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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나 Nov 17. 2019

예측 불가능한 삶이라서

삶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그 변수들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안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불안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수로 나타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 최초 흔적이 1이고 다음이 3, 9라면 이 수들을 더하기보다는 나열하여 하나의 수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어요. 더하면 하나의 수가 될 테고, 1, 3, 9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삶의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 → 13 → 139?

맨 처음 일어난 1이 갈수록 너무 커지니 뭔가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으로 표시해야 하는 걸까요?


1 → 31 → 931?

이건 반대로 최근 일만 너무 커집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영향을 길게 받고 살아가는데 1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삶을 소수점 이하의 수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소수에는 유한 소수와 무한소수가 있습니다. ‘유한 소수’는 , 0.35, 0.18925처럼 소수점 아래의 0이 아닌 숫자가 유한개인 소수입니다. 따라서 소수점 아래의 0 아닌 숫자가 몇 개인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무한소수’는 소수점 아래의 0 아닌 숫자가 무한하게 많은 소수입니다. 무한소수는 0.121212121212… 처럼 소수점 아래 어떤 자리에서부터 일정한 숫자 배열이 되풀이되는 소수인 ‘순환소수’와  9.12957804092494… 처럼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가 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소수 첫째 자리가 시작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저는 세상 밖으로 나와 태어났음을 알렸습니다. 

이것을 1이라 해봅시다. 

태어나는 순간 저는 0.1이 됩니다.


0.1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큰 변화가 없는 경우는 0으로 기본적인 성장은 1로 둡시다. 

기어 다니기 시작한 나는 이런 소수가 될 것입니다.


0.1010010001

(첫 번째 1: 태어남, 두 번째 1:옹알이, 세 번째 1:뒤집기, 네 번째 1:기기)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다양한 선택을 해나가면서 우리는 자기만의 고유한 숫자를 추가해 갑니다.

특색 있는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삶을 소수로 표현해보자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순환소수의 삶을 상상할 것입니다.

앞으로 내가 바라는 삶만을 수로 표시해봅시다. 


0.123456789123456789…

(예: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9가지(1, 2, 3, 4, 5, 6, 7, 8, 9) 존재하는 사람) 


0.11111111…

(예: 건강하게 살기(1)만을 바라는 사람) 


제가 아래와 같은 의미의 숫자를 가지고 0.123451234512345… 의 삶을 원한다고 해볼게요.

 

1: 작곡을 하며 인정받는 과정(명예)

2: 가정을 안정되게 이끌어 가는 것(가족)

3: 여가를 즐기는 시간 여유를 가지는 것(시간 여유)

4: 대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것(관계)

5: 생계유지를 해나가는 것(생존. 자립)

9: 시련 


삶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0.555

작곡가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1이 형성되기 전에 생계유지하기의 5를 계속해야 할지 모릅니다. 


0.555151515

그러다 작곡가로 인정받기 시작하면 드디어 숫자 1이 드러납니다. 꿈꿨던 작곡가의 길을 걸으며 돈도 법니다. 


0.55515151514513451451345

어느 정도 경력도 쌓였고 시간 여유도 생겼습니다. 친구도 자주 만나고 여가도 조금씩 즐기고 있어요. 


0.55515151514513451451345125125125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립니다.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합니다. 친구들을 거의 못 보고 여가생활도 못하게 돼요. 가정생활과 일, 생계유지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0.55515151514513451451345125125125999999

그런데 투자가 망하고 작곡가로서 신뢰를 잃으면서 생계유지가 어려워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정생활도 위태롭습니다. 


삶이 0.123451234512345 이길 바랐는데 

실제로는 0.55515151514513451451345125125125999999로 종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각자가 원했던 그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우리는 순환소수를 꿈꾸며 살아가지만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순환하지 않습니다.

자의로 또는 타의로 또는 어쩌다 보니 아무 이유 없이 삶이 제멋대로 흘러가버립니다.

무엇 하나 안정된 것은 없습니다.

우리 삶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상황들 때문입니다. 



➀ 원하는 바가 바뀐 경우

   (예: 일에서 성공하기 전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먼저 꾸리고 싶어 진 상황 등)

➁ 원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

   (예: 꿈을 이루지 못한 상황 등)

➂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경우

   (예: 사고, 질병, 타인의 배신, 범죄 등) 


좋지 않은 사건 ‘9’가 삶을 덮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요? 

그 상태에 머물면 ‘9’가 반복됩니다.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가족이 힘들어하게 되고, 당사자는 좌절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내 삶의 소수는 내가 의도치 않은 곳으로 더더욱 흘러가버립니다. 

그래서 ‘9’를 만나면 그 뒤로 이어질 숫자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숫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1, 2, 3, 4, 5가 9 뒤를 채워갈수록 9의 영향력은 줄어듭니다. 


삶은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입니다. 


‘결국 우리는 죽으니까 소수점 아래 수도 무한이 아니지 않으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고민해봤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아실현은 죽은 뒤에도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영향력을 포함합니다. 

부모에서 자녀에게로, 선배에서 후배에게로… 그래서 양해를 구합니다. 

우리 삶을 무한소수로 보자고요. 

파이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이지만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따로 이름을 붙여 사용합니다. 

우리 또한 뒤죽박죽 앞을 알 수 없는 삶을 살지만 누군가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무리수입니다. 


한편으로 인간에게는 고정된 진리가 적용됩니다.


첫째,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한 번 씩만 존재합니다. 살아가면 반드시 죽습니다. 인간이면 반드시 생에서 사로 이어집니다. 소수로 표현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래와 같은 순환소수입니다. 


0.10101010101010…

(1: 생, 0: 사) 


둘째, 모두에게 하루의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더 많지 않고 더 적지 않지요. 따라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시간도 순환소수입니다. 


0.24242424242424…

(시간: 24시간, 24시간..) 


셋째, 누구나 동시에 두 공간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0.11111111111111…

(공간: 오로지 하나의 공간에만 존재) 


인간은 살아있으나 사라질 존재입니다. 매일의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지고, 두 공간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인간 존재의 진리는 유리수이고 저를 포함한 사람은 모두 무리수입니다.

유리수와 무리수를 합하여 수학에서는 ‘실수’라고 부릅니다.


인간이 예측 불가능한 삶에 휘청 이면서도 삶을 이어가는 혼란을 겪는 것은 인간을 만든 누군가의 ‘실수’ 일지 모릅니다. 숫자에서 무리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일관된 숫자의 나열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배려’ 일 것입니다. 


스스로가 써갈 수 있는 숫자는 무궁무진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은 불안하지만 그래서 우리들이 다음 소수점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무리수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꿈꾸고 살면서 숫자를 하나하나 새깁시다. 

어쩌면 저와 그대는 제2의 파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삶이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흘러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불안을 격려해줍시다. 

순환소수를 꿈꿨을 나와 그대가 무리수라는 사실은, 꽤나 괜찮은 결말입니다.      


Photo by Ravi Rosh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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