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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극

3. 멀리 보며

by 돌연해

어떤 것을 계속해서 나열할 때 그 사이의 순서에 따른 규칙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무어(a)와 그 순서를 따라 결함 없는 위대한 서적을 향해 시선을 대강 향해보자.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L. v. Beethoven), 그 이름만 들어도 우리의 마음의 불꽃이 마구 솟아오른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불꽃들과 이곳에서 모조리 교감해 볼 것은 아니고, 그의 온 일생이 바쳐진 피아노 소나타(Piano Sonatas)에 대해 소인이 감히 지껄여볼 것이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는 총 32곡으로, 그의 평생을 걸쳐 써진 곡들이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필자가 가장 애정하는 것은 곡집 중 하나가 이 곡집으로, 개인적으로 이와 견줄 수 있는, 또는 그 이상으로 생각되는 곡집이 거의 전무하듯 하다. 그러나 유일하게 하나 비상하는 것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이다.


아무튼 이 베토벤의 소나타들은 필자가 좋아하는 것이든, 음악사적으로든, 곡의 작곡 기법이든 어떤 면에서든 그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아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곡들을 앞으로도 매우 많이 소개할 것이다. 아직 3화인데 벌써 2번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가 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전체적인 것에 대해 설명하기 가장 적절한 자리인 것 같으니, 최대한 아는 것을 필력으로 승화시켜 보겠다.




먼저 이 곡집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기, 중기, 후기로, 각각 1~11번, 12~27번, 28~32번이 해당된다.


전기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형적인 고전파 양식을 따랐다. 중기는 슬슬 베토벤의 색깔이 짙어진다. 전기도 베토벤만의 특색이 강하지만, 중기부터는 더욱 다르다. 더 성숙해지고, 무엇보다 개인적이며 음악이 아주 진지해진다. 지금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에 가면 모두 조용히 집중을 하며 듣잖나, 이것은 베토벤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그전까진 그저 귀족들의 배경음악처럼 다뤄진 것이 클래식 음악이나, 베토벤의 음악은 너무나 어려워 그렇게 편히 듣지 못하는 것이다.


후기는 자신의 여러 어려움을 종교적인 힘으로 초월해 버린다. 음악도 뭔가 성스러워지고, 교회나 성당에 울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곡들이 다수 있다. 베토벤의 후기 곡들을 듣다 보면 우리는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단순한 배경음악의 발전이라고는 이루 믿을 수 없는 곡으로 우리의 본질을 파고든다.




베토벤은 한 다리의 역할을 하였다.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 사이의 다리 역할이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전 일생에 거쳐 작곡되었다 보니, 이를 통해 그가 어떻게 그 다리를 맡을 수 있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확실히, 정말 확실히 평범한 다리는 아니었다.


이 32곡의 피아노 소나타가 괜히 건반 악기의 신약 성서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하이든은 50곡 이상, 모차르트는 20곡 가까이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였다. 물론 이 또 다른 거장 두 분이 작곡한 소나타들도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나 굳이 따져보자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만큼 음악사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베토벤이 출판한 마지막 곡은 Op. 135이다. 그리고 그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Op. 2 No. 1이며, 마지막 32번은 Op. 111이다. 전 일생에 거쳐 작곡된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린 피아노 소나타 1번, 오늘 소개할 곡이 바로 이 곡이다.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1 in F Minor, Op. 2 No. 1, 사실 그의 아주 장대한 32곡의 작품들 중에서 굳이 이 곡을 뽑아야 하나 싶긴 하다만, 32곡 중 단 한 작품도 빠짐없이 중요한 곡들이다 보니 그리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인다. 어쩌면 후에 32곡을 전부 소개할 수도 있다. 아니,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나중에 소개할만한 곡의 개수를 세어 보니... 전부 소개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할 듯하다.


이번에 1번을 선정한 까닭은 간단히 된다, 이 소나타들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기 때문이다. 곡은 4악장 구조로, 특히 4악장이 독특한 곡이다. 4악장 구조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소나타의 악장 구조는 3악장 구조가 가장 많지만, 2악장 또는 4악장, 그리고 단악장으로 구성된 곡도 있으며 4악장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2~4악장 구조이며, 특히 베토벤은 4악장 구조를 좋아하였다. 4악장 구조가 더 거대한 느낌을 주는 면이 있어 그런 면을 좋아하였다고 한다.


이 곡은 아무래도 1번이다 보니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4악장을 제외하고).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이 곡이 주는 특유의 가벼운 느낌이 있는데, 그것은 나름의 큰 묘미가 있다. 가벼운데 끊임없이 툭툭 건드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이 곡은 4악장이 약간 독특한데, 베토벤의 전기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어떠한 분노와 역경에 차 있다. 다른 작곡가의 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강렬함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이것이 베토벤만의 색깔인가? 피아노 소나타 1번부터 그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굉장한 기회이다.


오늘의 연주자는 손민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어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녹음이 이 분의 연주인 것 같다. 기록을 보니 2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라며 큰 애착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많이, 정말 많이 배운다.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1 in F Minor, Op. 2 No. 1

I. Allegro

II. Adagio

III. Menuetto. Allegretto

IV. Prestissimo


손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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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