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카페 베네와 레드 망고 이전에 캔모아가 있었다.
최근 읽은 소설 속에 등장한 캔모아라는 상호를 보고 잠시 추억에 잠겼다. 생과일주스나 빙수와 같은 음료를 판매하던 프랜차이즈로 갈 곳이 마땅치 않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던 공간이었다.
가게를 들어서면 우선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시선을 빼앗긴다. 좌석이 그네처럼 달려있어 음료를 마시고 수다를 떨면서 앞뒤로 몸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라고 그곳만의 파격적인 서비스에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음료를 주문하면 1인당 두 쪽씩 제공되던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와 생크림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던 것이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매점을 털고 점심시간에는 식판이 넘치게 밥을 두 번이나 받아먹어도 배가 고팠던 나와 친구들에게는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아침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선언하고 방과 후에는 주로 먹기 위해 돌아다니는 건 당시 주된 하루 일과였다. 학교 주변 편의점이나 시장 닭강정 가게, 지하상가 떡볶이 뷔페, 용우동이나 김가네 같은 체인점에서 거나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정처 없이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디저트를 먹는다는 개념도 없던 시기, 우리는 캔모아를 만났다.
주로 늘 보던 친구들과 그야말로 먹는 게 주목적인 만남이었지만 시험이 끝난 주말에는 기분이 조금 달랐다. 거기에 새로 산 옷이나 가방을 개시하는 날은 더 의미가 있었다.
핑클이 ‘내 남자친구에게’라는 노래로 활동할 때였던 것 같다. 커텐 조각으로 만든 것 같은 블라우스를 입고 분홍색 진주알 목걸이를 하고 MCM 배낭을 메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다행히 나만 그러고 다니지는 않았다. 친구들 모두 같은 가게에서 비슷비슷한 옷을 사 입었으니 말이다.
꽉 붙은 교복을 입든, 동인천에서 새로 산 옷을 입고서든 만나서 하는 일은 비슷했다. 배가 터지도록 무언가를 먹고 돌아다니다 배가 꺼지면 캔모아에 가서 달달한 초코 빙수에 토스트로 다시 배를 채웠다.
언젠가 직장 생활을 하며 여직원들과 학창 시절의 추억담을 털어놓았던 게 기억난다.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청초함을 유지하던 어떤 이는 누군가의 버스걸이었다.
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수강하던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캔 커피나 초콜릿으로 간접 고백을 받다가 결국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누군가도 있었다.
아쉽지만 그런(?) 분야에 관해서라면 공유할만한 추억이 없었다. 동인천 재래시장 닭강정 원조집이나 양이 많기로 유명한 분식집, 고기 뷔페에 처음 방문해 흥분했던 기억들에 관해서라면 또 몰라도.
소설 속 익숙한 그곳 캔모아에서 나도 누군가와 설레는 감정을 느껴봤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현재를 잘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더 나이가 들어서 마흔 살에 그랬더라면, 하는 후회 없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 보내야겠다. 그리고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뱃살은 좀 관리하기. 설레임과 뱃살은 아무래도 영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