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상황 1.
강습을 듣는 군민 센터 수영장이 휴관인 월요일이다. 수선할 치마가 있어 읍내에 나갔다가 나간 김에 광주에 가서 다른 문화 센터에 가서 영법 연습하고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인을 만났다. 화순의 명소라는 전통식 불가마 사우나에 함께 가자는 권유를 듣자마자 방금 한 각오는 바로 잊어버리고 몇 시에 갈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어쩌다 보니 약속을 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지인과 헤어지고 나서야 사우나에 갈 마음이 없음을 확인하고 문자를 보냈다.
‘내일 약속이 있는 걸 깜빡했네요. 사우나는 다음에 갈게요.’
무책임한 행동이었고 상대가 비난이라도 할까 싶어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까지.
상황 2.
원래 계획대로 수선집에 들렀다 광주로 향하기로 하고 수영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는데 또 다른 지인을 마주쳤다. 대화 중 나의 일정을 들은 그가 말했다.
“동구 수영장은 오전에 강습이 많아서 자유 수영은 레인 하나밖에 이용 못 해요. 가려면 오후에 가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레인 한 개에서 앞뒤에 막혀 자유형도, 배영도, 평형 발차기도 제대로 못 한 채 눈치를 보며 걷기만 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두 번 고민 없이 수영 가방을 지인의 차에 맡기고 버스에 올랐다. 수선을 맡기고 바로 집에 가기 아쉬워 환승을 해서 광주로 향했다.
영화를 보고 근처 서점에 들러 혼자 나들이를 실컷 즐기고 집으로 향했다.
상황 3.
혼자 시간을 보내던 중 태풍 힌남노로 내일 원격 수업으로 대체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집으로 향하던 중 느닷없이 예정보다 일찍 시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티엑스 애플리케이션에 예약 가능한 좌석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오늘 저녁 집에 갈게. 광명역에 데리러 와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요일 오후 열차로 집에 갈 예정이었다. 손바닥 뒤집듯 일정을 바꾸고 서둘러 예매한 표를 결제했다. ‘혹시’ 몰라서 원래 일정인 수요일 출발 표는 그대로 갖고 있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여행 가방을 열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일주일 가까이 집을 비울 예정이라 거북이 밥을 넉넉히 챙겨주고 쓰레기도 내다 버렸다.
짐 가방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아이를 데리러 수업 중인 유학 센터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특별하게' 친밀한 지인을 만났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에 상대는 서운해했다. 내일 있을 수영 강습을 바래다주려고 일정을 변경한 지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
서둘러 예매한 표를 취소하고 돌아서서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나 자신에게 지쳐 한참을 누워있었다.
4. 마무리
미련을 못 버리는 고질병이 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갈등하다 일을 망치거나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글을 쓰려고 의자에 앉는 마음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이를 훈육할 때 쓰는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자기반성을 하겠다는 심정으로 제목을 썼다.
이제는 정말 정신 차려야 할 때다. 미련은 좀 넣어두고 결정한 일에 확신을 갖자. 책임지지도 못 할 일을 벌여놓고 도망가는 일도 이제는 그만하자. 잦은 변덕으로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하지 말자.
변덕 그만 부리기. 내 나이 마흔, 더는 미뤄 둘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