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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서곡

2. 출발 지점

by 돌연해

어떤 것을 계속해서 나열할 때 그 사이의 순서에 따른 규칙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는 바로크 시대를 이 초반 지점에서 소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바로크 음악,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몇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작곡가는 아마 단연코 바흐(J. S. Bach) 일 것이다.


Johann Sebastian Bach


또 그중에서도 그의 건반 악기 작품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WTC)일 것이다.


이 곡집은 2권으로 각각 24곡씩 총 48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약간의 지식을 꺼내 보자면, '평균율'이라는 것은 건반 악기의 조율 방법이다. 이와 대조되는 방법은 '순정률'로, 쉽게 말하자면 음 하나하나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 조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음의 소리는 좋지만, 음 사이의 비율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평균율은 음 사이의 소리의 비율을 일정하도록 조율하는 것으로, 이는 순정률이 비해 소리는 약간 별로일 수 있으나 음 사이의 소리의 비율이 일정하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을 가진다.


음악에는 조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일일이 부단히 설명하면 이 글이 내 글들 중 가장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아주 간단히, 순정률은 조성을 옮길 수 없으나 평균율은 가능하다는 점만 기억해 두자. 이 점이 평균율의 아주 큰 강점이다.


이 평균율을 사용해 처음으로 음악으로 실현된 곡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다. 이것은 후대에도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흐는 평균율의 강점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고, 그의 음악적인 사상의 많은 것들이 거기에 강렬히 박혀 있다. 바흐는 평균율을 자신의 자녀들과 제자들의 교육을 위해서 작곡하였는데, 이 교육의 목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바흐의 이 곡집은 음악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곡이다. 얼마나 중요하냐면, 이 곡집이 건반 음악의 구약 성서라고 할 정도이다. 참고로 신약 성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이다.




그래서 여기 올릴 곡은 무엇인가? 바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의 1번이다. 48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아는 독자도 정말 많을 것이다.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의 곡들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프렐류드(Prelude)푸가(Fugue)로, 48곡 모두가 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프렐류드는 전주곡이라는 뜻으로, 푸가를 하기 전 가볍게 몸을 푸는 느낌이다. 푸가는... 이것에 대해서 조성에 대한 설명보다도 더 길게 쓸 수 있다. 푸가가 메인이라는 점만 기억해 두자.


오늘의 연주자는 안드라스 쉬프(András Schiff). 참으로 훌륭한 해석을 많이 하는 연주자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J. S.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Prelude & Fugue No. 1 in C Major, BWV 846


András Sch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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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