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by 김모씨



내일이면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아이는 그저 신나게 놀 생각이지만 방학 계획을 세우는 일에 익숙한 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여름 방학, 이 단어가 이렇게 설레었던 적이 있었던가?


방학 동안 화순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요즘 글 쓰는 데 해이해져서 글쓰기가 우선 순위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다. 부디 이 수업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숙제를 잘해가기, 기본을 지키며 완주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매일 쓰고 싶다. 영감을 잘 포착해서 글로 남기기. 미완성 소설 이어쓰기. 좋은 작품 필사하기.

여름 방학에 글쓰기에 푹 빠져서 지내고 싶다.


요즘 수영하는 재미에 빠져 산다. 매일 왕복 2시간 거리를 버스로 왕복하며 수영장에 다닌다. 그간 물과 친하지 않은 나는 물놀이를 가면 그저 한자리에 앉아있거나 튜브에 매달려 있곤 했다.

수업 첫날, 물속에서 코를 막지 않고 숨 쉬는 법을 배웠다. 신세계였다. 발차는 힘이 딸리긴 하지만 팔젖기까지 진도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다음 달에는 드디어 킥판의 도움 없이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방학 4주를 모두 화순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고맙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만나면 반갑고 매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만히 바라보게 되고 작은 것이라도 공유하는 게 즐겁다. 그 사람 생각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글을 쓰는 게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찾아와준 인연이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열심히 쓸 거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시간도 잘 보낼 거다. 헤어질 걱정,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괜한 자존심 같은 건 제쳐두고 그저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보고 싶다. 내 마음이 더 크면 뭐 어때. 상처 받으면 뭐 어때.


오늘도 아침부터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수영 강습도 열심히 받았다.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몸을 일으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기.

마흔 살, 화순에서의 여름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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