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글감 찾기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주 5일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한 꼭지의 글을 쓰는 데는 대략 한 시간이 걸린다.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조금씩 분량을 더해가는 소설(나부랭이)를 역시 한 시간 쓴다. 둘을 합쳐 하루 중 겨우 두 시간을 투자하면서 글쓰기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다니, 꿈도 야무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개념으로 종일 글을 쓰겠다고 계획을 했다가 바로 접고 딱 한 시간만 더 쓰기로 했다. 그렇게 세운 계획이 ‘하루 세 시간 글쓰기’와 ‘세 시간 읽기’다.


오늘이 계획을 세우고 맞은 첫 번째 날이다.

오전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딱 30분만 쉬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몰려오는 졸음을 물리치며 겨우 한 시간(정확히 말해 50분)의 소설 이어쓰기를 마치고 한 시간 반의 조금 긴 휴식을 취했다.

이제부터 두 시간 동안 한 꼭지의 글을 쓰고 남은 시간은 소설을 좀 더 이어서 쓰리라 마음먹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음. 그런데 뭘 쓰지. 아침부터 한 일을 떠올려보았다. 수영 강습을 받으러 읍에 다녀왔다. 오늘은 혼자 다니던 평소와 다르게 일행이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수영을 한 후 함께 슈퍼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약 다섯 시간의 여정에서 무언가 보았겠지, 무언가 느꼈겠지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허사였다. 아무것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일행과 버스에 나란히 앉아 어색한 순간을 맞이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화제가 끊기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느라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평소에 혼자 앉아 바라보던 논과 밭을 볼 시간도 없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형식적인 반응을 하기 바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정류장에서 수영장까지 리듬을 타며 걷던 시간에는 관심도 없는 맛집 정보를 공유했다.


“저쪽 골목에 마라탕 집이 있는데, 땅콩 소스를 너무 많이 쓰니 주문할 때 빼달라고 말하세요.”

“네. 좋은 팁이네요.”


“00이네 칼국수 너무 비싸지 않아요?”

“그러게요. 최근에 천원 올랐더라구요. 요즘 재료비가 많이 든다더니.”


이런 식으로 오고 가는 길 내내 무언가를 듣고 말하며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쓸만한 걸 찾을 수 없었다.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려다, 어쩌면 대화 속에 숨어있었을 수많은 흥미로운 글감을 놓쳐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빼앗겼다고 일행이 생긴 걸 탐탁치 않게 여기며 형식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대신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을 만나는 기회로 삼았더라면, 대화에 더 집중하고 마음을 쏟았더라면 어땠을까.


스스로를 방구석 작가(지망생)이라 말해왔지만 결국 글쓰기로 이르고 싶은 곳은 방구석 바깥의 넓은 세상이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고립되어 글을 쓴다고 저절로 좋은 글이 나올 리 없다.

글감을 찾으려면 혼자만의 시간만큼이나 타인과의 관계 맺음도 필요하다. 어쩌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도 있었던 기회를 무심하게 놓친 것이 후회된다. 얼마나 대단한 글을 쓴다고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상대를 ‘혼자만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으로 여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혼자일 때나 누군가와 함께일 때나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 글감은 세상을 등지고 홀로 앉아 머리를 굴린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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