. 테무진은 내가 갖고 있던 환상에 불과한 가치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그리고 부족함 많은 시절의 나와 지금까지도 신뢰를 이어간 소중한 사람들을 헤아려보게 했다. 낭만을 쫓다 신뢰를 지켜온 오랜 사람들을 등한시하는 나를 본다.
그리고 성장한 나의 모습이 은연중에 나 혼자만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나의 부족함을 본다. 대단한 사람들이 나를 돕지 않았다고 팔자에 인복이 없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본다.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사람이 없다고 외로워하는 모순적인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지금 나의 전술이 옳은지 당신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