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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an 10. 2021

책-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너 페미지?라는 질문에 기분이 불쾌하다면

살면서 “너 페미니스트야?”라는 질문을 두어 번 받아본 경험이 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불쾌함이었다. ‘내가 그렇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나?’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주장하는 바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전제를 구태여 넣을 때가 있다. 하지만 물어보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모른다. 그래서, 페미니즘이 뭔데? 알지도 못하면서 묻고, 알지도 못하면서 부정하는 재미난 광경이다.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잘 모른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을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노력을 하지 않는가. 부끄러움은 확실히 자신의 몫일 것이다.


페미니즘의 정의와 다양한 페미니즘들

일단, 페미니즘은 모두 똑같지 않다. ‘남성’에 대립되는 개념도 아니다. 모든 여성 또는 모든 남성이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다층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 사상”이다. -p.274

여기서 ‘여성’은 인간을 구분하는 한 범주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은 현대의 페미니즘이 젠더만 주목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은 젠더는 물론, 인종·계층·장애·성적 지향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이라는 급진적 사상“이다. -p.274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도착점은 다양한 차별의 극복이어야 한다.”-p.202

“페미니즘은 여성 뿐 아니라 ‘모든’사람들의 평등과 정의가 구현되는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지닌다. 그런데 무엇이 불평등이며, 무엇이 불의인가에 대한 분석과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을 단수가 아닌 복수로서 ‘페미니즘들’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p.281


균질화의 오류가 차별을 만든다


페미니즘이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다 다르다. 책은 하나의 범주에 들어간 사람간의 차이를 보지 못하는 것을 ‘균질화의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많이 빠지는 오류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순간부터 차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바른 페미니스트가 없어서 페미니즘을 혐오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페미니즘 이론이 목표하는 바에는 동의하더라도, 그 실천의 양상들을 보고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성찰과 토론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책에서도 “자신 안에 내재한 ‘인식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속적 성찰이 없다면 페미니즘은 ‘설득과 변혁의 도구’가 아닌 ‘파괴와 정죄의 무기’로 전이될 수 있다.”-p.283 고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당신이 불편한 것은페미니즘도 페미니즘의 실천도 아닌 변화가 아니었을까?


여권의 상승이 이루어지고 알파걸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낡은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을 받기도 하는 것이 요즘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페미니즘의 실천이 필요하다. 차별이 있는 세상에서는 역차별이 존재한다. 궁극적으로 차별을 없애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백인이 흑인에 대한 차별을 생활에서 인지할 수 없듯, 많은 ‘차별’의 문제는 차별을 당하는 대상의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면 다른 사람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성숙한 물음. "너 페미니스트지?"라는 모르고 묻는 물음보다 꽤 멋지지 않은가. 


"혹시 제가 저도 모르게 당신을 불편하게 한 것이 있을까요?"라고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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